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스토리]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지속에 속타는 신창재 회장…경영권 흔들리나

김태규 기자 입력 : 2025.02.11 08:21 ㅣ 수정 : 2025.02.11 08:21

재무적투자자 어펄마, 매입가와 동일 가격에 지분 매각
어피니티 풋옵션 분쟁은 지속…가격 산정 두고 이견 커
어피니티 '41만원' vs. 신창재 회장 '20만원 이하' 괴리
주당 최소 24만5000원…신 회장 경영권 위협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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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슽데이DB]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 중 하나인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이하 어펄마)가 가진 지분 5.33%를 사들였다. 어펄마와의 풋옵션 분쟁이 해소되면서 다른 FI인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과의 분쟁에도 이목이 쏠린다. 풋옵션 이행이 신 회장의 경영권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펄마는 이달 7일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5.33%를 신 회장에게 주당 19만8000원에 팔았다. 이는 어펄마가 그간 주장한 주당 매각가의 절반 수준이다.

 

어펄마는 2007년 주당 18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어펄마는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성공하지 못할 경우 신 회장 측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어펄마는 2018년 11월 신 회장 측에 주당 39만7900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를 거부했고, 어펄마는 2019년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1차 판정에서 풋옵션 권리가 인정됐으나 어펄마는 가격 면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2차 중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분쟁이 펀드 청산 시점까지 길어지면서 어펄마가 한발 물러섰다. 투자 기간과 분쟁으로 투입된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 신 회장은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을 일으켜 상환자금을 마련했다.

 

어펄마가 당초 주장했던 풋옵션 가격의 절반 수준을 받고 엑시트하게 되면서 또 다른 FI인 어피니티와의 풋옵션 분쟁도 해결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어피니티는 교보생명 지분의 24%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ICC 중재판정부가 어피니티에 유리한 판정을 내려 신 회장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ICC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2차 중재에서 어피니티 측이 제기한 청구를 인용해 신 회장에게 30일 안에 외부기관으로부터 공정시장가격(FMV)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풋옵션을 이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어피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어펄마와 마찬가지로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계약내용을 보면 어피니티가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양측은 각각 감정평가기관 1곳을 선임해 감정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어피니티 측은 교보생명이 IPO에 실패하자 딜로이트안진(이하 안진)을 감정평가기관으로 정하고 주당 40만9912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풋옵션 조항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았다.

 

신 회장 측은 ICC 중재판정부의 2차 판정 이후 EY한영을 평가기관으로 선정했다. EY한영은 ICC에 평가보고서 제출까지 2~3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통보한 상황이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중재판정상 명확하게 중재판정이 송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외부 감정평가인을 선정함은 물론이고, 평가보고서 또한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평가보고서 제출 지연 또한 중재판정 위반에 해당돼 신속히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 측이 어펄마에 주당 19만8000원을 지불하기로 하면서 풋옵션 가격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 회장 측은 그간 풋옵션 행사가가 20만원을 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2023년 9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주당 가격이 19만8000원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신 회장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과 어피니티 측의 가격이 10% 이상 차이나면 제3의 평가기관을 통해 공정가치를 산출해야 한다. 제3의 평가기관은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후보군 3곳 중 한 곳을 신 회장 측이 선정한다. 후보군을 어피니티 측이 제시하는 만큼 풋옵션 가격이 어피니티 측에 유리하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제3의 평가기관이 어피니티에 불리한 가격으로 산정한다고 해도 최종 풋옵션 가격은 24만5000원보다 낮을 수 없기 때문에 신 회장은 어펄마에 지불한 주당 19만8000원보다는 많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최소 가격인 24만5000원을 풋옵션 가격으로 가정하더라도 신 회장은 수조원을 들여 지분을 다시 매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신 회장이 풋옵션 이행을 위해 보유 중인 지분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조원대의 금액을 빌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밖에 신 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이 경우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어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신 회장이 풋옵션을 이행하려면 수 조원의 금액이 필요할 텐데, 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펄마와의 분쟁이 해소되는 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무조건 투자한 원금 이상을 가져가려 할 것이고, 신 회장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신 회장은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인 만큼 양 측의 셈법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교보생명은 ICC의 판정이 경영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2차 중재판정에도 불구하고 주요 재무적 투자자 등이 여전히 신 의장을 신뢰하고 있어 교보생명의 경영권 및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중재 결과는 교보생명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으며, 그간 분쟁 과정에서 일어난 주주 및 기업 가치 훼손을 정상화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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