[방산현장]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의 도면 유출 사건, 정황상 임원 연관돼 있을 것으로 보여"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3.05 17:06 ㅣ 수정 : 2024.03.05 22:11

유명무실해진 청렴서약서 제도 지적하며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의심 증거 다수 공개

권영삼 한화오션 커뮤니케이션팀 상무가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HD현대중공업 KDDX 도면 유출에 관련된 고발장 제출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지완 기자]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화오션이 5일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도면 유출 건'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올바른 방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합당한 제재가 잇따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화오션은 또 HD현대중공업의 계획적 범죄행위를 직원 9명에 한정되는 처벌로 종결할 수 없고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로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방산사업 입찰 시 업체는 청렴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청렴서약을 위반하면 방산업체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

방위사업법은 청렴서약서 제출 대상을 ‘대표·임원’으로 규정하고 있어 임원급이 아닌 직원이 군사기밀을 탈취했을 경우 회사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 지난해 말 유죄가 확정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 가운데 청렴서약서를 쓴 사람은 없다.

이날 설명회는 서울 중구 한화빌딩서 오전 9시 30분부터 약 90분 가량 진행 됐으며 권영삼 한화오션 커뮤니케이션팀 상무, 구승모 한화오션 커뮤니케이션팀 변호사, 정원 율촌 법무법인 변호사를 비롯해 200여명이 참석했다.

구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방위사업청(방사청) 계약심의위원회는 HD현대중공업의 KDDX 도면 유출 건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면서 "HD현대중공업이 수년 동안에 걸쳐 조직적으로 군 관련 정보를 불법 취득하고 비인가 서버를 운영하는 등 심각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으나 이에 상승하는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구 변호사는 "방사청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자리가 아님을 명백히 말씀드린다"면서 "불법 행위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면서 K-방산의 신뢰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당사는 HD현대중공업을 고발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설명회는 △한화오션의 HD현대중공업 고발 내용 △2012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온 HD현대중공업의 불법행위 및 임원 개입 증거 공개 순으로 진행됐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화오션, KDDX 도면 유출 건에 관해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의심 돼

한화오션은 이날 KDDX 개념설계 도면 유출 등과 관련해 지난 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사실을 수사해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으로부터 행정지도를 받게 됐으나 추가로 당사가 형사 고발을 한 경위는 추가조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파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보호 위반 관련 정황을 2018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2018년부터 최근까지 이런 보안 사고에 대한 후속조치가 특별히 없었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 9명에 대한 유죄 판결은 확정됐고 이를 근거로 방사청의 추가 심리가 진행됐으나 임원의 개입이 명확하지 않다는 근거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면서 "HD현대중공업 경영진의 개입 없이는 도면 유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의심스러운 증거도 다수 발견됐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고발을 진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관여했다는 증거 다수 공개

한화오션은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HD현대중공업의 불법 행위를 세밀하게 설명하고, 이 같은 사실이 있음에도 관련 제재도 받지 않은 상태로 사업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HD현대중공업 임원이 이번 도면 유출 사건에 다수 관여돼 있다는 자료도 일부 공개했다.

구 변호사는 확정재판 판결문 관련 자료를 앞세우며 "HD현대중공업은 합법적인 자료만 보관해 보안 감사에 노출시키는 공개 나스(NAS) 서버와 비공개 나스 서버를 동시에 운영해왔다"면서 "불법 탐지, 수집한 정보는 비공개 나스 서버에 저장하고 직원들끼리만 IP를 공유해 유사 함정 사업에 활용해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이 별도로 서버를 구축해 관련 정보를 활용해왔기 때문에 도면 유출 사건을 직원만의 일탈행위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게 한화오션의 주장이다.

이 외에도 2018년 12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HD현대중공업 직원에 대한 신문조서를 내세우며 "당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 직원에게 피의자, 부서장, 중역에게 도면 유출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이에 대한 결재가 진행됐냐고 질문했고 이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면서 "이 결재 라인만 보더라도 당연히 임원이 개입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의 자료 공개가 마무리 된 후 구 변호사는 4일 고발한 안건에 대해 "현재 해당 안건에 대한 접수만 했고 특정 부서에 배당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추후 이 부분이 어떻게 조율되는지 지켜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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