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요안 칼럼] 군사정보 입문(3) 셔먼이 공개한 미국의 정보 능력, 정보 자주화 필요성 일깨워
한반도에서 정보 수집하는 CIA 한국지부, NSA SUSLAK 등과 특히 501정보여단 활동 주목돼
777 사령관과 국군정보사령부 참모장을 역임한 정요안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이 군내 다양한 정보기관과 정보업무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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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정요안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지난 12.3 내란사태 당시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한 브레드 셔먼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계엄령은 한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국가안보를 위한 미국과의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했다.
이후 진행자가 셔먼 의원에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이번 비상계엄 선포 1주일 전에 남북 간 국지전을 유도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지만, 합참의장이 이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한국군 당국의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보나”라고 질문하자 셔먼 의원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 미 정보당국의 한국에 대한 도·감청 역사 오래됐으며 역량도 뛰어나
“이건 분명히 조사해 볼 일이다. (중략) 미국 역시 미국만의 정보수집 능력이 있다. 그리고 만약 한국군이 남한 내 어느 장소를 공격해 사건이 발생했더라도 ‘미국은 북한의 공격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또 이를 공개해 당시 북한이 그런 공격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한국과 미국 국민에게 알렸을 것이다.”
미국의 정보력을 강조하면서 시작된 인터뷰에서 셔먼 의원은 대한민국 영토에서 한국군에 의해 북한국 소행으로 둔갑한 폭력사태가 벌어진다면 미국은 해당 사건이 북한군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고, 이를 한미 양국 국민에게 공개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런 출처의 정보를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 것일까?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중요통신을 도청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1993년 비밀 해제된 ’마법의 가로채기(Magic Intercept)’라고 불리는 미국 정부의 문서에는 당시 미국 첩보원들이 적국과 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중요 전신을 가로챘음을 보여준다.
6.25 전쟁에서도 감청이 이뤄졌다. 1950년 6월 16일 평양주재 소련 대사 스티코프는 북한군의 남침 일자와 남침 방법에 관해 모스크바와 전문을 주고받았고, 이 같은 사실을 미국이 감청했다. 예비역 공군 대장인 김두만 장군의 평전 ‘항공징비록’을 보면 당시 한국공군 정보 부서의 정보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6.25 전쟁 발발 일자와 시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는 6월 16일 스티코프가 모스크바와 주고받은 전문 감청을 통해서였으리라.
미국은 6.25 전쟁 발발 상황과 관련해 오랫동안 공산 측의 진행 상황을 어항 속의 금붕어를 쳐다보는 것처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 같은 정보에 근거해 일사천리로 6.25 전쟁 발발에 대비한 것이다. 이런 능력은 미국 정보기관의 뛰어난 도·감청 역량에 근거한다.
■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 정보기관 중 INSCOM 예하 501정보여단 주목돼
미국은 18개의 정보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CIA, FBI, NSA, NGA, NRO, DIA 등 6개의 국가급 정보조직과 INSCOM(육군), ONI(해군), 25AF(공군), MCIA(해병대), CGI(해안경비), 우주군 등 6개의 군 정보조직 그리고 5개의 행정부 정보조직인 마약청(DEA), 국토안보부(I&A), 국무부(INR), 재무부(TFI), 에너지부(OICI))에 이들을 통합하는 국가정보국(ODNI)이 그것이다.
이들 중 한반도에 전개해 정보수집을 하는 기관은 CIA의 한국지부, NSA의 SUSLAK(신호정보)이 있고, 미 육군소속의 정보보안사령부(INSCOM) 예하의 501정보여단(신호정보)과 미7공군 예하의 감시정찰전대(신호·영상정보)가 있다.
이들 가운데 신호정보(전자감청·도청)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관은 501정보여단으로 정식명칭은 ‘501st Military Intelligence Brigade’이다. 501정보여단은 신호정보만이 아니라 인간정보, 영상정보, 공개정보 등까지 망라하며 CIA의 안전한 활동공간으로 이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편성을 하고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정보들은 주한미군사령부 정보참모부(G2), CIA 한국지부, SUSLAK과도 공유된다.
501정보여단은 6.25 전쟁 이후 한반도 전구에서 주한미군의 정보작전을 총괄해온 전통 있는 부대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4개월 뒤인 1950년 10월 한반도 전역에 전개한 육군 보안국(ASA)을 통제하기 위해 제 501통신정찰단을 창설한 것이 시초이다. 이후 1978년 보안국이 정보보안사령부(INSCOM)로 대체돼 지금의 501군사정보여단에 이르고 있다.
501정보여단은 5개 대대로 편성된다. 3정보대대(RC-12(신호감청), RC-7(통신영상정보)), 532정보대대(징후경보 정보수집 분석, 지리정보, 방첩, 징후계측정보, 사이버 작전 등), 719정보대대(전략 및 전술정보), 524정보대대(인간정보, 대정보 및 방첩), 368정보대대(전시증원대대) 등인데, 우리나라의 정보사령부와 777부대, 방첩사령부, 사이버작전사령부를 합쳐놓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부대이다.
3정보대대는 정보수집 항공기인 RC-12와 RC-7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항공기들은 신호 감청 및 전자통신정보와 영상정보를 수집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해 전장 상황을 가시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첩보처리 및 분석작업을 거쳐 ‘적에 대한 표적 정보’로 제공된다.
532정보대대는 징후경보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담당한다. 예하에는 신호정보, 화생방, 지리정보(GEOINT), 징후계측정보(MASINT), 사이버 작전 등을 담당하는 소대급 기능부대들이 편성돼있다. 북한군의 도발 및 전쟁준비 징후에 대한 첩보수집을 지시하고 수집해 전투부대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한미연합훈련 시 연합사를 지원한다.
524정보대대는 한국 내 방첩과 인간정보(HUMINT)를 담당한다. 휴민트는 흔히 스파이, 정보요원, 내부 협조자 등 주로 사람을 통해 상대편의 정보를 캐내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한국 측 정보사령부 공작 요원들과도 협업하며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 북한 주민의 대량 탈북 등 북한 급변사태나 전시를 대비하며 국내외 탈북자나 북한 전문가들을 접촉해 북한 관련 정보를 축적하기도 한다.
■ 미국, 한국을 핵심 정보수집 대상에 포함해 엿들을 수 있는 것 모두 들어
지난 2013년 11월 4일자 뉴욕타임스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한국에서도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폭로한 내용인데, NSA가 지난 2007년에 우리나라를 핵심 정보수집 대상 국가에 포함했다는 것이다.
공개된 문서를 보면 NSA는 정보수집 대상국을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초점지역(Focus Area)’과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인정된 위험(Accepted Risk)지역’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는 외교정책과 정보기관 활동, 미군 주둔지역, 전략기술 등 4개 부문에서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초점지역으로 분류됐다.
NSA는 영국과 호주, 한국, 일본 등에 있는 미군 기지와 공관에 SUSLA(Special US Liaison Advisor)를 설치하고 정보수집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설치된 지부는 ‘서슬락(SUSLA-Korea)’이라고 부른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엿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듣는다’는 원칙하에 정보를 수집해온 NSA의 활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008년 8월 해외 정보활동에 대한 감청에 대해서도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안은 여러 사전징후를 포착하고도 정보기관 간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못해 9.11 테러를 막을 수 없었다는 반성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정보공동체 간의 상위기구를 만들고 칸막이 된 정보기관 사이의 정보 교류와 협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렇듯 정보기관 간의 협조와 통합이 강조되면서 법원도 그런 흐름에 동조하게 된 것이다.
■ 미국이 감시하는 세상에서 피·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 정보수집 이뤄져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NSA에서 가져온 수천 개의 극비파일 중에는 비밀지도도 있었다. 한눈에 보는 스톰브루(STOTMBREW) 7개 접속지점 즉, 해외 초크포인트가 표시돼있다. 이 지도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NSA가 시행한 여러 감시 프로그램 중 하나로, 미국을 거쳐 가는 해외 케이블 트래픽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전 세계에서 매일 수십억 회 오가는 클릭, 이메일, 통화를 선별해 유용한 전략 정보를 얻는 임무를 수행한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Microsoft, Google, Facebook, Youtube, Yahoo 등)의 중앙서버에 PRISM이라는 프로그램을 심은 후 감시대상이 되는 사용자들의 인터넷 통신기록, 이메일, 메신저, 통화기록들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프리즘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미 정부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50여 건이 넘는 잠재적 테러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일반인도 언제든 도청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클라우드(Cloud)는 말 그대로 구름을 의미하나 그 실체는 미국 애쉬번 등지에 위치하고 에어컨이 돌아가는 건물에 빽빽이 들어선 고밀도 서버랙을 뜻한다. 미국 정부는 프리즘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에게 특정 인물이나 주제에 대한 유용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앞서 셔먼 의원이 인터뷰에서 ‘한국군의 남한 공격(자작극)’을 언급한 것과 그것을 ‘미국 정부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 것은 상당히 신뢰도가 높은 정보로 평가할 수 있다. 출처는 밝히지 않았지만, 관련 대상자들을 주요 감시대상으로 선정 시 원격도청 및 인터넷 도청 등을 통해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피·아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정보수집 상황과 의도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 국가이익 제대로 정의하고 미국 의존 벗어난 정보 자주화 역량 필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국가이익이라고 하는 타산과 거래만이 존재하는 비정의 세계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제대로 정의하고 미국이나 주변국들의 국가이익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주권국이고 한국과 미국은 동맹 관계이다. 연합사의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구호는 한미연합군의 피로 맺은 우정을 기리고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동맹의 가치는 상호존중 속에서 지켜질 수 있다.
아직도 대다수 한국인은 미국을 수호천사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조금이라도 불편할 것으로 생각하는 내용을 들으면 미국 이상으로 불편해하기도 한다. 한미간의 역사적으로 이어온 ‘정보 불균형’이 만들어낸 폐해일 수도 있는데, 이제는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정보 자주화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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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요안 프로필 ▶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예비역 육군 준장), 前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 前 777사령관 직무대리, 前 육군본부 정보처장, 前 국군정보사 참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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