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요안 칼럼] 국가와 국민 위태롭게 만드는 계엄군의 명령복종 면죄부 될 수 없어
12.12 군사반란 관련 대법원 판결,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복종해 이뤄진 불법행위 처벌
[뉴스투데이=정요안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 단장(대령)이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707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이다.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았다”라며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뿐”이라고 강조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도대체 그 상황에서 왜 그랬냐고 하는데 맞고 틀리고를 떠나 위기 상황이잖아요. 군인은 그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해요”라며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12.3 비상계엄 사태에 군 병력을 투입했던 지휘관들의 한결같은 설명은 ‘군인은 상급자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군 형법은 상명하복을 강제하고 있다. 명령을 거부하면 처벌받는 4개 조항이 있다. 항명(제44조), 집단항명(제45조), 상관의 저지 불복종(제46조), 명령위반(제47조) 등이다.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한 항명과 집단항명은 상황에 따라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군인복무기본법 역시 제25조에서 ‘명령복종의 의무’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 명령은 ‘정당한’ 명령이어야 한다. 정당한 명령이 아니면 따르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 군인복무기본법 제24조와 제36조에서도 “명령은 계통과 법규 등에 따른 것이어야 하고, 직무와 관계가 없거나 권한 밖의 사항을 명령해서는 안 된다”라고 제한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12.12 군사반란에서도 참여했던 부하들이 상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판결문에서 허삼수(당시 보안사령부 인사처장), 박종규(당시 특수전사령부 제3공수특전여단 15대대장), 신윤희(당시 육군 수도경비사령부 헌병단 부단장) 등은 전두환 등 상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 정당방위(형법 제20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관의 적법한 직무상 명령에 따른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할 것이나,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라 범죄행위를 한 경우는 상관의 명령에 따랐다고 하여 부하가 한 범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위법한 명령에 복종해 이뤄진 불법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인식도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이들이 전두환과의 반란을 모의하거나 적법하지 않은 계통을 통한 지시 및 체포행위에 대해 이미 알면서도 가담한 것으로 봤다. 결국, 허삼수는 징역 6년, 박종규와 신윤희는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따라서 상명하복이 분명한 군이라고 해서 위헌·불법적인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707특수임무단장은 기자회견에서 “내란죄를 인정하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당시에는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행동했다. 모르는 것 또한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절대 충성, 절대복종을 강조하는 특수부대에서 상급자의 지시에 대해 정당한 명령인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주어진 명령이 정당하고 적법한지를 반드시 묻고 확인하는 것은 모든 지휘관(자)의 의무이다.
군에서는 모든 훈련과 작전 시 작전명령을 하달한다. 작전명령 5개 항목은 상황(적상황, 아군상황), 임무, 실시(팀·지역대별), 전투근무지원(휴대 장비, 탄약 등), 지휘 및 통신, 협조 및 제한사항 등으로 구성되는데, 작전명령을 제대로 검토하고 하달했다면 이 과정에서 정당한 명령인지 확인이 가능했을 것이다.
즉 작전명령의 상황설명에서 ‘국회점령과 국회의원들의 출입통제’ 등이 제시되고 팀별 개인별 임무가 하달됐을 것이며, 협조 및 제한사항에서 ‘국회 보좌진, 사무처 직원들은 물론 시민과의 충돌로 인한 유혈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최강부대가 제대로 된 작전명령 하달 없이 출동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군 지휘관은 기계적인 명령복종 이상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는 위치임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재확인됐다. 이번 사태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 이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도 구속됐다. 검찰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더 많은 관련자들이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리 군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대”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태롭게 만드는 명령에 대해서는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명령복종 및 항명에 관한 것은 군 형법 및 군인복무기본법과 관련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권리 보호와 관련되는 것은 헌법의 가치에 기반한다.
헌법은 모든 법률의 최상위 규범으로서 군 형법이나 군인복무기본법은 이를 위배할 수 없다. 향후 사관학교를 비롯한 군 교육기관에서 이런 관점에서의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모든 군인이 헌법과 군 형법, 군인복무기본법 등을 공부해야 하며 “법인지 감수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 정요안 프로필 ▶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예비역 육군 준장), 前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 前 육군본부 정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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