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 혐의 등을 받는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지주회사) 조현범 회장의 19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역삼동 사옥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해 진행된 18회 공판에 대한 피고인 측 반대 심문 중심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우암건설이 역삼 빌딩 공사를 맡게 된 배경과 첫 계약 보다 42억원 높은 공사비를 지급한 이유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어왔다.

 

조현범 회장은 우암건설 사업에 특혜를 주고 대가성 차량 등을 제공 받은 혐의을 받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우암건설 수주 건이 경쟁 업체와의 단가 경쟁 우위, 우수한 시공 능력 등 합법적인 사유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암건설은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 3차 증설 공사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아트라스비엑스의 전주공장 증설공사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압연동 증설공사 △한국타이어 연구개발(R&D) 센터인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공사 △판교 신사옥 공사 △서울 역삼동 사옥 리모델링 공사 등에 참여했다.

 

이날 재판에서 한국타이어 측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역삼동 사옥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해 집중적인 심문을 받았다. A씨는 한국타이어 주요 시설을 관리하고 프로젝트 건설 기획 설계‧실무를 담당하며 신사옥 추진, 리모델링 사업 등에 관여해온 인물이다. 

 

■ 조병구 부장판사, "한국타이어는 우암건설에 최종 계약 당시보다 20% 이상 지급,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 있냐" 추궁

 

조병구 부장판사는 특히 "한국타이어는 우암건설과 역삼동 건물 공사 계약을 220억원에 완료했지만 최종적으로 계약 당시보다 20% 이상 높은 금액을 지불했다"면서 "통상적으로 계약 단가보다 20% 높은 공사비를 지불하는 경우가 있나"라고 질문해 주목됐다. A씨는 판사의 질의에 “역삼 리모델링 공사는 건물 노후가 너무 심했다. 노후된 건물 공사에서 이 정도 증액 되는 경우가 있다”고 대답했다.

 

검사도 한국타이어가 공사비를 추가로 42억 증액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고, 변호사 측은 한국타이어가 제출한 △경영보고서 △지출 증빙 △공사 현황 보고 자료 등을 근거로 증액이 합당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A씨의 답변 등을 종합하면, 한국타이어는 2019년 9월경 우암건설로부터 178억 규모의 사업 제안서를 받았다. 실제 공사는 220억원으로 계약해 시작했고, 우암건설은 공사 중 △노후 보수 △설계 변경 △소방법 등 관련법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 등을 이유로 총 63억원을 추가 정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2021년 7월 공사 종료 시점에 총 42억5452만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암건설은 2021년 2월(16억), 3월(43억), 4월(45억) 연달아 공사비 증액 요청을 했다. 감리단은 우암건설의 증액 요청 내역을 검토하고 첫 계약 조건을 유지하면 15억, 리모델링 요건을 반영하면 21억, 우암 측의 모든 요청을 받아들이면 30억원 증액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후 우암건설은 63억원 증액 요청을 했다. 이에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B씨는 증액 금액이 너무 크다며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하라고 지시해 21억 규모로 증액을 진행했다. 

 

한국타이어는 감리단과 함께 공사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하지만 △시공사 견적 오류 △설계 오류 △견적 누락분 △추가 공사 등이 일어나면서 리모델링 공사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했다. 

 

■ 한국타이어 측 증인 A씨, "추가공사 및 우리측 설계 오류 등으로 인해 추가 비용 발생"

 

A씨는 이에 대해 "역삼 사업은 40년이 넘은 오랜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이므로 철거하기 전에 확인할 수 없는 사항들이 많았다"며 "계약 시기와 공사 진행시기에 법규가 변경된 부분이 있어서 법규에 맞추다 보니 추가 공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슬라브 균열 강화를 위해 실시하는 엑포시 주입 등 시공은 바닥 마감재를 뜯어보기 전까지는 건물 상태나 공사 규모를 짐작할 수 없다"며 "대부분이 실제 시공을 하면서 공사 범위가 넓어져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사가 끝날 무렵 실시한 최종 검토에서 한국타이어 잘못으로 설계 오류가 발생한 부분에 대한 16억원 증액 인증분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A씨는 설계 오류에 대한 부담을 한국타이어가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입찰시 시공사가 검토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았다. 공사를 빨리 시작하고자 한 부분이 있었다. 설계 도면은 시공사의 잘못이 아니라 건축사와 본인(A씨)이 작성한 것이라 우리(한국타이어) 잘못이 있었던 부분에 대한 증액을 인정했다"고 했다.

 

더불어 "우암건설과 인테리어 회사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다보니 공사 기간이 짧아졌다. 이로 인해 야간근무, 추가근무 등이 발생해 노동자 인건비를 추가 지불하게 됐다"며 "8월 중순경에 지급이 너무 늦어지면 노동자 인건비 지급에 문제가 발생하므로 추석 전까지 집행해야 한다고 경영진에 보고했다.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2억을 감액하는 조건으로 263억을 지급하는 걸로 결론 냈다"고 말했다. 

 

 

■ 검사, "우암건설이 사업을 수주한 이유는 뭐냐" VS. 한국타이어 측 증인 A씨, "우선 공사에 적합하고 제시 금액도 낮아"

 

검찰은 많은 건설사 가운데 우암건설이 사업을 수주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사는 한국타이어가 '수의계약'을 통해 리모델링 사업 입찰을 진행한 이유와 우암건설이 우선공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다. 

 

A씨는 이에 대해 "프로젝트 특성상 기밀이 유출되면 안 되는 경우 수의 계약을 한다. 건설 프로젝트에서 수의계약을 하는 경우는 없다"며 리모델링 사업 특성을 설명했다.

 

이어 "우선공사와 본 공사 사이에 하자가 발생하면 법적인 분쟁이 일어난다. 분쟁이 일어나면 발주처인 한국타이어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우선공사가 중요하다. 우선공사에 적합한 우암건설이 공사를 맡았다"고 말했다. 

 

우암건설이 우선공사를 하게 된 이유를 묻는 검사의 추궁에 A씨는 "대형업체인 1~2군 업체들이 제시하는 금액이 너무 높았다. 역삼 빌딩 공사를 1~2군 업체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3군 이하 업체가 공사를 맡아야 하는데 시일이 급하다보니 우암건설을 택했다"고 답했다.

 

앞서 A씨는 피고인 측 반대심문 초두에 "공사 입찰을 하며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과 계약을 맺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실제로 우암건설은 2020년 수의시탁을 진행하며 경쟁사들 중에서 가장 낮은 계약가인 220억원을 제시했다. 1~2군 업체는 한국타이어 예상보다 80억원 높은 가격을 불렀다.

 

A씨는 반대심문에서 한국타이어의 건설 공사 선정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한국타이어와 사업이 가능한 건설사 100여개 중 지속적인 거래 업체는 10개 정도로 협력사 선정 기준은 △신용 평가  확인 △등록 업체 평가 등이다.

 

시공능력평가를 위해서는 △최근 몇 년간의 연매출 평가 △프로젝트 금액 수준 △프로젝트 수행 능력 등을 평가하며 한국타이어가 제시한 기준보다 시공 능력이 높은 경우 계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A씨는 “주거래 협력사는 매년 시공능력평가를 하고 있다”며 “우암건설 시공능력평가 등급은 단발성 기업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검사는 역삼 빌딩 리모델링 관련 경영진 보고를 할 때 조 회장에게 보고를 했냐고 물었고, A씨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에 검사는 증인의 상급자가 조 회장에게 따로 보고를 했는지 되물었고, A씨는 "따로 들은 것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