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 초현실 비상계엄 (15)] 계엄의 빌드업 역사전쟁, 홍범도 흉상 철거 주장 불 붙인 신원식

민병두 입력 : 2025.03.05 05:38 ㅣ 수정 : 2025.03.0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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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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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흉상과 신원식 전 국방장관. [사진=연합뉴스/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육사 37기(박지만 동기생)인 신원식은 2020년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었고, 이어 2022년에는 국방장관이 되었다. 그의 식민사관과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었다.

 

“우리는 매국노의 상징으로 이완용을 비난합니다. 그러나 당시 대한제국은 일본에 저항했다 하더라도 일본과 국력 차이가 너무 현저해 독립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완용이 비록 매국노였지만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2019년 8월  전광훈 목사가 진행하는 집회에서 예비역 장군 신분으로)

 

“조선을 승계한 대한제국에 무슨 인권이 있었습니까? 개인의 재산권이 있었습니까? 아니, 예를 들어서 대한제국이 존속했다고 해서 일제보다 행복했다고 우리가 확신할 수 있습니까?”(2019년 8월 유튜브 ‘장군의 소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신 그 공백기에, 뭐 서울의 봄이 일어나고, 그래서 저는 그때 당시 나라 구해야 되겠다고 나왔다고 봐요. 나중에는 한국에 도움이 되는 5.16 같은 게 정치법적으론 쿠데타인데 우리가 농업화 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에 사회경제 철학적으론 혁명이거든요”(2019년 9월 신인균의 국방 TV에 출연하여 5.16과 12.12를 옹호)

 

신원식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었다.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면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문제라며 철거를 촉구했다. 군의 역사전쟁에 불을 붙였다. 광복군과 독립군이 우리 군의 뿌리인가, 아니면 친일파이지만 6.25 전쟁에서 공을 세운 백선엽(육군), 김정렬(공군)을 출발로 보냐는 이념전쟁이다. 이 전쟁은 박정희 전두환을 보는 시각으로 이어진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2018년 3.1절 99주년을 맞이하여 세워졌다. 육군은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등 5인의 흉상을 제작해 육사 경내에 설치했다. 이들을 독립전쟁 영웅으로 칭송하여 생도들의 본보기로 삼자는 취지였다. 아울러 우리 군대의 뿌리가 독립운동에 있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역사 지우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국방부 누리집의 국군 연혁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우리나라 국군의 연원은 헌법 전문에 따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취지에서 임시정부의 군제인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해 국군을 창건한다고 초대 이범석 국방부 장관이 국군 훈령 제1호로 공표한 바 있다. 이범석 장군의 흉상도 3.1절 99주년에 홍범도 장군의 것과 함께 세워졌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부장관으로 이종섭이 취임한 뒤 우리 국군의 역사는 군사영어학교와 국방경비대에서 시작했다로 바꾸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검토도 시작되었다. 이에 대해 황원섭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고문은 “그렇다면 국군은 일본군의 후예가 된다. 일본군 출신을 주 대상으로 (미 군정이 출범하자) 언어 소통을 위해 세운 군사영어학교가 국군의 뿌리라면 우리 국군은 일본군의 후예이며, 미국의 괴뢰군이 될 것이다. 이는 나라의 권위와 위상을 추락시키는 것이며, 민족의 자존을 부인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2023년 8월 윤석열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한번 국무위원들도 생각해 보자, 무엇이 옳은 것이냐”(머니투데이 보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흉상이전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날, TV로 중계를 지켜보던 김민배 TV조선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위기가 한일관계에서 올 것이라고 한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설마 설마 하는 사이에 한국정신을 대신하여 일본정신이 정부 중심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뉴라이트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했고, 군의 정신도 바뀌었다.

 

신원식은 2023년 8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뿌리는 6.25 전쟁을 포함 3000여 회에 걸친 북한의 침략과 도발로부터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지킨 호국영령이다”라며 “김원봉과 홍범도는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다음날은 예비역 장성들과 함께 “육사는 1945년 해방 이후 만들어졌고 육사의 정체성은 공산주의 침략으로 발발한 6.25 전쟁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라며 “6.25 전쟁, 베트남 파병, 대침투 작전, 해외파병 등의 작전을 수행하다 전사한 영웅들을 모시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했다. 역사전쟁에 불을 붙인 신원식은 2023년 10월 국방장관이 되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서는 여권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윤석열 정권의 이념 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유승민)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에게 모욕을 주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이준석)

 

홍범도 장군은 독립운동 유공을 인정받아 1962년과 2021년 두 차례 대통령장을 수여했다. 보수(박정희) 진보(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다른 공적이 확인되었다. 해군 잠수함을 진수하면서 ‘홍범도함’이라고 명명했다. 그의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꿈에도 그리던 고국 땅으로 봉환될 때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군기를 영접했다. 남북간의 체제 경쟁에서 우리가 독립운동의 정통성과 맥을 잇는 정부라는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군의 역사 지우기에 나선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육사 교과 과정에서는 ‘헌법과 민주시민’이라는 과목을 지웠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 공개 자료) 시민 불복종과 시민 참여 같은 상황에서 군의 역할과 법체계를 다루자는 취지로 개설된 과목이었다. 2017년 박근혜 탄핵국면에서 기무사가 계엄문건을 작성한 것이 발단이 되어 육사 교과 과정을 부분 손질했다.

 

그 결과물로 생긴 것이 ‘헌법과 민주시민’이었다. 군대가 시민사회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고, 군도 시민사회의 일원이다. 따라서 군도 시민으로서 헌법적 책무를 고민하게 하고자 개설했는데 교과목을 폐강한 것이다. 현재 해군사관학교에만 ‘한국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라는 과목이 남아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육군 사관 생도가 정복을 입고 시위에 참여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육사가 발칵 뒤집혔다. 그때부터 1988년까지 2년 간 하루에 6시간씩 이념교육을 했다. 이 당시에 육사를 다녔던 이들이 이번 12.3 비상계엄의 주역이 되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47기. 1987년 입학)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48기)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48기) 등이다. 이념적 세계를 극단적으로 받은 세대이다.

 

사관생도 신조는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다’ ‘우리는 언제나 명예와 신의 속에서 산다’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 등 3개 항으로, 육사 교내에는 사관생도 신조탑도 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계엄 사태 이후 사관생도 신조를 인용하며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이라고 말한 사실이 황당합니다. 사관생도 신조를 조롱거리로 만든 거죠.”(조선일보 육사생도 인터뷰)

 

2025년 2월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는 처음으로 헌법의 가치를 강조하는 축사가 나왔다. 김선호 국방장관 직무대행은 소위로 임관하는 223명의 졸업생에게 “군인에게 있어 충성이란 헌법이 규정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릇된 명령이나 계급장에 충성해서는 안되고 근간이 되는 가치에 충성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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