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요안 칼럼] 군사정보 입문(4) ‘인지전’이 활용하는 ‘가짜뉴스’ 범람…‘비판적 사고와 검증능력’ 키워야
적의 의사결정 방해하고 사회적 분열 조장하거나 특정 여론 확산시키는 용도로 정보조작 활용
777 사령관과 국군정보사령부 참모장을 역임한 정요안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이 군내 다양한 정보기관과 정보업무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정요안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인지전(Cognitive Warfare)은 적의 인지 능력과 의사결정 과정을 교란하고 조작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전략적 전쟁 방식이다. 이는 심리전(PSYOP), 정보전(INFO OPS), 사이버전(Cyper Warfare), 미디어전(Media Warfare) 등 다양한 전술이 결합한 형태로 진행된다.
인지전의 목표는 적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조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거나 특정 여론을 확산시키는 것도 포함한다. 이들의 공통적 방법은 가짜뉴스라는 정보조작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잘못된 정보나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 등이 사용되며,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왔다. 황색언론, 선전, 역정보, 날조 등도 모두 가짜뉴스의 일부분으로 간주할 수 있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타인을 오도하려는 목적으로 부정확하거나 거짓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린다는 점에서 같은 의미이다.
인지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작전목표에 부합되도록 ‘속여야 할 대상’에 따라 기만목표를 수립한 후 조작된 정보를 적이 수집하게 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실제 전장에서 적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결심했는지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 최근 가짜뉴스의 생산 및 확대재생산, 소멸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이 사례를 통해 인지전의 전개과정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확인할 수 있다.
■ 미군 정보 소식통 인용한 부정선거 가짜뉴스 5주 동안 살아 움직여
지난 1월 16일 스카이데일리는 ‘(계엄군에 의해) 중앙선관위 연수원에서 중국인 99명이 오키나와로 이송됐다’는 기사를 미군 정보 소식통을 인용하면서 “이들은 12월 4일 검거 후 평택항을 통해 주일미군에 인계됐으며 이 과정에서 혐의 사실 일체를 자백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단독기사라면서 ‘사안에 정통한 미군 소식통’ 또는 ‘최근 미국령 사이판에서 기자와 접촉한 미 정보 소식통’이라는 출처를 근거로 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스카이데일리의 A모 기자와 이른바 ‘캡틴 코리아’ 안모(42) 씨 간 130분가량의 통화녹음 파일에 의하면, 안모 씨는 스카이데일리의 취재원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트럼프2기 행정부 관계자로 둔갑해 등장하기도 하고, 미 CIA에서 근무한 블랙 요원이라고도 했다. 미군 예비군 신분이라 풀타임 잡(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객원기자 자격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마블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유튜버로 활동했던 안모 씨는 주한 중국대사관 난입시도 및 경찰서 기물파손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됐다. 가짜뉴스는 최초 보도된 1월 16일부터 취재원이었던 안모 씨가 구속되던 날까지 5주 동안 살아 움직였다.
■ 부정선거 가짜뉴스, 일부 언론과 유튜버가 알리면서 사실처럼 전해져
가짜뉴스는 대개 그것을 만들만한 동기가 있는 사람이 만들기 마련이다. 가짜뉴스는 보통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으려고 의도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가 듣기를 원하는 바로 그 내용을 말해줌으로써, 우리의 시각을 더 굳히려고 노력할 뿐이다.
최초에 보도됐던 기사에서는 “체포된 중국인 간첩들은 모두 평택항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이송돼 미군의 심문과정에서 선거 개입 혐의를 자백했다”라고 주장했는데, 출처가 불명확하고 내용도 황당한 이 기사가 뜻밖에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이 뉴스는 극우 유투버들의 기사 퍼나르기와 방송으로 이어지면서 사실처럼 전해졌고,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가 지난 1월 18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이 기사를 언급하며 “부정선거가 자행되고 있어 계엄선포가 불가피했다”라고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20일 스카이데일리와 함께 해당 기사를 작성한 H모 기자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형사 고발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신청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1월 20일 주한미군 공보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한국 언론에 언급된 미군에 대한 묘사와 주장은 전적으로 거짓(entirely false)”이라면서 “대중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책임 있는 보도와 사실확인을 촉구한다”고 했다. 미국 국방부도 스카이데일리 주장에 선을 그었고, 비상계엄사태를 수사 중인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 인지적 부조화에 확증편향 끼어들어 듣고 싶은 정보 주목하게 도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과 주한미군의 입장표명, 국수본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1월 24일 시사주간지 ‘시사IN’이 보도한 ‘12.3, 선관위 연수원서 실무자 민간인 90여명 감금 정황’이라는 기사에 대해 “그 민간인이 중국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최상단에 게재됐다.
다음날인 25일 구독자가 150만명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인 ‘신인균의 국방TV’는 해당 기사를 인용해 “감금된 사람들이 중국인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도 같은 날 칼럼을 통해 “수원 선관위 연수원의 중국인 해커부대 90명이 누구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중국인 99명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선관위 연수원에서 체포됐고 미군기지로 이송됐다”라는 가짜뉴스를 언급했고, 1월 20일에는 (중국인 간첩들이) 외국인 연수생 신분을 가장해서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6개월 주기로 교체되면서 실업급여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인지적 부조화란, 뭔가에 대한 개인적 시각과 관념이 자기 앞에 놓인 실제 사실이나 증거와 맞아 떨어지지 않을 때 우리가 겪는 정신적 불편함을 말한다. 자기가 틀렸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심리적 불편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때 내가 듣고 싶은 정보에 귀를 기울이도록 돕는 ‘확증편향’이 끼어들어서 이를 해소하고 넘어가도록 도와준다.
■ 기자가 취재한 뉴스와 가짜뉴스의 차이는 ‘속이려는’ 의도에 있어
가짜뉴스는 실제 뉴스가 아니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기자들의 기사와는 구별된다. 단순히 누군가가 동의하지 않는 내용을 보도한다고 해서 가짜뉴스인 것도 아니다.
뉴스는 기자가 취재한 것을 기사로 쓰는 것이다. 기자도 인간인 이상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그 내용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뉴스와 가짜뉴스의 차이는 바로 그 의도에 있다. 합법적인 미디어는 여러분에게 ‘정보를 제공하려고’ 시도하지만, 가짜뉴스는 ‘속이려고’ 시도한다.
지난 2018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트위터에서 공유된 가장 큰 영어뉴스들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연구자들은 사용자 300만명 이상이 공유한 12만 6,000개가량의 기사를 살펴보았다.
이 연구에서 알아낸 바에 따르면, 진짜 기사보다는 가짜뉴스와 헛소문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했으며, 무려 6배나 더 빨리 확산됐다. 그중에서도 정치 관련 뉴스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빨리 도달했으며, 사람들의 개인 네트워크 속으로 더 깊이 침투했다.
가짜기사가 신속히 큰소리로 사람들에게 접근할 때 진짜 기사는 더디게 속삭이면서 도달한다. 따라서 진짜와 가짜를 식별하는 방법을 준비하고 연습해야 한다.
■ 미군 사례처럼 가짜뉴스 검증법 통해 ‘가짜뉴스 분별 감수성’ 가져야
미군도 적에 대한 기만계획을 수립할 때 ‘적이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기만수단과 세부방법들을 구체화하고 일정별로 정밀하게 적의 반응을 평가해가면서 발전시켜나간다. 이때 ‘가짜정보(허위정보, 조작된 정보)를 검증하는 적의 대응’도 고려하는데,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몇 가지 가짜뉴스 검증법이 있다.
첫째, 공식기관이나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지 확인하고 출처가 모호하거나 익명이라면 의심하라. 같은 뉴스가 여러 신뢰할 만한 매체들에서 보도됐는지도 확인한다.
둘째, 기사의 내용을 검토할 때는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많은지, 극단적인 주장인지, 반대의견이나 균형 잡힌 정보가 함께 분석되는지’를 확인하고, 팩트체크 도구를 활용해 특정 주장이나 뉴스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검색하고 출처와 신뢰도를 교차 검증한다.
셋째, 댓글과 공유 수는 조작될 수 있으므로 다 믿어서는 안 된다. 프로필용 사진이 없거나 활동 내역이 적고 특정 메시지만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계정은 조작된 봇(bot)이거나 가짜 계정일 가능성도 있다.
매일같이 하루 내내 정보가 쏟아지는 환경 속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알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출처를 확인하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것만으로도 가짜뉴스 식별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며, 누구나 편향될 수 있다는 인지적 취약점을 이해할 때 ‘가짜뉴스 분별 감수성’을 갖게 된다. 우리가 가짜뉴스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비판적인 사고와 검증능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미국 해군연구소(UNI)는 지난 5월 인지전이 새로운 전쟁 수행 개념으로 등장했다면서 미국은 인지전에 대한 방어적, 공격적 접근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 정요안 프로필 ▶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예비역 육군 준장), 前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 前 777사령관 직무대리, 前 육군본부 정보처장, 前 국군정보사 참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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