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화장품 사업, 확실한 판로가 없다면 모험이다
[뉴스투데이=최정호 산업2부 부장 대우] 다수의 제약사들이 화장품 사업을 통해 매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 구조를 들여다보면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라는 평이 많다.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국내 시장에서 주춤하면서 중소 화장품 기업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화장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제약사들은 사업 적기로 판단할 수 있다. 더욱이 제약사의 화장품 브랜드는 피부 개선 효과 등 기능성이 높아 제품력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모 제약사 홍보 부장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올리브영에 입점하게 돼 한시름 놓았다”는 말을 들었다. 기자가 “올리브영에 입점하는 게 뭐 대수인가”라고 물었더니 “아주 대단한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전엔 다양한 화장품 편집샵들이 있었으나, 현재는 올리브영이 천하를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대중 인지도와 많은 점포를 보유한 올리브영에 입점할 수만 있다면 말 그대로 '대박'을 칠 수 있다는 얘기다.
홈쇼핑도 중요한 판로 중 하나다. 쇼호스트가 “국내 최고의 제약사에서 만든 믿을 수 있는 화장품”이라며 판매하면 제약사는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
제약사 입장에선 올리브영과 홈쇼핑에서 자사의 화장품을 판매하는 게 꿈같은 얘기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또 다른 제약사 홍보팀장은 “화장품 사업은 계륵(鷄肋)”이라고 했다. 올리브영과 홈쇼핑의 수수료 비중이 높다보니 팔아도 남는 게 적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판로를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자사 쇼핑몰의 경우 대중 인지도가 낮아 고객 유인이 어렵다.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를 통해 판매해야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판로를 찾는 게 제약사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처럼 제약사가 계륵과 같은 화장품 사업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제약 분야는 규제 산업이다 보니 ‘사용량 연동제’로 인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제한이 있다. 약을 많이 팔면 이윤도 많아져야 하지만, 보건당국이 약가를 낮춰버리기 때문에 채산성에서 문제가 생긴다. 때문에 제약사는 매출 상한선을 정해 놓고 약을 유통할 수밖에 없다. 약가 사용 연동제가 제약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장품은 다르다. 규제를 받지 않아 팔리는 만큼 제약사의 매출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결국 제약사 화장품 사업의 성공 여부는 확실한 판로 확보에 달려 있다. 그렇지 못하면 현재로썬 위험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