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이해관계자 소통경영'으로 사회 B등급…임재택 사장, '전사적 내부통제 강화' 방점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 및 투자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화두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ESG경영 주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ESG 경영 '사례분석'을 통해 실체적 평가를 시도한다. 이 기사는 뉴스투데이와 ESG센터 공동기획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한양증권이 ESG평가에서 최하점을 벗어났다. 환경(E)과 지배구조(G)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사회(S) 분야에서 한양증권 특유의 소통 경영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ESG기준원(KSCG)이 발표한 2023년 상장기업 ESG평가에 따르면 한양증권의 종합 등급은 ‘C’이다. 2021년 C였던 종합 등급은 2022년 최하점인 D등급으로 강등됐으나, 1년 만에 다시 C로 올라섰다.
부문별로는 사회(S) 부문이 D등급에서 B등급으로 두 단계 격상했다. 다만 환경(E) 부문은 최하점인 D등급을 2년째 유지했으며, 같은 기간 지배구조(G)도 취약 등급인 C등급에 머물렀다. 따라서 환경과 지배구조 등급 개선이 시급한 과제이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는 지난 1월 올해 첫 임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사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지시한 것은 지배구조 개선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예방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했다. 증권업계의 금융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다.
임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조직의 사명과 장기 발전, 조직 구성원의 행복, 정의로움과 도덕성이 원칙이며, 이를 바탕으로 기본에 가장 충실한 증권사로 거듭나겠다”며 “올해는 한양증권의 경쟁력과 지속성장력을 입증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익 극대화가 한양증권의 지상과제가 돼서는 안되고 도덕적으로 우수하고 가장 품격이 뛰어난 증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 사회(S)=차별화된 사내 문화 구축·일자리 창출 도모…“최고 인재 집합소 목표”
한양증권은 KCGS의 ESG 관리체계 중 'S8(이해관계자 소통)' 분야에서 업계 평균을 웃돌았다. △S5(지속가능한 소비) △S3(인권) △S1(노동관행) 등도 평균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양증권은 최근 증권가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인 활동들을 통해 차별화된 사내 문화 구축을 도모했다.
우선 지난해 2월에는 임직원 대상 시티투어 프로그램인 ‘마실’을 기획해 첫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임 대표가 15명의 임직원과 함께 서울 경의선 숲길을 거닐면서 식사와 명소 탐방 등을 진행했다. 자매 프로그램인 10킬로미터(㎞) 단축 마라톤 ‘뛸락’과 국내 주요 명산을 다니는 트래킹 ‘싼타’도 진행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체험을 통한 학습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향하고 있다.
또 MZ세대 직원들이 직접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해 강사로 나서는 강연 프로그램 ‘콤마타임’도 활성화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본사 내 다목적 공간인 ‘콤마(COMMA)’에서 진행되는 해당 프로그램은 벌써 10회차를 넘겼으며, 강연 주제도 쇼핑과 건축, 트로트, 부동산, 영화, 인공지능(AI), K팝, 미술, 야구 등 다채롭게 선정됐다.
또 잠재력 있는 금융인재를 양성하고 산학연계 활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대학생 참여 활동인 ‘브루킨즈 아카데미’를 지난해 발족했다. 2기까지 모집해 활동 중인 브루킨즈 아카데미에 선발된 대학생들은 6개월간 한양증권의 ‘스튜던트 연구원’이 돼 신사업 추진이나 비즈니스 전략 등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한양증권은 외부 전문가 특강과 연구활동비 지원 등으로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자리 분야에선 안산국제비즈니스 고등학교나 성동글로벌경영 고등학교 등과 산학교류 협약을 체결해 지역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자기자본 3조원 미만 중소형사 중 가장 많은 수인 72명의 채용 계획을 금융투자협회에 제출하기도 했으며, 그중에는 고등학교 졸업자 채용 계획도 다수 포함됐다.
이외에도 2009년 창단한 사회봉사단을 통해 정기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선유지역아동센터 및 사랑의 열매에 기부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양성평등 문화 확산과 여성 영화인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임 대표는 올해 한양증권의 목표 중 하나로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학습조직’을 제시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탁월함을 넘어서기 위해선 최고 인재들의 집합소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면학 분위기와 메카니즘을 만들 것”이라며 “배움을 멈추지 않아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절차탁마하며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 환경(E)·지배구조(G)=미흡한 부분 개선 필요…내부통제 부실 바로잡아야
이처럼 다채로운 활동을 펼친 사회 분야와 달리 환경과 지배구조에선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SG 관리체계 중 환경은 전 분야에서 업계 평균을 밑돌았고, 지배구조는 업계 평균을 살짝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증권 업계 특성상 한양증권이 환경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을 펼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KCGS 등급을 받은 증권사 중 환경 D등급에 그친 증권사는 총 6개사에 달한다. 사회(3개사)나 지배구조(1개사) D등급 증권사보다 많았다.
다만 한양증권은 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2019년부터 업무 중 종이를 덜 사용하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사무환경을 구축하고자 부서장 임직원들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고, 전자결재 및 문서 중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IBK투자증권과 공동으로 구독형 디지털창구를 도입해 페이퍼리스 강화와 불완전판매 예방 등을 도모했다.
지배구조 분야에선 임직원들의 내부통제 부실이 여러 번 드러나기도 했다.
2022년에 퇴사한 한양증권 전 직원 A팀장은 부동산 개발 투자 제안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통해 50억원씩 두 차례에 걸쳐 총 100억원을 사적으로 챙겼다. 허위 투자 제안서에는 ‘회사가 직접 지급을 보증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투자 제안서는 A팀장이 회사 몰래 임의로 작성하고 증권사 직인도 위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2년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담당했던 전 직원 B씨는 차명투자 의혹을 받았으며, 이에 한양증권이 지난해 4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배임 금액은 21억5000만원이다.
이에 한양증권은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검증위원과 실무위원으로 구성된 TF는 개인의 일탈로 고객이나 회사에 재무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한양증권은 올해 3대 경영 원칙으로 △조직의 장기이익과 발전에 부합하는가 △조직구성원의 행복에 기여하는가 △정의롭고 도덕적·법적으로 올바른가 등을 설정했다.
임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천천히 가더라도 가장 도덕적으로 우수하고 가장 품격이 뛰어난 증권사가 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