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어 '2025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최종 논의했다. 이번 인사 키워드는 안정적 변화 관리 및 ‘기술·현장·글로벌’이다. 이를 통해 그룹 계열사 핵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룹 신규 임원 규모는 75명으로 많지 않았으며 이 가운데 3분의 2를 사업·연구개발(R&D)·생산 등 현장 및 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HBM으로 반도체 시장 ‘일류’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 DNA를 그룹 계열사에 널리 확산하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배터리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그룹 내 배터리 계열사 SK온은 2021년 10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연속 적자에 허덕여 왔다. 그러다 올해 3분기 240억원 흑자를 달성해 3년 만에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제 SK온은 성공을 일궈내기 위한 탄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이에 따라 SK는 SK온에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수혈했다.
피승호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지내며 해외에 의존해온 기능성 웨이퍼를 자체 개발해 소재부품 국산화를 일궈낸 핵심 인물이다.
SK온은 배터리 업계 후발 주자이지만 제품 기술력은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해온 피승호 총괄이 합세하면 '초격차 기술(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확보에 더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에 SK하이닉스 인력의 전면 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 그룹인사에서도 당시 이석희 SK하이닉스 전(前) 대표이사를 SK온 대표이사에 앉혔다. 이석희 대표는 SK하이닉스 전무로 영입돼 미래기술연구원장과 D램개발사업부문장, 사업총괄 최고운영책임자(COO), 경영지원업무 총괄을 거쳐 회사 총사령탑이 됐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업체 솔리다임 의장으로 미국에서 경영 활동을 한 그는 그룹 내 차세대 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을 키우기 위한 적임자로 발탁됐다.
SK온 뿐만 아니라 SK실트론과 SK(주) C&C 등에도 SK하이닉스 출신 임원을 전환 배치했다.
[사진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강한 원팀(One Team)’ 체제 구축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창립 41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르네상스 원년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올해 거둔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AI 반도체 등 미래 기술과 시장을 계속 이끌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CMO, Chief Marketing Officer) △미래기술연구원(CTO, Chief Technology Officer) △개발총괄(CDO, Chief Development Officer) △양산총괄(CPO, Chief Production Officer) △코퍼레이트 센터(Corporate Center) 등 5개 조직으로 재편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를 중심으로 C-레벨(Level) 핵심 임원이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 주도하고 시장과 기술 변화에 더 민첩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안현 N-S 코미티(Committee) 담당은 개발총괄(CDO)로 HBM 마켓 리더십을 공고화하고 D램/낸드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곽 대표를 지원할 예정이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SK그룹은 리밸런싱을 앞세워 일찍부터 조직개편이나 인사 일부를 시행해 정기 인사 규모가 다른 그룹사와 비교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룹이 배터리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추진 등 그룹 차원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번 인사에도 이러한 기조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 경쟁력이나 실적 등 여러 측면에서 선전하고 있는 SK하이닉스 핵심 인력을 전면 배치해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를 돕는 일종의 '회복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