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입력 : 2024.01.13 07:00 ㅣ 수정 : 2024.01.13 07:00
태영건설 워크아웃 공식 개시... 동의율 96.1% 채권단, 제2차 채권단협의회 열리는 4월11일까지 실사 실사 과정에 예상치 못한 '우발채무' 등 걸림돌 수두룩 워크아웃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법정관리 가능성 배제 못해 향후 수개월간 회사 운영에 필요한 5000억원 이상 자금 확보해야 채권단 "태영건설 임직원과 태영그룹 뼈 깎는 노력 기울여야"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작업)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개시됐다.
워크아웃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때 법정관리까지 거론됐던 태영건설이 9일 새로운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채권단 요구를 사실상 수용해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건설 업계와 금융업권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발(發) 연쇄 위기 우려는 일부 완화될 조짐이다.
■ 'SBSㆍ티와이홀딩스 주식도'...태영건설, 채권단 요구 사실상 다 수용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이하 산은)은 12일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동의율 96.1%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채권자협의회는 4월 11일까지 모든 금융채권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고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부채실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실사 및 평가 결과 태영건설 정상화 가능성이 인정되고 대주주 및 태영그룹이 자구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한다고 판단되면 실사 결과를 토대로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해 협의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기업개선계획에는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 금융채권자의 채무조정 방안, 신규자금 조달 방안 등이 포함된다.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장 중 분양이 완료된 주택 사업장이나 비주택 사업장은 당초 일정대로 공사가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분양이 진행 중인 주택 사업장은 분양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한다.
아직 공사를 개시하지 않은 사업장은 사업성과 실행 가능성을 종합 검토해 조기 착공 추진, 시공사 교체, 사업 철수 등 처리방안을 신속하게 확정한다.
산은은 자금관리단을 구성한 뒤 태영건설에 파견해 회사 자금 집행을 관리할 예정이다.
산은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PF사업장과 관련해 발생하는 부족자금은 PF사업장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며 "자금관리단이 태영건설과 PF사업장 자금 관계를 독립적이며 객관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의 발표 내용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태영건설이 채권단 요구를 사실상 모두 다 수용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윤세영 태영건설 창업회장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이구동성으로 SBS와 태영건설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주식 담보를 통해서라도 태영건설을 반드시 살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SBS, 티와이이홀딩스 주식 담보 제공은)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전체가 다 필요하다면 전체를 내놓을 각오도 되어 있다"는 말로 사재출연 의지 또한 내비쳤다. 다만 SBS 매각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러한 태영그룹 노력에 채권단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보인다.
■ ‘워크아웃‘은 시작에 불과...향후 해결해야 할 숙제 '수두룩'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우여곡절 끝에 개시됐지만 이제 시작이다.
채권단은 외부법인을 선임해 제2차 채권단협의회가 열리는 4월 11일까지 기업 자산부채 실사작업을 진행한다. 이를 토대로 산은이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한다.
실사가 진행되는 3개월 동안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채권단의 채권 행사는 3개월간 유예된다. 이는 기업 재무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워크아웃을 신청한 쌍용건설은 실사 진행 가정에서 약 1100억원에 달하는 추가 PF 관련 우발채무가 드러난 사례가 있다.
대규모 우발 채무나 예상치 못한 부실이 적발되면 최악의 경우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중단할 수도 있다. 이는 곧 법정관리로 이어진다.
산은은 지난 10일 채권단회의를 통해 "실사 과정에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 가운데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되면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개시됐지만 이것만으로 태영건설이 완벽하게 회생할 기회를 얻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워크아웃 과정에서 법정관리로 전환되거나 폐업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쌍용건설을 비롯해 벽산건설, 우림건설, 중앙건설 등이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로 넘어간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벽산건설은 워크아웃 도중 법정관리로 전환한 뒤 2014년 파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 과정에서 법정관리로 넘어갔지만 M&A(기업 인수합병)를 통해 회생에 성공한 쌍용건설과 같은 사례도 있다"며 "그러나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워크아웃을 신청한 현대건설은 4년 뒤인 2005년에 졸업에 성공했으며 쌍용건설은 6년이 걸렸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개시로 유동성 위기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처지다. 회사를 향후 수개월간 운영하기 위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운 유동성 공급이나 재무구조 개선안이 확정되기 전 기업 운영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워크아웃 개시로 금융채권 행사가 유예되는 것과 달리 인건비와 공사비 지급 등 일반 상거래 채권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갚아야 한다.
소송 채무나 창구(소매)에서 판매된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도 행사가 유예되는 금융채권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자금은 태영그룹이 마련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5000억원대 자금 마련과 예상치 못한 채무의 출현 가능성 등 태영건설의 앞길이 순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 협의회는 "태영건설의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태영건설 임직원과 태영그룹은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강도 높은 해법 마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