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9.11 09:53 ㅣ 수정 : 2023.09.11 09:53
한국처럼 간편하고 효율적인 정보통합과 활용을 꿈꿨지만 현실은 각종 사고와 국민 불신감만 높이면서 정권 지지율까지 영향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한국의 주민등록시스템과 같은 선진화된 시스템을 만들고자 일본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해온 마이넘버를 둘러싼 사고와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본의 마이넘버 카드는 한국의 주민등록증처럼 얼굴사진과 성명, 주소, 생년월일, 성별 등이 기재되어 지금까지는 종이로만 처리하던 각종 행정수속은 물론 병원, 은행 등에서도 간편하게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카드다.
마이넘버 카드를 건강보험증으로 이용하면 이직, 결혼, 이사 등으로 주소가 바뀌어도 새로운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을 필요가 없고 어느 병원과 약국을 방문하든 전산으로 과거의 진료 및 처방내역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종이 보험증과 진료내역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국민들의 생활편의를 증대하고 각 부처와 지자체에 분산되어 있던 정보들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목적으로 마이넘버 도입을 적극 추진해왔고 올해 7월 말 시점으로 인구의 71%에 해당하는 9400만 장의 마이넘버 카드가 교부되었다.
하지만 오래된 아날로그 시스템을 무리하게 전산화하려 했던 탓인지 각종 사고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발급된 마이넘버 카드가 엉뚱한 사람에게 배송되거나, 건강보험 데이터와의 연동이 꼬이면서 병원에서 다른 사람의 진료정보가 출력되거나,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의 은행계좌로 연금이 이체되는 등 가뜩이나 개인정보에 민감한 일본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심각한 사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다.
여기에 적극적인 정부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마이넘버를 활용한 수속이 생각만큼 편리하지 않았고 현장 관계자들의 교육도 부족했던 탓에 마이넘버 자체에 대한 불신감이 계속 커지면서 이미 발급받은 마이넘버 카드를 반납하거나 자체적으로 폐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특히 ‘기존 건강보험증에 비해 발급비용이 저렴하고 업무효율화로 인한 예산절감은 당연하다’고 호언장담했던 기시다 총리의 발표와는 달리 입헌민주당 측에서 예산절감은커녕 5억 엔 이상의 추가예산이 마이넘버 카드로 인해 발생할 것이라는 계산결과를 내놓자 애초에 왜 마이넘버 카드를 추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연이은 사고와 불만들로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까지 하락할 조짐을 보이자 마이넘버 도입을 담당한 일본 디지털청은 서둘러 점검본부를 새로 설치하여 11월 말까지 관련 데이터와 시스템 등을 전면 재점검하기 시작했고 기시다 총리도 내년 가을에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던 종이로 된 건강보험증을 최장 5년 더 사용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며 민심달래기에 나섰지만 사고수습이 기약 없이 늦어지며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