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11.17 09:20 ㅣ 수정 : 2023.11.17 09:20
올해 이직 희망자 1000만 명 돌파하며 전체 직장인 7명 중 1명꼴로 직장 옮겨 역대급 이직 붐 현상 나타나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종신고용을 당연시 여기던 일본사회에 이직이란 단어가 점차 빈번하게 들려오고 있다. 총무성이 작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이직을 희망한다고 답한 직장인은 968만 명으로 과거 최다를 기록했고 올해는 10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중 실제 이직한 인원은 303만 명으로 일본 전체 취업자 수가 6787만 명이니 7명 중 1명은 이직을 희망하고 있고 100명 중 4~5명은 실제로 이직에 성공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의 대형취업포털 리크루트 역시 향후 이직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직업 안정성을 중요시하던 일본사회에 이토록 이직열풍이 부는 까닭은 무엇일까. 답은 이번에도 역시나 인력부족이다.
일본은행이 지난 9월에 실시한 기업 단기경제 관측조사에서는 인력이 과잉상태라고 답한 기업 비율에서 부족하다고 답한 기업 비율을 뺀 고용인원 판단DI가 모든 산업에서 마이너스 33을 기록하여 리먼 쇼크 직전 경기호황을 보이던 2007년 말의 마이너스 10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이를 두고 리크루트 관계자는 인력부족이 만성화되어버려 기업들이 과거에는 볼 수 없었을 만큼 경력직 채용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퇴직과 인구감소가 맞물리는 상황이라 기존 업무를 유지하기 위한 신규 직원도 부족한데 일하는 방법의 개혁으로 평균 근로시간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고용인력의 절대적 증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직과 관련된 상식도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직에 도전하는 것은 35세가 한계고 이직을 하더라도 오히려 연봉은 내려간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던 탓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처우가 오히려 나빠진다는 사실을 직면하고 현실에 만족하며 이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마이나비가 작년에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는 이직 후에 연봉이 올랐다고 답한 직장인은 39.5%로 줄었다고 답한 18.6%를 크게 웃돌았다. 2019년만 해도 이 비율이 33.7%와 25.8%였지만 이직으로 연봉을 올리는 직장인들이 뚜렷한 증가세에 있는 것이다.
특히 40대 남자 정직원의 이직률은 5.7%로 2016년의 2.2%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나 20대(14.8%)와 30대(11.2%)만큼은 아니더라도 4~50대도 충분히 이직시장에 뛰어들어 연봉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일본의 이직률이 높다고 말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노동정책연구기구의 국제노동비교 2023에 의하면 전체 직장인 중 근속연수 10년 미만의 비율은 일본이 53%인데 반해 독일과 프랑스는 약 60%를 기록했고 영국은 70%, 한국은 80%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여기에 인디드 재팬의 국제비교조사에서도 20대에서 50대 정규직 남성 직장인 중 이직을 경험한 비율은 일본이 60%로 영국의 90%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동 조사에서 일본 직장인들은 가장 많은 40.9%가 ‘현재 직장에 불만이나 싫은 점이 있다’를 이직사유로 꼽아 조사 대상인 한국, 일본, 영국, 독일, 미국의 5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흔히 생각하는 더 좋은 처우나 조건을 바라는 이직보다는 어쩔 수 없이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