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 통해 한국, 북한, 미국에 보내는 신호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지난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우리의 정상회담 개최 요청을 거절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 측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와 달라진 상황은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해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것이고, 미국에서 2025년 1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에 대화와 교류 활성화를 제안하면서 동시에 한국 대통령과 마주 앉아 정상회담하는 모습을 통해 북한과 미국 트럼프 차기 정부에 전하려는 신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대화와 교류 활성화 신호보내며 중국이 경제와 안보 분야에 적극성 보여
필자는 ‘비자 면제국에 한국 포함한 중국의 결정, 분명한 대화 신호로 긍정적 검토 필요하다’ (뉴스투데이, 2024, 11.4)란 칼럼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보내는 대화와 교류의 신호를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신호를 더욱 분명히 했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환영한다”라고 언급하면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을 조속히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중 정상은 양국 경제협력, 문화,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밝히면서, “금년 5월 윤석열 대통령-리창(李强) 중국 총리 회담 이후에 한·중 간 고위급 대화 채널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한·중 관계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해보자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안보 측면에서도 대화의 가능성이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2022년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요청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북한 관계 개선이 우선이다”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으며, 우리 정부의 대북지원 정책 지지 요청에 대해서도 “북한이 호응할 경우 지지한다”라고 역시 거부했다. 그렇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국은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라고 다소 완화된 발언을 했다.
■ 중국의 북·러 밀착 견제는 우리의 정책 목표와 일치돼 협력 확대 가능
중국은 북·러 밀착에 대해 ‘이는 러시아, 북한 두 국가 간 문제’라는 모호한 입장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북한의 러·우 전쟁 참전으로 형성되는 북·러 혈맹관계가 기존의 북·중 혈맹관계를 희석하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받아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것도 부담이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철수에 중국이 역할을 하라는 미국과 유럽의 요구도 중국을 곤란하게 한다. 중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증파를 억제해야 하고 러시아의 민감한 첨단군사기술 북한 이전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라는 윤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지역의 평화, 안정을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역할을 함께 해나가겠다”라고 언급했다. 북·러 밀착 견제는 우리의 정책 목표와 일치하기 때문에 중국과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분야이다.
■ 중국과의 대화와 교류 활성화는 트럼프 2기에 대한 제한된 ‘협상 카드’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국제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는 데 함께 힘써야 한다”라고 하면서 “글로벌·지역 산업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유지하고,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더 많이 수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2기의 미국 우선 정책과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해 함께 대응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은 트럼프 2기가 동맹 관계를 비용과 편익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기존의 동맹체제가 약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 틈을 활용해 중국의 활동영역을 넓히고자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트럼프 2기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와 한·미 연합훈련 축소·중단, 주한미군 감축·철수 등의 압박 조치에 반발하면서 한미동맹이 이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해 일본, 유럽 등을 끌어당겨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향후 예상되는 미국 트럼프 2기와 협상 및 거래에서 중국과의 대화와 교류 활성화는 하나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카드는 중국과 패권경쟁을 하는 미국의 국익에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한된 카드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내는 신호는 긍정적이다. 우리는 중국과 경제 분야에서 대화와 교류를 확대하면서 북·러 밀착도 견제하고 트럼프 2기에 대한 ‘협상 카드’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에게 우리는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