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인재 이탈에 문제수 줄이고 난이도까지 낮춘 일본 공무원 시험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국가공무원의 인사관리를 담당하는 인사원은 지난 6월 8일 올해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의 합격자는 총 2027명이라고 발표하며 시험경쟁률은 7.1배, 합격자 중 도쿄대학 출신은 193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국가공무원 종합직은 중앙관청의 간부가 되는 지름길로 여겨지며 소수 엘리트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종합직 시험의 경쟁률이 작년의 8.2배보다 더욱 떨어지고 합격자 중 도쿄대학 출신은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인 동시에 사상 처음으로 200명을 밑돌았다는 사실은 현재의 국가공무원을 바라보는 일본 젊은이들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대로 여성 합격자는 683명으로 작년보다 110명 늘어나며 과거 최다를 기록했고 이공계 합격자도 작년 대비 140명 많아 디지털 인재에 대한 수요가 반영되기도 했다.
인사원이 가장 최근에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국가공무원을 희망하지 않은 이유로 가장 많은 76%의 취준생들이 ‘채용시험의 난이도’를 꼽았고 이어서 55%가 ‘초과근무와 심야·조기출근으로 이어지는 살인적인 업무량’이 뒤를 이을 정도로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국가공무원은 장시간 노동과 수당 없는 야근에 시달리는 흔히 말하는 ‘블랙기업’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공무원을 기피하고 사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사원은 공무원 시험일정을 2주 정도 앞당기며 민간기업의 채용일정을 의식했지만 올해 종합직 시험 응시자는 총 1만 4372명으로 역사상 두 번째로 적은 수치를 기록하며 젊은이들의 발길을 되돌리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인사원은 국가공무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접근난이도를 낮추기 위한 본격적임 움직임에 들어갔다.
그 첫 번째가 급여와 근무환경 개편으로 인사원은 내년부터 국가공무원의 기본급을 월 1만 엔 이상 인상하고 재택근무 수당을 추가하는 한편 육아나 개호와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주 4일제 근무신청이 가능토록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기본급이 1만 엔 이상 인상되는 것은 무려 33년 만으로 인사원의 권고사항을 직접 전달받은 기시다 총리는 내년 4월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절차를 서두르겠다고 응답했다.
인사원은 여기에 주 4일제를 자유롭게 신청하여 주 38시간의 최소 근무시간은 유지하되 유연근무제를 통해 주말 이외에 휴일을 하루 더 추가하는 방식으로 젊은이들의 워라밸 수요까지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본 국가공무원 중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비율은 2021년 10월 시점으로 평균 7.7%, 인원으로는 약 2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기 때문에 이번 권고사항이 받아들여진다면 국가공무원은 항상 격무에 시달린다는 세간의 이미지에 조금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국가공무원에 대한 도전 문턱 자체를 낮추는 방법으로 인사원은 내년 국가공무원 시험부터 출제문항 수를 삭감하겠다고 지난 3월 정식 발표했다. 봄에 치르는 1차 필기시험이 대상으로 문제 수가 줄은 만큼 수험자의 부담을 완화하여 민간기업의 채용활동과 본격적인 경합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는 1차 시험 중 지능과 지식을 묻는 기초능력 시험의 문제 수를 현행 40문제에서 30문제로 줄이고 이 중 지식문제 6개는 시사중심으로 개편하여 사회정세에 관심이 있다면 응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법률, 경제, 정치·국제·인물을 다루는 2차 논술시험도 현행 3문제에서 2문제로 줄이는 방안 역시 확정됨에 따라 내년부터 국가공무원에 도전하는 취준생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을 만들어두었다.
하지만 코로나를 벗어나며 민간기업의 채용경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국가공무원까지 본격적으로 인재쟁탈전에 뛰어들면서 내년 일본 취업시장은 더욱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