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중국,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전략적 모호성 유지할 듯
서방국과 갈등 피하려면 찬성할 수 없고, 러시아·북한과 관계 고려하면 반대도 어려운 상황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이 전투병력 선발대 약 1,500여명을 러시아에 파병했고 곧 2진도 파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가 해군 함정으로 약 1,500여명의 북한군을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지역으로 수송했으며 이들은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 분산 수용돼 적응훈련 중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군복을 받는 동영상을 공개했으며, 시베리아 동양계 주민의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다.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고 있음에도 중국은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 중국은 일단 상황을 주시하는 듯하다. 당사국인 북한이 아무런 해명이 없고, 러시아는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가 최근 “북한과 관계 발전은 우리의 주권적 권리”라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 북한군, 우크라이나 후방지역에 침투해 지휘소 타격 등 특수작전 수행 예상
미국과 NATO에서는 북한군 파병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해 각국은 북한군이 아직 전투에 투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병 자체만을 거론하기에는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에 제공한 장비와 무기 운영 기술을 전수하는 군사교관, 그리고 공병 등 전투 지원병력을 러시아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지난 18일 “러시아로 파병 준비 중인 부대는 소위 폭풍군단으로 알려진 제11군단 예하 4개여단 약 12,000명 규모”라고 밝혔다. 폭풍군단은 우리의 특전사와 같은 특수작전 부대이다. 이들은 상대방 후방으로 침투해 지휘소 타격, 군사시설 파괴, 전차부대 등 기동부대 기동로 확보, 후방 교란 등의 특수작전 임무를 수행한다.
이처럼 폭풍군단의 특성상 러시아군이 지금까지 수행하지 않았던 우크라이나의 후방지역에 침투해 지휘소를 타격하고, 공군 기지와 전투기, 그리고 해군 기지와 함정 등을 파괴하며, 탄약고와 유류고, 산업시설들을 공격하는 특수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북한군의 특수작전으로 미사일과 포격전, 무인기 위주였던 기존의 러-우 전쟁 양상은 바뀔 것이며, 북한군의 전투 성과에 따라 전쟁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다.
■ 중국, 미국·유럽 등 서방국과 갈등 우려해 북한군 파병에 찬성하지 않을 듯
중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찬성하거나 지지한다면 미국 및 유럽 등 서방국가들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북한군의 참전으로 우크라이나가 패색이 짙어질 경우,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계속 유럽으로 세력을 확대하며 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판단해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따라서 서방국가들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와 탄약 등을 지원할 것이며 병력 파병도 고려할 수 있다. 이렇게 러-우 전쟁이 격렬해지고 국제전으로 비화하면 서방국가들은 “중국은 러시아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어떠한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라는 종전의 요구를 더욱 강하게 주장하며 중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찬성하거나 지지해선 서방국가와의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반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준동맹국인 러시아와 전통적 우방국인 북한과의 관계 악화가 예상되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 반대에는 러시아의 어려움을 방치할 수 없는 데다, 북한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신중할 것이 예상된다.
■ 러시아·북한과 향후 관계 고려하면 북한군 파병에 중국이 반대할 수도 없어
첫째, 러시아의 어려움을 방치할 수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단기전을 예상했으나 전쟁은 2년 6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도 예상외로 강했고 특히 서방국가들의 지원이 우크라이나를 2년 6개월 동안 버티게 해주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러시아는 중국에 전투 장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시진핑 주석은 서방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거부했다고 한다. 대신에 비전투 물자와 민군 겸용 물자를 지원하고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구입 등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에 대해 불만이 크다. 더욱이 중국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마저 반대한다면 러시아는 중국과 우호 관계를 재고할 것이며, 이는 중국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미국과 패권경쟁에서 러시아와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북한과 중국 사이가 소원한데, 북한이 중국에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대북제재 해제에 나서 달라는 요구에도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중국 대신 러시아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병에 반대하면 북한은 중국을 더욱 멀리하고 러시아와 결속을 강화할 것이며, 자동적으로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이 약화하면서 북·러 밀착은 중국과 대립하는 하나의 축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찬성하거나 반대해도 모두 부담이 있다. 중국은 서방국가와 갈등을 원하지 않는 데다, 러시아와 관계도 중요하고 북한을 자신의 세력권에 잔류시키길 원한다. 따라서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해 러-우 전쟁에 변화가 생길 때, 서방국가의 반응을 살피면서 찬성도 반대도 아닌 일반적 수준의 모호한 논평 즉 “각 당사국은 자제해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정도의 입장에 설 것이 예상된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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