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수수료 이익···금융그룹 ‘비이자 키우기’ 고민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5.11 07:34 ㅣ 수정 : 2023.05.1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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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로고.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그룹들이 비(非)이자 이익 확대로 이익 균형화와 안정적 성장을 꾀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비이자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수료 이익이 시장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고객 인식 등으로 쉽게 조정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들은 잇따라 수수료 면제 정책을 도입하고 있고, 증시가 출렁이면서 증권사 수수료 변동폭도 커지고 있다. 금융그룹들은 자체 비이자 이익 확대 전략을 전개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올 1분기 수수료 이익 합계는 2조3850억원으로 전년동기(2조5083억원) 대비 4.9% 감소했다. 우리금융(3.1% 증가)을 제외하고 KB·신한·하나금융의 수수료 이익이 같은 기간 1.8~14.0% 줄었다. 

 

금융그룹 수수료 이익은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전 계열사에서 거둬진 걸 모두 더한 것이다. 송금이나 신용카드, 증권, 펀드·방카슈랑스, 외환, 투자금융 등의 업무에서 나온 수수료다. 유가증권 이익도 포함된다. 

 

금융지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올 1분기 수수료 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줄어든 건 증시 부진에 따른 증권업 수수료 감소와 펀드·방카슈랑스 수수료 감소 등의 영향이다. 일례로 KB금융의 경우 증권업수입수수료가 2135억원에서 1377억원으로 37%나 빠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증권 수수료는 증권사를 통한 주식 거래량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며 “요즘은 증시가 횡보 상태이다 보니 1년 전 저금리 때 활황이었을 때 보다는 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이익은 금융그룹의 비이자 이익 확대를 위해 꼭 키워야 하는 부분이다. 금융그룹 비이자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수수료 이익이 부진하면 금융그룹 실적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이익 균형화를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금리가 하락 전환할 경우 이자 이익 감소는 불가피한데, 현재 구조상 거의 모든 금융그룹들이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비이자 이익 비중을 늘려 안정적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4대 금융지주는 총 48조4083억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는데, 이자 이익만 39조6735억원(82%)에 달할 만큼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이는 금융그룹들이 시장금리 상승에 올라타 이자 장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웰스파고 등 미국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영업 이익에서 비이자 이익이 차지한 비중은 43%로 집계됐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18%)보다 25%포인트(p) 높은 수치다. 

 

금융그룹들도 수수료 이익에서 나아가 비이자 이익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뚜렷한 묘수는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중은행들은 송금 수수료 면제 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금융의 사회적 역할 차원이라지만 수수료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 

 

다른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계좌 관리에 들어가는 유지·관리비를 수수료로 산정해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서상 맞지 않아 도입하지 못 하고 있다”며 “갈수록 수수료 이익을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금리가 정점을 찍으면서 올 하반기 이후부터는 금융그룹의 이자 이익 증가세도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앞으로 금융그룹 간 경쟁 결과는 비이자 이익에서 좌우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금리 상승·하락에 따른 영업 환경 변화로 증감하는 불안정한 수수료 이익 구조를 다변화해 비이자 이익 확대까지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그룹들은 자산관리(WM)나 기업투자은행(CIB) 등에서 나오는 수수료를 집중적으로 키워나가겠단 방침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탁 쪽이 상대적으로 증시의 영향을 덜 받고, 신탁을 포함한 WM이 은행의 본연 업무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키워나갈 계획”이라며 “수수료는 자체적으로 하더라도, 금융당국에서 비금융 규제를 풀어주면 시너지 효과로 비이자 이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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