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칼럼] ‘유럽 재무장 2030’, 동·북유럽과 서유럽 맞춤식 Two-Track 전략으로 넘어서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4.14 10:25 ㅣ 수정 : 2025.04.16 08:55

동·북유럽은 K-방산 장점 살려 시장점유율 확대하고 서유럽과도 다양한 방산협력 강화해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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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 지난달 유럽위원회(EU)는 2030년까지 총 8,000억 유로(약 1,270조원)를 역내 국방역량 강화와 방위산업 육성에 투자하겠다는 초대형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 재무장 2030(Rearm Europe 2030)’으로 명명된 이 계획은 러-우 전쟁 이후 유럽 안보 환경의 재편과 함께 트럼프 2기 정부의 NATO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응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로 풀이된다. 

 

자체예산으로 지출하는 시급한 경우 ‘역내 무기 우선구매 조건’ 강제하지 않아

 

‘유럽 재무장 2030’ 전략의 핵심은 유럽 내 방위산업의 자립역량 제고와 공급망 강화에 있다. 실제로, 러-우 전쟁 이후 최근 3년(2022~24)간 32개 나토 회원국들의 역내 무기구매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이 60%, 한국을 포함한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이 거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는 총 8,000억 유로 중 1,500억 유로(238조원)를 ‘역내 무기 우선 구매’라는 조건으로 강제할 예정이다. 이는 유럽산 무기체계 구매에 우선 사용되며, 해외 무기 도입은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역내 공동무기 조달, 국방 연구개발(R&D) 투자, 무기 생산능력 확충 등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6,500억 유로(약 1,032조원)는 2030년까지 EU 회원국들이 각자 추진해야 할 국방예산 증액분이다. 다시 말해 유럽 내 개별국가들이 4년간 한시적으로 국방예산에 한해 자국 GDP의 1.5% 이내에서 증액할 거란 얘기다. 이렇게 유럽 각국이 자체 국방예산으로 지출하는 경우는 ‘역내 무기 우선구매 조건’을 강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유럽 내 무기조달도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동·북유럽 국가들의 시급한 무기수요까지 역내에서 조달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EU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유럽방산전략서(EDIS)와 연계해 2030년까지 EU 회원국 전체 방산조달의 50% 이상, 2035년까지 60% 이상을 역내에서 충당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유럽 방산 생태계를 강화하고 미국, 한국 등의 무기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역내 무기 우선구매’ 기조 강화로 향후 외산에 대한 장벽 높아질 가능성 커

 

이러한 변화는 K-방산에 또 다른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기적으로 러시아 위협에 직면한 동·북유럽 국가들의 급격한 무기 현대화 수요를 충족시키는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폴란드는 2022년 이후 한국과 총 22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올해 상반기 내 60억 달러 규모의 K-2 전차 추가수출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동유럽 방산강국 폴란드의 K-방산에 대한 높은 만족도는 인접국인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핀란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 여러 국가가 한국산 무기 도입을 추진하거나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당분간 K-방산의 동·북유럽 수출 확대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EU의 ‘역내 무기 우선구매’ 기조가 강화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외국산 무기에 대한 정치·제도적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다시 말해서, 유럽 국방예산 및 조달 우선순위의 대부분이 역내 방산업체에 배정될 경우, 한국산 무기 완제품 수출만으로는 유럽 방산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른바 동·북유럽 방산시장 진출의 골든타임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Track 1 : 동·북유럽, 시급한 수요에 K-방산 장점 극대화해 시장점유율 확대

 

이처럼 EU의 ‘유럽 재무장 2030’ 추진에 따른 K-방산의 유럽 방산시장 진출 전략을 재편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2월 전북대 방산연구소가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K-방산수출 전문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의 K-방산 견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과의 협력강화(28%)가 가장 높고 이어서 정부-NATO 간 방산협력 강화(22%), 동·북유럽 중심 방산수출 확대(19%), 수출 주력제품 경쟁력 제고(19%)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K-방산의 유럽 방산시장 진출은 동·북유럽과 서유럽을 구분하는 맞춤식 Two-Track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폴란드를 포함한 동·북유럽 시장은 기동, 화력, 유도, 탄약 등 시급한 역내 무기수요를 중심으로 K-방산의 장점을 극대화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적극적인 시장 진출 전략이 요구된다. 

 

선진국 대비 높은 가성비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빠른 납기능력에 추가해 현지생산과 기술이전, 더 나아가 교육훈련과 정비, MRO 협력을 통해 유럽 방산 생태계 강화에 적극 기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폴란드 사례와 같이 현지에 전차·자주포 조립라인 구축과 기술이전을 통한 공동생산 모델은 유럽의 ‘공급망 자립’ 기조에 부합한다. 

 

아울러, 이를 통해 유럽 방산시장 진출의 교두보 선점과 함께 유사시 한반도로의 무기체계 공유도 가능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무기 완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유럽 주요국과의 ‘방산협력 파트너십 구축’을 가능케 함으로써 글로벌 외교·안보 환경의 급변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외교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Track 2 : 서유럽, 공동개발·생산, 전략적 제휴, 지분투자 등 방산협력 강화

 

또한, K-방산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방산협력 대상인 서유럽의 방산 선진국들과도 첨단기술 및 무기체계 공동개발·생산, 공동 R&D 연구소 설립, 그리고 기업 간 전략적 제휴, 지분투자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방산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서유럽의 강점인 AI, 드론, 로봇, 사이버, 우주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공동 R&D 투자, 차세대 무기체계 공동개발 사업 참여 등의 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요기획단계에 우방국과의 무기 공동개발 규정을 마련함과 아울러, 방위사업청과 NATO 간 방산협력 MOU를 조속히 체결함으로써 상호 방산협력의 큰 틀 내에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적극 발굴해 나가야 한다. 서유럽 주요국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무기개발 사업에 한국 방산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부품·전자장비·소재·MRO 분야에서 한국의 방산 스타트업이나 중소·중견기업이 유럽의 방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럽 재무장 2030’ 전략은 유럽 방산 생태계 강화와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대규모 방위산업 구조 전환 계획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K-방산에 무기수출 확대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유럽과의 진정한 방산협력 파트너로서 새로운 전략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러-우 전쟁 이후 K-방산은 동·북유럽의 시급한 무기수요를 신속하게 공급하는 핵심 우방국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향후에도 이러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유럽 주요국들과 ‘경쟁자(competitor)’가 아닌 ‘동반자(partner)’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통해 K-방산은 유럽에서 단순한 ‘무기수출의 대안적 공급자’를 넘어 유럽 안보 강화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방산협력 파트너’로서 굳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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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프로필 ▶ 전북대학교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국방대 외래교수, 한국혁신학회 감사,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前 미국 CSIS 객원연구원, 2022년 자랑스러운 방산인(방산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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