證 '채권 돌려막기' 중징계…나비효과 예의주시
'기관경고' 8곳, 1년간 최대주주 지위 M&A 제한
'일부 영업정지' 교보, 2년간 인허가 사업 불가능
랩·신탁 수요 '불안'…검사 착수 이후 50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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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증권사 8곳이 오랜 관행이었던 '채권 돌려막기' 혐의로 중징계를 받았다.
교보증권이 2년간 인허가 사업 진출이 제한되는 '일부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고, 교보증권을 비롯한 하나·KB·한국투자·NH투자·유진투자·미래에셋·유안타증권은 '기관경고' 조치로 1년간 최대주주 지위로서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 제한될 예정이다.
관련 검사로 위축된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시장과 관련해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검사를 시작한 2023년 5월 이후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자금은 총 50조원 넘게 증발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제3차 정례회의를 열어 하나·KB·한국투자·NH투자·유진투자·미래에셋·유안타·SK증권 등 9개 증권사에 대한 기관제재를 확정했다.
금융위는 SK증권에 대해 경징계인 '기관주의'를, 나머지 8개사에 대해서는 중징계인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교보증권의 경우 사모펀드 신규 설정과 관련해 1개월간 업무 일부정치 처분이 추가됐다. 채권 돌려막기에 자사 펀드를 동원한 것으로 파악돼 조금 더 무거운 제재가 가해졌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9개사에 총 289억7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금융위는 "랩‧신탁 관련 제재는 채권, 기업어음(CP)의 불법 자전‧연계거래를 통해 고객 재산간 손익을 이전하거나 증권사 고유재산으로 고객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에 대한 조치"라며 "이러한 행위는 건전한 자본시장 거래질서와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 위규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KB·한국투자·유진투자·미래에셋·유안타증권에 대해 3∼6개월 영업정지를, NH투자증권은 일부 영업정지 1개월을, SK증권에 대해서는 기관경고를 각각 결정했으나 지난해 말 진행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1∼2단계 하향 조정됐다.
금융위는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등 당시 시장 상황의 특수성, 증권업계의 시장 안정화 기여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재발방지 노력, 과태료 부과 규모 등을 감안했다"며 "금융감독원 검사 이전에 관련 법규 등에 따라 실시한 자체 내부감사, 손실 고객에 대한 사적화해 등 선제적 사후수습 노력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연내 초대형 투자은행(IB)·발행어음 인가를 준비해온 하나증권 등은 기관경고 수준에서 제재가 결정되며 한시름 놓게 됐다. 당초 금감원 결정대로 전부 영업정지가 결정되면 3년간 인허가 사업 진출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기관경고는 신규 사업을 진출함에 있어서 인허가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데 제약이 없다"며 "(발행어음 인가 신청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관경고는 1년간 최대주주 지위로서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제한된다. 여기에 1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은 교보증권은 2년간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신사업에 진출이 막힐 예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채권 돌려막기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위축됐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시장을 놓고는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긍정론과 '위축이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론이 함께 나온다.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시장은 2023년 5월 금감원이 운용 실태 검사에 착수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50조원 넘는 자금이 증발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평가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84조6984억원으로 집계됐다. 검사 착수 직전인 2023년 4월 말 112조6476억원 대비 27조9492억원(24.81%) 쪼그라든 수치다. 2016년 11월 말(10조4689억원)부터 수년간 100조원이상을 유지했으나 2023년 90조원대로 주저앉은 뒤 지난해 말 80조원대로 축소됐다.
증권사 채권형 특정금전신탁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말 수탁총액은 41조8070억원으로 2023년 4월 말 64조5403억원 대비 22조7333억원(35.22%)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 돌려막기 관행으로) 수익률을 보존해줄 때는 법인의 수요가 있었지만, 제동이 걸리면서 예금 등으로 자금이 이동한 상황"이라며 "법인 내부에 유보된 유휴자금을 운용하는 상품인데, 원금이 훼손될 수 있다고 하니 차라리 예금에 넣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다고 해도 얼마나 수요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또다른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금융위 제재라는) 불확실성이 있어 시장이 위축됐다면, 이제는 시장이 자정작용을 통해 투명해지고 제도적으로 미흡했던 부분이 완비되면서 긍정적인 방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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