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최근 북·중 갈등, 상호 공유하는 전략적 이해로 파국에 이르지 않을 듯
북한, 러시아 카드로는 중국 지원 얻기 어려워…미국 카드 사용하거나 한반도 긴장 조성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북한과 중국은 수교 75주년인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정했다. ‘북·중 친선의 해’는 2009년 수교 60주년 이후 두 번째다. 중국 권력서열 3위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4월 친선의 해 개막식 참석차 북한을 방문했다. 그러나 자오러지는 북한이 원하는 어떠한 경제 지원도 약속하지 않았다.
고위급 교류를 할 때 항상 경제 지원을 약속했던 중국의 달라진 태도에 북한은 실망했고 이후 북·중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북한은 러시아에 더욱 밀착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한 푸틴과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조약에 따라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대포 등 무기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첨단군사기술 이전과 함께 석유 등 에너지와 밀가루·옥수수 등 식량을 지원받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지원은 에너지와 일부 식량으로 한정돼 북한의 경제난을 해소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과거에 북한이 소련과 관계를 강화하면 중국은 북-소 밀착을 차단하기 위해 대규모 경제 지원을 했다. 현재 중국-러시아는 준동맹 관계이고 러시아도 중국을 자극할 행동은 자제하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북한의 러시아 카드가 중국에 통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다음 선택은 미국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 최근 다양한 북·중 갈등 사례 나타나고 있으나 한계선은 넘지 않아
김정은은 2023년 9월 푸틴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관계가 북한의 최우선 과제”라고 발언하며 중국을 자극했고, 올해 주중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에게 “중국과 마찰을 두려워하지 말고 업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8.15 광복절에 김정은-푸틴은 축전을 교환했지만, 시진핑-김정은 간에는 축전이 없었다. 최근 북한은 화교(華僑)의 거주지 이탈을 제한하고 주민들의 화교 가정 출입도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마당에서 유통되던 중국 위안(元)화 사용이 제한되고 중국 영화 시청도 통제한다고 한다. 의도적인 ‘중국 지우기’이다.
중국은 7월 27일 북한의 71주년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 열병식에 주북한 중국대사를 참석시키지 않았다. 북한을 “피로 맺은 전우”라고 특별하게 호칭하는 중국에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2018년 시진핑-김정은 정상회담 시 다렌(大連) 방추이다오(棒槌島) 해변 산책 기념으로 제작한 시진핑-김정은 발자국 동판을 철거했고, 김일성과 김정일 방문 사진이 있는 해변 인근 7호각 전시실도 폐쇄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은 북한 노동자 비자 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이들을 귀국시키고 있다. 중국도 ‘북한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북한과 중국의 갈등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공산당과 정부 차원에서 상호 비방은 볼 수 없다. 김정은은 전승절에 6·25전쟁 참전 중국군을 기념하는 우의탑을 방문하고 “중국인민지원군 장병들의 군공(軍功)은 우리 인민의 마음속에 영원한 금별의 위훈으로 간직될 것”이라며 “혈연적 유대로 맺어진 조중친선이 열사들의 영생의 넋과 더불어 굳건히 계승 발전되리라고 확신한다”라고 언급했다. 현재도 북한과 혈맹관계라는 신호를 중국에 보낸 것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월 1일 브리핑에서 중국과 북한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중국의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 중국은 북·러 관계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답변했다. 갈등에 대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북한을 비난하는 발언도 아니었다. 양국은 필요할 경우 관계를 다시 회복해야 하므로 상대를 자극하는 비난에는 신중하다.
■ 76년 북·중 관계 불신과 갈등으로 점철됐으나 파국으로 이른 적 없어
북·중 76년의 역사에는 항상 미묘한 전략적 차이가 있었고 상호 불신 속에서 갈등도 빈번했다. 김일성은 6.25 개전을 마오쩌둥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외신을 통해 북한의 남침 사실을 알게 된 마오쩌둥은 격분했다고 한다. 6.25 전쟁 시 ‘중·조 연합군’ 지휘권 문제와 38선 이남으로 진격 문제를 두고도 갈등했다가 스탈린의 중재로 타협이 이뤄졌다.
북한은 자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수교한 덩샤오핑을 불신했고 북한 핵개발에 반대하는 중국을 믿지 않았다. UN의 대북제재에 참여하는 중국에 분노했고 황장엽 노동당 비서를 한국에 인도하는 중국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김정은은 비공식적으로 ‘일본은 백년의 적이요, 중국은 천년 숙적’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북한 때문에 원하지 않았던 6.25 전쟁에 끌려 들어가 20여년 간 서방과 고립된 상태로 지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자신들의 국익을 훼손할 돌출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만 한다. 2007년 3월 미국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상은 코리아소사이어티 강연에서 “북한은 미국을 위해 중국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고, 같은 해 7월 판문점 북한 대표부는 “중국을 제외하고 북한·미국·UN이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하자”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국을 긴장시키는 북한의 행태가 빈발하면서 중국은 북한이 소련이나 미국과 손잡는 것이 아닌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이 외에도 북한의 이탈을 막기 위해 중국이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지만 북한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음에는 더 많은 지원을 중국에 요구한다며 불만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은 중국에 전략적 부담이다.
그렇지만 중국과 북한은 미국에 대항하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중국은 냉전 시기에는 말할 것도 없고 탈냉전 시기에도 이념과 체제가 다른 미국이 잠재적 위협이었고 현재 미국과 패권경쟁 중이다. 북한은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데다, 매년 북한이 북침준비라고 비난하는 한·미연합훈련을 수차례 실시한다. 한미동맹과 한미연합사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중국과 북한은 세계 최강국 미국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관계를 단절시키지는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61년 7월에 체결한 ‘북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자동개입 조약으로 알려진 이 조약 제2조는 ‘일방이 전쟁에 처하는 경우 체약 상대방은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는데 중국은 한미연합군의 북한지역 진출에 북한과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의미이다. 중국과 북한은 미국에 대항한다는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 지원 얻기 위해 미국 카드 사용하거나 한반도 긴장 조성할 수도
중국은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북한이 경쟁국가나 적대국가와 밀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북한은 지리적으로 중국 수도권과 마주하고 있고 중국 동북지방과 연결돼 있어 북한에 적대세력이 진출한다면 중국 안보에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소 분쟁 시기 북한의 소련 밀착을 막기 위해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 지원을 우선 제공했다. 2018년과 2019년 2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해선 미국과 밀착을 막기 위해 5차례나 북한과 정상회담을 했다.
북한은 중국을 움직이는 유용한 수단이 미국 카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트럼프 2기를 고대한다. 북한은 미국 카드를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북한이 긴장을 조성하면 미국은 항공모함을 파견하거나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전개하는 등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고 있다. 이때 중국은 북한을 비난하기보다 북한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북한에 관심을 표명하고 접근해 원조를 제공했다.
위기가 더 증대되면 미국이 직접 개입할 것이고 그렇다면 자신들도 방관할 수 없어 한반도에서 미국과 충돌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을 달래서 상황을 안정시키는 방법이 중국으로서는 최선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시 중국이 보인 북한 편향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북한은 이렇게 효과를 본 ‘벼랑끝 전술’을 다시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북한 외교의 강점을 ‘절박함과 전문성’이라고 했다.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생존을 위해 국제정세 변화에 정통해야만 했다. 절박함과 전문성에서 나오는 북한의 다음 한 수는 미국과 대화를 하거나 아니면 한반도 긴장 조성일 것이다. 우리는 그 이상의 절박함과 전략적 통찰로 철저히 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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