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선규 FCP 상무 "민영화 기업 KT&G 후진적 거버넌스 바꿔야"
백복인 체제, 독자경영이 불러온 참사…영업이익과 주가 하락
글로벌 시장 선도하겠다지만 PMI에 뒤떨어진 이유 따로 있어
주주 제안 받아드려지고 이사회 바뀌어야 KT&G 성장한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담배회사 KT&G가 민영화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최근 백복인 대표가 4연임을 포기해 KT&G에 대한 부정 여론은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주의펀드들은 KT&G의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개선해야만 기업이 성장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KT&G 지분 1%를 보유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이하 FCP)의 유선규 상무는 지난해부터 △권련형 전자담배 ‘릴’의 글로벌 전략 수립 요청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 △비핵심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 환원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으나 KT&G가 이를 받아드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 상무는 23일 뉴스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KT&G는 여론이 나빠질 때만 반짝 우리(FCP)의 의견을 받아드렸다가 다시 말을 바꾸는 등의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경영진과 수차례 대면을 요구했지만 받아드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요 문건에 대해 우리가 정보 공개청구 등을 한 거 보면 소통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정당한 소수주주권 행사를 존중하며 주주제안의 경우, 관련 절차에 따라 충실히 검토한다”며 “적법한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왔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실 예로 FCP뿐 아니라 다양한 주주들이 반기배당을 요구해 이를 이사회가 받아드렸고 주주총회를 통해 승인됐다”며 “당사 경영에 대한 소수 주주들의 의견이 안 받아드려지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FCP는 이상현 대표가 지난 2020년 설립했다. 이번 인터뷰에 참여한 유선규 FCP 상무는 국내 회계법인과 증권사에서 IB(M&A/인수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2022년 FCP에 합류해 현재 KT&G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유 상무의 인터뷰를 통해 KT&G가 부정 여론을 극복하고 선진 민영화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봤다.
다음은 유선규 FCP 상무와 나눈 일문일답.
Q. 백복인 대표의 장기 연임(3연임)이 논란이었다. 본질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나
A. 한마디로 낙후된 거버넌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크게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첫째는 자사주 기부를 통한 현 경영진의 참호 파기와 둘째는 독립성이 상당히 의심되는 이사회라는 것이다.
KT&G는 주가 안정 등의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매입한 후에 이를 KT&G복지재단(이사장 민영진 전 사장)과 KT&G장학재단(이사장 백복인 현 사장)을 비롯해서 KT&G 및 계열사의 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자기주식으로 무상 또는 저가로 처분했다.
이렇게 확보한 의결권이 무려 11%다. 현 최대주주는 기업은행(지분 7%)이지만, 이를 놓고 보면 실질적 최대주주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행위를 통해 경영진을 주총에서 지지하면서 본인들의 경영권을 공고히 해 왔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도 이를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독립성이 상당히 의심되는 이사회는 낙후된 거버넌스의 주원인이라고 생각한다.
KT&G이사회는 총 8인으로 사내이사(백복인 사장, 방경만 수석부사장) 2명과 사외이사 6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들은 모두 백 사장 임기 내 선임되고 연임됐다.
이들은(사외이사) 지난 2018년 사장 연임 시 지원 자격을 전현직 임원으로 한정해 외부인과의 경쟁을 막았다. 지난 2021년 백 대표가 단독 입후보해 단 11영업일만에 사장으로 추대하게 만든 게 이들이다. 또 계속되는 주가하락 속에서도 백복인 대표를 지난 2021년 연봉킹으로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KT&G의 사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인지도 상당히 의문스럽다. 사외이사 중 글로벌 소비재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외이사들이 검사와 교수 택배, 산업가스, 광고회사 출신이다. 특히 담배회사는 광고가 금지돼 있는데 영세 광고회사 출신이 사외이사인 것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또 소비재는 고사하고 B2C(일반 대중 대상 영업) 전문가조차 없다.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위원회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선정하는데 이 조차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PMI(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와 BAT(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등 경쟁사들은 글로벌 소비재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적극 영입하는 것과 KT&G는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Q. KT&G가 지난 3년간 매출은 올랐지만 영업이익과 주가 급락한 이유는
A. KT&G는 민영화가 된 지 20년이 넘은 영리 기업이다. 영리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KT&G 경영진은 이익을 내는 것 보다 덩치를 키우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해외 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두 가지가 대표적인 예다.
KT&G는 수십 년 전부터 담배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오히려 중동 수입상에게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지역별로 수출 단가가 공개되었으나 국내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런 수출 담배의 단순 물량‧매출 상승을 내세우며 항상 “최대 매출 실적을 달성했다”라고 주장하며 대표 연임을 지속해 왔다.
KT&G가 실제 돈을 벌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주주에게 조차 숨기고 있다. 백복인 대표가 연봉킹에 오른 지난 2021년 공시된 성과급 산정 내역을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 TSR(주가) 등이 반영됐다. 하지만 매출만 올라가면 성과급이 올라가는 구조로 의심된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돈은 못 벌더라도 매출만 확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일각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매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KT&G는 매출이 늘어면 이익이 줄어드는 ‘규모의 비경제’ 상태에 빠졌다. 주주로서 상당히 안타까운 상황이고 FCP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대전지방법원(KT&G 본사 소재지)에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또 현재 글로벌 담배 시장은 큰 변혁기에 놓여 있다. 일반 궐련 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릴, 아이코스)로 대세가 전환되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일본은 현재 40%와 국내도 20% 가량의 침투율을 보이고 있다.
KT&G는 세계 1위 제품인 PMI의 아이코스에 견줄 수 있는 릴이라는 좋은 상품을 개발해 출시했다. 그런데 지난 2020~2023년 기간 동안 해외의 모든 판매를 경쟁사인 PMI에 넘겨줬다.
FCP는 지난 2022년 10월 캠페인을 시작해 HMB(무연담배)를 직접 해외에 유통시키는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KT&G는 해외 직접 진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PMI에게 해외 모든 판권을 넘기는 계약을 15년이나 연장했다.
해외에서는 ‘IQOS(아이코스) 릴’이라는 경쟁사 브랜드들 달고 저가에 판매되고 있다. 향후 IQOS의 하위 브랜드와 저가 이미지라는 가치 하락을 어떻게 극복할지 의문이다.
또 NGP(궐련형 전자담배) 매출이 떨어지는 추세이고, 얼마의 이익을 내는지 알려달라고 KT&G에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FCP는 이 계약이 공정하게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체결되었는지에 대해 알기 위해 ‘계약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요청한 상태다.
Q. KT&G 백복인 대표 체제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A. 이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덩치만 키우는 것이 문제다. KT&G는 100% 자회사로 한국인삼공사(정관장)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인삼공사는 홍삼 시장 점유율 70% 가량을 차지하는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건강기능식품 기업이다. 담배와 인삼을 전혀 다른 사업이다. 예를 들어 담배 회사는 광고가 금지돼 있지만 건강기능식품 ‘인삼’은 마케팅이 상당히 중요하다.
인삼은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의 가장 인기 있는 수출품 중 하나다. 인삼은 프랑스의 ‘포도’,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처럼 세계인이 모두 아는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이다.
원산지가 곧 브랜드다. 하지만 그동안 사장 포함 임원들이 모두 KT&G에서 영업본부장 등을 지낸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전문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기업이 담배업에 가려 힘을 못 쓰고 있다. 인삼공사도 본인 식구를 보내기보다는 실제로 글로벌 소비재 전문가 등을 영입해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Q. 재발방지를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는가
A. 독립적 이사회다. 주주들이 모두 직접 경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이사 등 경영진을 선임하고 이들에게 경영을 맡겨왔다. 그런데 사외이사들이 사내이사(사장 등)와 참호를 파서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된다.
주주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결국 사장후보도 선정하고 주요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Q. KT&G 내부 인사가 차기 대표로 거론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차기 대표가 돼야 하는가
A. KT&G 주가는 현재 15년 전과 같은 수준이다. 또 백복인 대표 선임 전과 비교해 보면 20%가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 전체 지수는 약 25% 상승) 게다가 영업이익은 절대 금액이 하락했다. 이것이 현재 KT&G의 상황이다.
이는 백복인 대표 혼자서 한 게 아니다. 경영진들의 경영 성과인 것이고 거론되는 내부 인사들이 바로 그 경영진들이다. 이래서는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다고 본다.
영리 기업의 기본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과 글로벌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사람, 주가 등 주주가치를 제고 할 수 있는 사람, 이 능력이 실적으로 검증된 사람이 차기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FCP는 앞으로 KT&G 매출 성장과 경영 문화 선진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A. 주주로서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제안과 감시다. 우리는 지난 2022년 10월 KT&G 가 글로벌 기업이자 ‘주인 있는’ 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제안을 공개하며 캠페인을 시작했다. 주주로서 회사가 잘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며 이를 공유할 것이다.
이사회가 독립‧투명성에 대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주주로서 이를 적극적으로 감시할 것이다. 즉 주주로서 KT&G의 거버넌스 개선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겠다.
※ 해당 인터뷰는 유선규 FCP 상무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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