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580)] 고물가에 추풍낙엽 기업들, 통계조사 이래 최다 파산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7.14 09:25 ㅣ 수정 : 2023.07.14 09:25

코로나 엔데믹 이후 물가상승 지속에 일본 중소기업들 줄줄이 파산위기 내몰려, 원자재값등 크게 올랐음에도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 올리지 못하는 바람에 도산기업 작년 463곳, 2021년 대비 3.4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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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인상으로 도산하는 일본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초기보다 둔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물가상승에 일본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파산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가격전가 정도는 유럽의 절반 정도인데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모처럼의 경기회복세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섞여 나오고 있다.

 

제국데이터뱅크의 조사에 의하면 원자재 조달가격의 상승이나 가격전가를 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도산한 기업은 작년 한 해에만 463곳으로 2021년의 136건에 비해 3.4배 급증하였고 특히 올해는 3월 한 달 동안에만 67개 기업이 도산하며 과거 최다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다.

 

한 예로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치시(会津若松市)에 위치한 마루미네(丸峰) 관광호텔은 올해 2월 28일부로 민사재생 절차에 들어갔다. 유명 관광지인 아시노마키(芦ノ牧) 온천의 대표 료칸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지만 신종 코로나 이후 손님이 급감한 상태에서 연료비 급등이 결정타를 날렸다. 부채액은 자회사를 포함하여 25억 5500만 엔 수준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고물가로 도산에 내몰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 버블붕괴 이후 30년가량 물가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보니 소비자들은 작은 가격인상에도 매우 민감하고 인색하게 반응하며 기업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일본 종합연구소가 기업 간 거래를 나타내는 기업물가 지수와 소비자 물가지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일본 기업들의 가격전가율은 20.3%로 미국(48.5%)이나 유럽(58.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기 수치는 작년 7~12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인데 본격적인 물가상승으로 떠들썩했던 올해 1~3월 조사에서도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22.1%의 가격전가율을 보였고 이에 대해 일본 종합연구소는 ‘일본은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사회통념이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격전가는 소비자들이 직접 접하는 서비스업에서 특히나 지지부진하다. 제국 데이터뱅크는 기업이 100엔의 코스트 상승분을 얼마까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지 업종별로 분류하였을 때 오락서비스업(12.7엔), 운송창고업(20엔), 숙박업(21.7엔)이 현저하게 낮은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올해 3월에 실시한 생활의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싼 가격을 중시한다는 응답비율은 작년의 51.7%보다 더욱 상승한 57.6%를 기록하면서 기업들은 더욱 소비자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는 역대급 임금협상과 기본급 상승 뉴스들까지 사방에서 들려오면서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도산하는 기업 수가 작년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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