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3.04 05:00 ㅣ 수정 : 2025.03.04 05:00
최 회장,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美정부와 협력 추진 한국, 미국에 234조원 투자해 일자리 80만개 창출하는 성과 거둬 조선·에너지·원전·AI·반도체·모빌리티·소부장 분야에서 한미 협력 구축 '민간 외교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법 리스크' 모두 해소돼 경제 도와야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월 19일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공식 방문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2025년이 불과 두 달여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재계는 휘몰아치는 대내외 불안 요인에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상반기는 저조했지만 하반기는 본격 회복하는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기대감도 섣부르다는 듯 '상저하저(上低下低)'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탄핵 정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의 '관세폭탄'이 쏟아지면서 총수들은 올해 경영 환경이 그 어느때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반영하듯 올해 초 "우리에게 '지난이행(知難而行·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재계 맏형으로, 경제단체 회장으로 기업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연초부터 국내외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태원(앞줄 오른쪽) SK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앞줄가운데)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회동을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최태원 회장, 26人 경제사절단 이끌고 美 백악관 방문…韓-美 '전략적 협력' 추진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지난달 19일 미국을 방문했다.
이른바 ‘대미(對美) 통상 민간 아웃리치(대외 접촉)’ 활동인 셈이다.
이번 사절단에는 최태원 회장을 포함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이형희 SK SUPEX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 원장 △조석 HD현대 부회장 등 26명이 함께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경제사절단은 백악관 고위 당국자 및 의회 주요 의원들을 만나 한·미 양국 간 전략적 산업 협력 의제를 논의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접견한 최 회장은 한국이 지난 8년간 제조업을 중심으로 1600억 달러(약 234조원) 이상을 미국에 투자해 미국내 80만개가 넘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조선·에너지·원전·AI(인공지능)·반도체·모빌리티(이동수단)·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양국간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더불어 한국기업이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정책이 예측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또 미국 재무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세금 납부 등을 통해 미국 사회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해 왔다는 이른바 '커뮤니티 임팩트(Community Impact)'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또한 향후 전략적 협력 필요성이 큰 분야에 한국이 투자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이에 대한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 밖에 대한상의가 주관한 ‘한미 비즈니스의 밤(Korea-US Business Night)’ 만찬 행사에서 250여명에 이르는 한·미 기업인과 미국 현직 상·하원의원, 주지사, 전직 장관 등에게 미국과 한국의 전략적 협력을 거듭 주문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1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韓·美·日 'AI 삼각 동맹' 구축 필요성 강조…AI 기술 확산 등 시너지 강조
이후 최 회장은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 이하 TPD) 2025’에 참석해 미국이 AI·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미·일 3국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지금껏 금융과 서비스에 집중된 AI 활용이 이제 제조업 분야에서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의 '최첨단 생산설비', 미국의 '소프트웨어',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을 접목하는 협력 전략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한미일 산업 연대를 제안하며 제조 AI·에너지·조선·해운·원자력 등에서 3국이 협력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최태원(왼쪽 첫번째)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세균(가운데) 전(前) 국무총리와 전직 관료들이 지난 2월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제 원로 고견에 귀 기울여…"기업이 먼저 실천해야 할 부분 과감하게 추진"
최 회장은 진영을 막론하고 역대 정부 정책을 이끌어 온 경제 원로들의 조언을 얻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이에 따라 그는 정세균 전(前) 국무총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등 여야 경제 원로와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정세균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부 장관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국무총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K-방역'을 주도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절에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기업과 은행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 그 해 -4.6%까지 추락한 한국 경제성장률을 2010년 6.3% 끌어 올려 이른바 'V자 반등'을 일궈낸 주역이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조세와 재정 분야 전문가 기획재정위원회와·정무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한 '정책통'이다.
이날 경제원로들은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우선 정치적 불안 요인이 빠르게 해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트럼프 2기 정부 협상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전략을 모색하고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민·관·정 협력'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듣고 공부해 기업이 실천해야 할 부분을 과감하게 시작하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부분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고 협력해 긍정적인 힘을 내겠다"고 화답했다.
이재용(앞줄 오른쪽)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앞줄 왼쪽 두번째) SK그룹 회장이 2023년 12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크라스나폴스키 호텔에서 열린 '한(韓)·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일각에는 최 회장과 쌍벽을 이루는 '민관 외교관'으로 활약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이재용 회장은 그동안 세계 각국과 미래 협력을 논의해 왔다. 예를 들어 그는 2022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안내하는 등 보좌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그는 또 그동안 최 회장과 각자의 위치에서 보이지 않는 '원팀'을 이뤄 민간 외교에 주도적으로 힘써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달 초 '부당합병·회계부정' 2심 전후로 대외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앞장서 고군분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취임 이후 다양한 재계 현안에 앞장서 활약해 왔다"며 "전경련(現 한경협)이 위기를 맞은 시기와 겹쳐 최 회장 역할은 더욱 두드러졌고 대한상의 위상도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그 여파로 저성장 지속 등 한국경제 상황이 좋았던 적이 없다"며 "올해가 지난해는 물론 재작년보다 경영 환경이 더 어려울 수 있어 최 회장을 주축으로 경영계 모두가 뜻을 모아야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