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신상열 농심 상무, 미래사업실장 배치…‘기업인수합병’ 실력 입증할까

서민지 기자 입력 : 2024.01.22 11:00 ㅣ 수정 : 2024.01.23 07:34

올해 미래사업실 출범, 오너가 3세인 신상 농심 상무가 실장 배치
농심 “미래사업실, 구체적 계획 아직 없다”
2022년 천호앤케어 인수하려다 실패한 경험 있어
업계는 신상열 상무에 대해 본격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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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열 농심 상무. [사진=농심 /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신상열 농심 상무가 최근 미래사업실장으로 배치되면서 그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래사업실은 기업인수합병(M&A)를 전담으로 하는 부서로 농심의 신규사업 확장에 있어 핵심적인 부서다. 라면 의존도가 높은 농심이 신사업 발굴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신 상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신 상무는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이으로 이번 미래사업실 배치가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신 상무는 지난 2019년 농심에 입사해 2021년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 1일부터는 미래사업실장 직을 맡으면서 오너 일가 고속 승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또 농심이 그간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경력이 짧은 신 상무에 중책을 맡게 돼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22일 농심에 따르면 미래사업실은 신사업을 모색해 기업 인수합병(M&A)과 국내외 공장 설립 등 농심의 중장기 비전을 그려 대규모 투자를 검토·실행하는 조직이다. 이 중에서도 신 상무는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솔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농심의 사업 다각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농심은 건강기능식품과 푸드테크 등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M&A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

 

농심은 그간 기업 인수합병에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자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해 왔다. 업계는 미래사업실에 신 상무를 배치한 점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심은 지난 2022년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천호엔케어'를 사려고 했으나 인수가(지분 76.8%) 합의를 이루지 못해 실패했다. 이는 농심의 공식적인 첫 M&A 시도였다. 지난 2020년 e스포츠(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국내 프로게임단 '팀 다이나믹스'를 수의계약으로 인수한 게 농심의 유일한 M&A 성공 사례다.

 

전문가들은 그룹의 생존 차원에서 "농심의 사업 다각화는 필수적"라는 공통적 의견을 내고 있다. 농심은 라면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시장 대내외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농심의 총매출액 2조5538억원 중 라면 부문이 2조108억원을 내며 78.7%를 차지했다. 하지만 농심은 지난 2022년 2분기 라면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과 수출 비용 등 라면 부문 경영비용 증가로 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신 회장도 지난 2021년 취임 이후 '뉴농심'을 비전으로 두고 사업 다각화에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오는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심은 국내에서는 '신라면'과 '짜파구리' '너구리' 등 견고한 브랜드력을 가진 제품을 활용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보여왔다. 해외에서는 미국 전 지점 월마트에 입점한 '신라면'에 이어 또다른 성장 동력의 브랜드가 필요한 실정이다.

 

라면 이외에서 수익성을 제고할 신사업을 발굴해 안정적인 사업 기조를 보이기 위해서 신 상무는 성공적인 M&A로 농심의 외형적 성장과 사업 다각화를 이루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업계 안팎에서는 신 상무의 미래사업실장 배치에 대해 농심이 섣부르게 승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졸업 후 2015∼2016년 외국계 회사 인턴 과정을 끝낸 뒤 지난 2019년 3월 경영기획팀으로 농심에 입사했다. 이어 지난 2021년 부장으로 승진한 뒤 같은 해 11월 상무로 진급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 상무는 농심 지분 3.29%(20만 주)와 농심홀딩스 32.72%(199만70주), 율촌재단 4.83%(29만3955주)를 보유해 주주 중 개인으로써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최근 오너 일가 3세들이 전면적인 행보에 나서며 그룹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데, 기업의 정체성과 사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경험이 다소 부족한 그들이 신사업과 전략·기획 등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그리는 부서로 빠르게 배치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M&A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들도 수차례 고배를 드는 만큼 기업 인수합병은 어렵고 까다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농심은 M&A 성공 사례가 전무하며 전담 부서 책임자인 신 상무의 경력이 적어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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