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대만과 중국이 군사적 긴장 딛고 현상유지 선택한 이유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5.27 13:59 ㅣ 수정 : 2024.05.28 08:28

라이칭더 취임연설 문제 삼아 대만포위훈련 했으나 독립 추진 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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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북중관계 전문가)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중국은 대만 신임 총통 라이칭더(賴清德)의 지난 20일 취임연설의 내용을 문제 삼아 23일부터 24일까지 대만포위훈련을 진행했다. 중국은 라이칭더가 대만을 ‘중화민국(中華民國)이라는 주권국가’라고 언급한 것을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라이칭더 총통의 발언에 동의하는 것으로 인식돼 자신들의 국가과제인 대만 통일이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이다. 향후 대만은 중국의 군사훈련을 초래할 행동에 신중할 것이고, 중국도 대만이 절제된 행동으로 독립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위협을 가할 이유가 없어 현상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 총통, 대만의 주권과 정체성 강조하고 중국은 군사훈련으로 대응 

 

라이칭더 총통은 “중화민국 주권은 헌법과 국민에 근거한다...중국은 중화민국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라고 중화민국이란 국호를 언급하며 주권국가임을 밝혔고, 이어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역사적으로 관계가 없다...대만은 1624년 타이난(臺南)에서 출발해 현재 400년 역사 위에 있다”라며 중국과 역사적 관계를 부정하면서 대만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같이 평소 소신은 밝혔지만, 대만 독립이란 언급 없이 대만-중국 관계의 현상유지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라이칭더의 취임연설을 징계한다는 명분으로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나 필자의 판단으로는 훈련 내용과 위협의 강도는 종전에 비해 다소 완화됐다. 이 의미는 대만이 향후 공개적으로 독립을 추구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한다면 중국도 이를 받아들여 향후 더 이상의 군사위협으로 긴장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만과 중국은 현상유지에 암묵적으로 타협했다고 볼 수 있다.

 

실사격과 상륙훈련 없어 대만 독립 추진 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판단

 

이번 훈련을 2022년 8월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방문 시 실시한 중국의 대만포위훈련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2022년 훈련에는 대만 상공을 통과하는 11발의 미사일 사격이 있었지만, 이번 훈련에는 미사일을 포함해 실탄사격이 없었다. 단지 로켓군(火箭軍)이 미사일을 발사 진지까지 이동시키고 모의(가상)로 발사 훈련을 했다. 대만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능력과 의지를 과시한 것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훈련은 어느 국가의 군대이든 통상적으로 하는 훈련이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군 동부전구(東部戰區)의 이번 훈련은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특이한 훈련이었다고 할 수 없다. 즉 중국이 대만 총통의 취임연설을 빌미로 정치적 목적으로 훈련 내용을 공개하고 위협 수단으로 활용한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대만 국방부는 이번 중국군 훈련에 대해 대응센터를 편성해 현황파악과 경계 대비태세를 강화했지만 대만 침공으로 발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해 전비 태세를 상향 조정하지는 않았다. 대만 국민도 2022년에 비해 불안감이나 동요가 없었다. 중국군이 전투기와 함정으로 대만을 포위하더라도 이제 더는 대만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일상이 됐다.  

 

둘째, 훈련 명칭의 변화이다. 중국은 2022년에는 ‘대만섬 포위 연합훈련(圍島聯合演訓)’이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연합리검(演合利劍) 2024A 훈련’이라고 했다. 중국은 향후 대만이 라이칭더 총통 취임연설 수준의 발언을 하거나 행동을 한다면 이에 대한 대응으로 동일 명칭의 유사한 훈련을 계속하겠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셋째, 중국군의 대만 무력침공 성패는 상륙작전 성공 여부에 달려 있지만, 2022년과 이번 훈련에 상륙훈련은 없었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2개의 상륙여단을 보유하고 있고 최신 상륙정과 상륙장갑차 등을 갖추었지만 대만포위훈련에 상륙훈련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① 중국군의 상륙작전 능력이 미비해 대외공개를 회피할 수도 있고, ② 대만 무력침공 의지 과시보다 대만의 독립 추진 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우선됐다고 판단한다. 

 

대만과 중국은 대만해협의 긴장을 원치 않아 향후 현상유지 지속 예측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취임연설에서 그의 평소 소신을 대만 국민과 중국 그리고 전 세계에 밝혔다. 그리고 중국은 그의 발언에 대해 중국 방식으로 대응했다. 향후 라이칭더 총통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만 독립에 대한 발언을 자제할 것이며, 그렇다면 중국도 대만의 독립노선 추진을 억제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 군사적 위협을 통해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는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비난을 초래해 중국의 국제적인 입지만 곤란하게 할 뿐이다. 대만과 중국은 현상유지에서 타협점을 찾았고 이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만과 중국의 입장은 필자가 향후 대만해협이 군사적 긴장이 잠재된 가운데 현상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는 근거이다.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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