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요안 칼럼] 군사정보 입문(2) 정보사 소속 블랙요원, 국가와 국민이 보호해야 하는 소중한 전략자산

정요안 정보관리전문기자 입력 : 2025.01.21 14:35 ㅣ 수정 : 2025.01.21 16:37

신상 유출과 내란 연루로 정상적인 공작망 유지하고 임무 수행하려면 상당한 기간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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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 사령관과 국군정보사령부 참모장을 역임한 정요안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이 군내 다양한 정보기관과 정보업무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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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정요안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지난해 8월 8일 국군방첩사령부가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 ‘블랙요원’들의 신분 등 군사기밀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군무원에게 ‘간첩혐의’를 적용해 군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구속·송치했다. 군 출신으로 전역 후 정보사 해외공작 부서에서 일하던 그는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포섭돼 자료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사는 해외에 파견된 현직 요원들의 신분이 노출됐을 수 있다는 판단에 상당수 요원을 급히 귀국시키고 대외 활동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간 공을 들인 정보원과 협조자들을 포함한 공작망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작전 담당해 노출되거나 잡혀서는 안 돼

 

블랙요원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간첩, 즉 우리가 흔히 아는 공작관, 공작원, 첩보요원, 비밀요원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신분이다. 외교적으로나 국제법상 마찰이 예상돼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비밀작전인 흑색 작전을 담당하는 국가정보원이나 정보사 공작여단 소속의 공작원(Agent)과 공작관(Agent Handler)을 말한다. 

 

이들은 몰래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기밀을 빼내고 첩보를 수집하는 요원들부터 극히 위험한 일을 수행하는 요원들도 있다. 불법이기 때문에 절대 들키지 않게끔 몰래 활동하는 것인데, 블랙요원을 잡아낸 측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실토하게 하며 처벌도 엄중하다. 

 

블랙요원 중 본인이 직접 임무를 수행하면 공작원이고, 제3자를 조종 매수해 임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자국에서 파견된 공작원들을 지원하고 지휘하면 공작관에 해당한다. 다수의 블랙요원들은 공작관과 공작원의 경계를 넘나들며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들은 본인의 신분을 감추어야 하므로 점조직처럼 운용되며, 사령부에 근무하는 간부들도 이들을 거의 알지 못한다. 

 

만약 블랙요원이 타국에서 공작활동 중 체포될 경우, 보낸 국가는 공식적으로 당연히 보내지 않았다고 부인한다. 따라서 임무 수행 중 붙잡히면 본국의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으며 처벌도 온전히 상대국 재량에 달려있다. 따라서 이들은 철저하게 신분을 위장하는데 초점을 기울인다. 어떠한 경우도 노출되거나 잡혀서는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능력자 선발하고 다양한 교육과 훈련 거친 후 공작 임무 부여

 

블랙요원은 군 출신으로 특수부대 경험자이거나 정보 병과의 위관급 장교 중에서 선발하며 언어 능력 등을 고려한다. 지원자에 대해서는 사전 철저한 신원조사와 국가기밀을 다룰 수 있는 보안 자격, 신뢰성 등을 평가한다. 체력은 특수부대 수준의 체력을 요구하고, 심리적으로도 강인해야 하며, 실제 공작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작전능력들을 평가한다. 

 

선발된 요원들은 여러 단계의 교육과 훈련을 거치며, 정보수집과 분석기술, 심리파악 및 대화기술, 공작기술, 위장 및 생존기술, 무기 취급 및 전투기술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소정의 기간 HID의 팀장 역할을 경험한다. 이 기간이 끝나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공작대로 보직돼 공작원 혹은 공작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블랙요원의 임무는 해외와 국내로 나뉘는데, 해외의 경우 활동대상은 북한 등 적대국 및 제3국이고, 우방국 정보기관과는 연합 작전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한다. 국내는 전략적 차원의 정보작전 및 심리전 활동에 집중하되 위기 및 특수상황 대응 공작도 수행하며 필요할 경우 민간 정보망과도 협력한다. 이들의 활동은 정보수집, 대북공작, 심리전 등으로 구분되며 여건공작과 특수공작이라는 방식으로 수행한다.

 

정보수집은 해외 공작망 구축 및 운영을 통해 이루어지며 해외 군사, 정치, 경제, 외교 관계 및 국제정세 등을 대상으로 한다. 대북공작은 북한 내부 동향 파악 및 정보수집 활동으로 북한 관련 인사와의 접촉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북한체제의 혼란을 유발하는 활동을 한다. 심리전은 대상 국가의 심리적 혼란을 유도하기 위한 작전 수행으로 정보 왜곡, 루머 확산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협조자 포섭해 전 세계 대상으로 공작망 구성

 

공작망 구성이란 자신에게 협조할 만한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을 포섭하는 것을 말한다. 포섭대상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과 흑색 작전을 도와줄 현지 협력자,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으나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사람으로 구분한다. 공작망 구성은 단순히 적국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포섭에 쓰이는 방법은 대상에 따라 다양하다. 자발적 협조자는 이념, 종교, 국적, 인종 등의 영향으로 내면에서 우러나온 신념에 기반한 협조자로 공작관 입장에선 가장 좋은 대상이다. 이 경우 이들로부터 신뢰를 받을만한 공작관의 높은 도덕성과 자질이 요구된다. 조건부 협조자는 돈이나 망명, 새로운 삶 등 원하는 것이 있는 경우로 그것을 제공하고 거래한다. 비협조자임에도 포섭을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치명적인 약점을 잡고 협박하는 방법들이 사용된다. 

 

일반에 알려진 대북공작 활동으로는 ‘공작’이란 영화의 소재가 됐던 흑금성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1990년대 말 대한민국의 대북공작 활동과 관련된 논란으로, 박채서(암호명 흑금성)의 대북공작이 한국 내에서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이 되면서 그의 신분이 공개됐고, 공작은 실패하게 된 사례이다. 

 

흑금성 사건, 정치적 목적에 오용되며 대북공작의 민낯 보인 실패 사례 

 

박채서는 1977년 소위 임관 후 1990년 정보사에 들어와 공작계획분석장교, 1991년 한미합동공작대 공작관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군 내에 침투한 북한 고정간첩들의 눈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군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으며 1993년 4월 진급에 실패하고 소령으로 예편당했다. 이런 사정은 예상대로 북한 고정간첩에 포착됐고, 북한은 박채서를 정보기관의 배신자라고 파악하게 됐다. 

 

장교 시절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그는 1994년 북한 보위부의 영향력 아래 사업을 하던 조총련의 시바다 아리요시(서재호)에게 접근했다. 이 공작이 ‘여건조성’ 단계에 진입하자 안기부는 박채서를 4급 공무원으로 정식 채용하고 비밀 방북을 승인했다. 이후 대북 광고사업을 기획하던 민간인 친구를 포섭하기 위해 그의 옆집으로 가족과 함께 이사했고 자녀도 같은 유치원에 보내 친구를 만들었으며, 아내들끼리도 친해졌다.

 

박채서는 기업인의 신분으로 북한의 고위층과 접촉하며 경제협력 사업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체제정보와 군사적 동향을 탐지해 보고했다. 1997년 박채서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 관련된 특정 메시지가 오갔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도록 북한이 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의혹으로 연결됐다. 박채서는 기밀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이후 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은 한국 정보기관의 대북공작이 얼마나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인지를 보여준 사례이며, 단순히 정보 공작의 실패를 넘어 정보기관의 활동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오용될 가능성을 경고하는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서의 투명성과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이다.

 

블랙요원, 공작에 성공해도 사실 드러낼 수 없고 실패하면 홀로 싸워야 

 

공작원 개인의 관점을 보면, 우회 공작을 위해 자신의 직업적 실패와 신용불량자라는 사회생활의 치명적인 평판까지도 감수해야 했다. 이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가치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공작에 성공하더라도 그 사실을 드러낼 수가 없으며, 실패했을 때는 홀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지난 12.3 내란사태 시, 정보사 소속의 HID 및 블랙요원들이 깊숙이 가담했다는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됐다. 그리고 12월 23일에는 이광희(청주 서원구) 의원을 통해 정보사령부 소속 HID 블랙요원들이 복귀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월 3일에 출동해 2주 넘는 기간 동안 권총과 C4 폭탄을 휴대하고 대기 중이라면서 블랙요원들의 예상 임무 등이 방송됐다. 

 

이들은 지난해 6월의 블랙요원 신상 유출과 12.3 내란사태에 연루된 HID 및 블랙요원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제대로 된 임무 수행이 어렵게 됐으며, 향후 정상적인 공작망을 유지하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공작망을 유지하고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의 보이지 않는 암묵적 성원과 국가적 차원의 보호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12.3 내란사태 같은 것에 동원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최정예 요원이고 대한민국의 소중한 전략자산이다. 이들이 노출되는 것은 곧 임무 실패와 생명의 위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현재와 미래에 ‘무명(無名)’으로 남도록 국민과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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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요안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예비역 육군 준장), 前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 前 777사령관 직무대리, 前 육군본부 정보처장, 前 국군정보사 참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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