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2.24 05:00 ㅣ 수정 : 2025.02.24 05:00
효성그룹, 전력시장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 거머줘 지난해 7월 독립경영한 HS효성, 경영성적표 크지 않아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 신사업 '슈퍼섬유' 성과 '주춤' 조현상 부회장, '타이어코드 세계 1위' 만든 경영성과 거둬 '지난해 반쪽자리 성적표' 가 아닌 올해 독자경영 결과 지켜봐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장남·삼남 간 형제 경영으로 회사를 이끌어온 효성그룹이 지난해 계열분리를 통해 ‘효성’과 ‘HS효성’이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달 초 공개된 계열 분리 후 첫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형인 조현준 회장이 맡고 있는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효성그룹은 계열사 호황에 힘 입어 성장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동생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은 핵심사업 부진과 신규 사업 확장 부담 영향으로 계열분리 이전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지주회사 ㈜효성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2728억원과 영업이익 22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23.0%, 영업이익은 283.2% 늘어나는 등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효성그룹의 수익성 개선은 또다른 계열사 효성중공업이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효성중공업은 전력시장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4조8950억원과 영업이익 36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대비 매출은 13.8%, 영업이익은 40.6%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효성그룹은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기기 사업이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수요에 힘입어 실적 호조를 일궈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보여주듯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영국 해상풍력 프로젝트(Orsted) 변압기 등 공급계약 2874억원 △모로코 전력회사(ONEE) 변압기 공급계약 378억원 △인도 송전회사(Adani Transmission ltd) 스태콤 공급계약 322억원 등 혁혁한 성과를 냈다.
효성 사옥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비해 HS효성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9104억원과 영업이익 173억원으로 나타났다.
HS효성은 지난해 7월 독립경영을 시작해 사실상 하반기 실적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S효성의 지난해 경영 성적표는 2023년도 연간 실적 수치와 직접 비교하기가 어렵다.
다만 효성그룹의 계열분리 설명자료를 통해 공개된 HS효성(당시 효성 신설지주)의 2023년 전체 영업이익률이 2.4%를 기록했지만 HS효성의 2024년 영업이익률이 1.9%로 0.5% 포인트 감소한 점을 미뤄 볼때 수익성이 다소 악화된 것은 분명하다.
이는 지난 한 해 영업이익률 9.7%를 기록한 효성그룹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HS효성 핵심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의 신규 사업인 슈퍼섬유(탄소섬유·아라미드)가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HS효성첨단소재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3조3112억원과 영업이익 2197억원이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26.2% 늘어난 성적표다.
단순히 실적만 놓고 살펴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났지만 이는 신규 사업이 아닌 기존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가 이끈 실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 주행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무 안쪽에 들어가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다.
실제 계열분리 후 첫 실적인 2024년 3분기 기준 슈퍼섬유는 영업손실 138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 사업은 영업이익 510억원을 냈다. 지난해 4분기 타이어코드 영업이익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513억원으로 추정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K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윈터타이어(겨울용 타이어) 수요가 늘어 타이어코드는 비수기이지만 판매량이 줄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는 4분기에도 이어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증권은 "그러나 탄소섬유와 아라미드는 중국법인의 생산조정 등 운영효율화에 적자가 줄어들겠지만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 = HS효성첨단소재 홈페이지]
그러나 조현상 부회장 경영성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의 유일한 상장사로 사실상 전사 경영성과를 좌지우지하는 HS효성첨단소재는 계열분리 이전부터 조현상 부회장이 맡아 주도해온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조현상 부회장은 2011년부터 효성첨단소재 전신인 효성 산업자재PG장을 맡았다. 이에 따라 그는 2018년 효성첨단소재가 신설될 때까지 산업자재 사업을 진두지휘했고 2022년부터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로 회사 성장에 이바지했다.
그는 효성을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 부문 세계 1위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생산기지 최적화와 이를 통한 원가 효율화 전략으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세계 시장점유율의 약 50%를 거머쥐었다.
회사 내 타이어코드 사업 의존도가 높다 보니 자동차나 타이어 산업 시황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다. 이에 따라 수익성을 분산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육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신소재인 탄소섬유·아라미드를 낙점한 것도 조현상 부회장이다.
일각에는 독립경영이 지난해 7월에 이뤄져 '반쪽짜리 2024년 성적표'만으로 조현상 부회장 경영능력을 평가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본인만의 독자경영이 본 궤도에 오른 올해 그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계열분리 이전에 그룹을 함께 경영할 때에도 전통 사업과 산업 소재 사업을 각각 맡아 사실상 독립경영을 해왔다”며 “이에 따라 그룹이 조현준 회장 체제였기 때문에 모든 계열사 평가가 조 회장을 향하는 그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리 경영으로 사업 성과나 실적의 책임소재가 조현상 부회장으로 분명해졌다”며 “올해는 조 부회장 체제에서 사업 다각화나 투자 등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적극적인 대외 비즈니스 활동, 독립경영 안정화 등 총수의 역량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