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5.26 09:12 ㅣ 수정 : 2023.05.26 09:12
일본 공립초등학교 교원채용 시험 응시인원 작년보다 2000명 이상 감소, 일부 학교 200명 채용에 198명 지원 그쳐 사상 초유로 정원미달 사태까지 발생, 업무량 자체 줄지 않는한 교원부족 사태 쉽게 해결되지 않을듯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의 인구감소는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실은 그보다 교원 수가 더 빠르게 줄고 있어 전국의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자체 집계한 결과를 봐도 올해 일본 공립 초등학교 교원채용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작년보다 2000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큐슈에 위치한 오이타현(大分県)은 올해 200명의 초등학교 교사를 새로 필요로 했지만 실제 응시인원은 198명에 그쳐 사상 처음으로 시험 접수단계에서 정원미달이 발생했다. 이후 필기와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한 인원은 이보다 더욱 적은 159명으로 채용예정 인원을 크게 밑돌면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작년에도 30여명의 교원 부족으로 인해 교감선생님이 담임을 맡거나 이미 재임용기간까지 끝난 60대 후반의 퇴직자들까지 다시 학교로 불러들여야만 했던 오이타현 교육위원회는 현재 상황이 만성화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년에도 교원 부족이 한층 심각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오이타현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젊은이들에게 교사라는 직업이 더 이상 매력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담당과목도 많고 하루 종일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한 부하가 걸리는데 학생들이 귀가한 후에도 수업준비와 채점 등의 수당도 나오지 않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워라밸과 경제적인 면, 모두 최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교사의 꿈을 포기하고 민간기업으로 취업하는 친구들을 많이 봐왔다는 오이타현의 한 20대 여교사는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업무삭감 노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잔업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현 제도를 개선하고 업무량 자체를 줄이는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교원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지방 소도시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쿄와 인접한 인구수 922만 명의 대도시 카나가와현(神奈川県) 역시 올해 중학교 교원으로 300명을 채용하려 하였지만 실제 합격자 수는 257명에 그쳤다. 채용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1007명이었지만 필기시험 통과자부터 이미 300명을 밑돌았다고 한다.
카나가와현 교육위원회 담당자는 ‘교원부족이 심각해서 원래라면 더 많이 채용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무작정 합격자를 늘리면 학습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카나가와현은 작년에도 초등학교에서 76명, 중학교에서 38명의 교원부족이 발생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학생들을 자습시키는 사례가 발생했고 미술과 가정과목 선생님을 구하지 못해 주변 학교에서 매주 출장을 오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외에도 미야기현(宮城県)에 위치한 센다이시(仙台市)도 올해 채용시험에서 초등학교는 190명의 채용계획보다 적은 172명만이 합격하였고 중학교 역시 80명보다 적은 66명이 합격하는 등 교원부족 사태는 일본 각지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발생하고 있다.
심각성을 인지한 문부과학성은 부랴부랴 6년 만에 공립학교 교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했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교직원 급여특별조치법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미 뿌리내린 교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