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6.16 09:55 ㅣ 수정 : 2023.06.16 14:44
코로나 이후 만연되고 있는 인력난에 대부분 기업들, 인턴채용 기준 대학 3학년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일본학생들 취업준비 시기 대폭 앞당겨져, 대학들도 취업설명회 앞당기고 횟수 늘리는 등 대응 나서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대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기업들의 여름방학 인턴십이 6월부터 본격적인 모집에 들어갔다.
일본의 학사일정에 맞춰 중간고사 이후부터 바로 움직이는 셈인데 아직 한참 대학생활을 즐기고 싶은 일본 대학생들로서는 취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턴십을 무시할 수도 없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여하는 모양새다.
일본의 대형 취업포털 리쿠나비(リクナビ)는 이번 달 1일부터 여름방학 인턴십을 위한 전용 홈페이지를 오픈하였는데 첫 날부터 약 7000여개 기업의 인턴 채용정보가 동시에 게시되며 그 규모와 열기를 짐작케 했다.
일본 정부 역시 기존에는 채용면접이 이루어지는 대학교 4학년 6월 전까지는 인턴 참가 이력을 채용에 활용하지 말라는 기준을 기업들에 요구해왔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활용해도 좋다고 입장을 바꿨다.
다만 홍보성 단기인턴 남발을 막기 위해 최소 5일 이상 시행해야 하고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참가한 것만 인정한다는 기준을 추가로 세우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기업들에게 여름방학부터라는 공통적인 시작일정을 제시한 꼴이 되어버려 새로운 채용경쟁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대학들로서는 학생들의 취업이 걸려있는 문제다보니 어쩔 수 없이 기존 취업설명회를 앞당기고 횟수를 늘리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도쿄에 위치한 토요대학(東洋大学) 취업커리어 지원실은 작년까지는 가을에 실시하던 3학년 대상 취업세미나를 올해는 개강 직후인 4월에 개최했다. '인턴모집에 대응하기 위해 학생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대답한 토요대학 담당자는 ‘대학교 3학년이 되자마자 1년 넘게 취업활동에 매달려야 하고 인턴채용에서도 여러번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학생들의 취업부담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죠치대학(上智大学) 역시 이력서 작성법과 같은 인턴지원을 위한 강좌 횟수를 늘리고 있는데 취업팀 관계자는 ‘인턴기간이 최소 5일 이상이 되면 단기인턴이 사라지고 기업들이 초청할 수 있는 참가자 수도 줄어들기 때문에 반대로 인턴에 불합격하는 학생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들의 취업활동이 점점 빨라지고 길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물론 가장 압박을 느끼는 것은 대학생들이다. 아직 학기 중임에도 수시로 인턴설명회가 열리고 이력서 제출은 물론 면접까지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학업에 소홀해지는 것은 기본이고 원래라면 자기만의 계획을 갖고 여행이나 어학연수, 아르바이트 등으로 보내야 할 여름방학을 복수의 인턴만 쫓아다니다가 끝나버리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빽빽한 인턴 스케쥴 때문에 여름방학에 진행되는 어학연수를 포기했다는 죠치대학의 3학년 여학생은 ‘취업은 잊고 공부나 좋아하는 일에 열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대학생활 자체가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여야만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기업보다 구직자가 아쉬운 입장인 한국의 대학생들에게는 복에 겨워 보이는 상황일 수도 있지만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점차 잃어만 가는 일본 대학생들에게는 나름의 고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