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6.09 09:29 ㅣ 수정 : 2023.06.09 09:29
31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임금인상률 고작 6.3% 올랐는데, 코로나 이후 큰 폭으로 오른 물가상승에 발목 잡혀 임금인상 상승 전혀 실감나지 않아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봄부터 이어진 노사 간 임금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일본 직장인들의 월급은 4월부터 이전에는 없던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여기에 주요 대기업들도 작년부터 이어진 엔화약세를 이용하여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처우개선에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본격적인 경기회복과 생활수준 향상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일본 직장인들 중 생활이 나아졌다고 실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왜일까?
먼저 올해 임금협상이 순조로웠던 것은 사실이다. 일본노동조합 총연합회의 조사에 의하면 올해 일본 정규직 직장인의 임금은 작년의 2배가 넘는 3.67% 상승했는데 임금상승률이 3% 후반을 기록한 것은 3.90%를 기록했던 1993년 이후 정확히 30년 만이다.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비정규직 임금 역시 5.35%라는 높은 인상률을 기록함에 따라 물가와 월급은 오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일본만의 상식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OECD 자료로 보더라도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일본의 평균 임금은 고작 6.3% 오르는데 그쳐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53.2%)이나 영국(50.4%) 등에도 비할 바 없이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러왔기 때문에 올해 임금협상에 대한 일본 직장인들의 기대감도 남달랐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은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만들어낸 역대급 물가상승에 완전히 박살 나버렸다.
일본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3.0% 올랐는데 일본에서 물가인상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제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1년 이후 무려 41년 만이다.
이처럼 물가상승폭이 임금인상을 뛰어넘으면서 실질임금을 끌어내리는 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이번 달 6일에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노동통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상된 월급이 적용된 올해 4월 기준 일본 직장인들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3.0% 하락하며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호세대학(法政大学)의 야마다 히사시(山田 久) 교수는 ‘실질임금은 가을쯤에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안정적인 상승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면서 현재의 고물가가 당분간은 안정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때문에 일본 직장인들의 다음 관심은 중소기업 임금협상으로 넘어가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의 임금협상은 보통 6월까지 이어지는데 일본노동조합 총연합회 역시 일반인들이 급여가 올랐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70%의 근로자들이 소속된 중소기업의 임금협상 결과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열악한 위치에 있는 만큼 원자재 가격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가 더욱 힘들고 그만큼 근로자 처우개선에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 기대만큼 높은 임금인상이 이루어질 지는 낙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