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우리 이어 하나카드도 희망퇴직 단행…카드업계 전반 확산 주목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지난 연말 현대카드와 우리카드가 희망퇴직에 나선 가운데 하나카드가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이달 4일부터 이날까지 '준정년 특별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만 10년 이상 근속한 만 55세(1968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하나카드의 이번 희망퇴직은 카드업계의 올해 첫 사례로,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지급한다. 차장‧과장‧사원급은 36개월치, 부장은 31~36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지급하고, 자녀 학자금과 의료비, 재취업 지원금 등도 함께 지급한다.
하나카드는 이날까지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신청자를 대상으로 심의를 거쳐 이달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의 조기 전직 기회 제공과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대비한 인력구조 효율화를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지난 연말부터 희망퇴직 바람이 불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2월 근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지원프로그램을 신청받았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최대 39개월치 임금과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지원금 등을 지급했다.
우리카드는 1967~1969년생, 우리금융그룹 근속 10년 이상 재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월 평균임금의 24~36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자녀 학자금도 지원했다.
카드업계가 이처럼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몸집을 줄이는 것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이 감소하는 가운데 조달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카드업계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역성장했으나 2021년부터는 단계적 정상화, 보복소비 등 효과로 대폭 성장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상쇄할 정도로 결제금액과 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급격한 금리 상승과 고물가로 민간소비지출이 위축되면서 신용판매 부문의 성장이 제약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가계 재무부담이 확대되면서 카드론은 물론 자동차금융 등 여신성자산 취급액 성장세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건전성 역시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소득 감소로 보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리인상에 따른 연체채권 잔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차주의 약 60%가 다중채무자로 이뤄진 만큼 부실대출 위험성이 크다.
게다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가 74조원으로 커 조달부담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채권 금리가 급등한 탓에 이자부담이 두 배 이상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황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고객에게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혜택 기간을 줄이거나 캐시백 이벤트를 축소하는 등 디마케팅에 나서면서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구조 효율화로 인건비를 줄이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삼성‧KB국민‧롯데카드는 아직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으나, 업황이 어두운 만큼 희망퇴직 릴레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상 금융지주계열 카드사들은 은행에 맞춰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면서 "아직 실시하지 않은 지주계열 카드사들도 희망퇴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난항은 이제 시작 단계"라면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차환하려면 두 배가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카드업계 전반에서 인력감축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