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2.20 05:00 ㅣ 수정 : 2025.02.20 07:29
지난해 한국 자동차 미국 수출 규모 약 50조원...한국 對美수출액 27% 트럼프 자동차 관세로 현대차·기아 영업이익 최대 10조원 줄어들 수도 조지아주 HMGMA 공장 가동해 미국내 차량 생산량 120만대로 늘리기로 미국내 일자리 늘려 미국 경제 기여하고 관세 파고도 넘는 방안 마련
지난11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에 이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뜻을 내비쳐 한국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기업 타격이 예상되면서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차량 생산을 늘리는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에서 차량 70만대를 생산한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주(州)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본격 가동해 미국 내 차량 생산량을 12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HMGMA는 전기차 전용 공장이다.
또한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 미국 경제에 도움을 주면서 갈수록 거세지는 트럼프발(發) 관세 파고를 넘을 것으로 예산된다.
■ 25% 관세 적용하면 현대차그룹 영업익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도...경영 타격 불가피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2일자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관세율은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자동차 관세 부과 방식이나 시점, 대상 국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가 내비친 관세율이 실제로 적용되면 국내 자동차 업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대미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1위를 차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대미 수출 규모는 347억달러(약 50조원)로 한국의 전체 대미 수출액 가운데 27%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액 약 708억달러(약 102조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한국은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한국산 자동차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산업연구원은 미국이 수입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으로 가는 한국산 자동차 수출은 최소 7.7%에서 최대 13.6%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3조3300억원에서 5조8900억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또한 증권가는 한국 자동차에 10%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차그룹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KB증권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는 연간 1조9000억원, 기아는 2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관세율이 예상보다 큰 25%까지 늘어나면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이상 감소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대미 수출 물량은 100만대를 넘는다"며 "자동차에 직접 부과되는 관세뿐만 아니라 차량 소재인 철강 등에 대한 관세 부과는 원료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미국 현지 생산 120만대로 확대…일자리 창출 등 역할 강조
이처럼 고(高)관세에 따른 경영 타격이 우려되면서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시험 가동을 시작한 미국 조지아주 HMGMA 공장 생산 능력을 연간 5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주 공장(연간 생산량 36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연간 생산량 34만대)에 이어 연간 생산량이 50만대 규모인 HMGMA 공장을 추가 가동한다"며 "이 3곳 공장을 모두 합치면 연간 생산 규모가 120만대로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약 170만대의 70%에 이르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현대차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라며 "현대차의 미국 내 판매량은 2020년 63만8653대에서 지난해 91만1805대로 42.8%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기아 역시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79만6488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대미 투자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지난 2일 관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HMGMA 건설을 예로 언급했다.
당시 백악관은 “관세가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온다”며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총 13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HMGMA를 건설한 것을 두고 관세 카드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현대차그룹(HMG)이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은 70만대 이상”이라며 “HMG는 미국 내 57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드고 지원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 모습 [사진=현대차]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가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에 유리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관세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도 미국에 시장을 설립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해 관세를 5%에서 25%로 올리는 것을 막았다”며 “미국 공장내 차량 생산을 계속 늘리면서 이것이 곧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을 강조해 일정 물량까지 관세를 유예하는 전략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관세율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도 있지만 관세가 어떤 협상을 위한 카드라는 가능성을 열어 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그들(외국기업)이 미국에 와서 여기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라고 한 발언에서도 이 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호근 교수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생산 지역에 차별성을 두지 않는것이 큰 전제 조건인데 강대국, 빅마켓에서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은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라는 점에서 투자 유치를 약속하면서 풀어나가는 것이 정석”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수출 쿼터제 등을 논의하며 국가 차원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전망과 전략적 대응방안' 보고를 통해 “개별 기업 차원에서 사후 관세 예외를 받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패키지딜’을 통해 한-미 양국이 경제 안보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전략산업군에 대해 사전 관세 면제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