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8.06 15:26 ㅣ 수정 : 2024.08.06 17:24
통합 기술기획·개발예산 편성 후 기술개발 추진하도록 획득제도 재편하고 법적 근거 마련해야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전력지원체계는 전체 군수품 중에서 무기체계 이외의 품목을 통칭한다. 전력지원체계는 전투 지원 장비 및 물자, 의무지원 물품, 교육훈련 물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군 장병을 보호하고 생존성을 보장하며, 복지 증진에도 직접 이바지한다. 따라서 현재 사용 중인 전력지원체계의 성능과 품질을 개선하고 혁신적인 신규 전력지원체계를 계속 개발해 전력화하는 것은 무기체계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 국방연구개발에서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간 예산 격차 등 불균형 심각
하지만 전력지원체계 연구개발 여건은 무기체계보다 매우 열악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방연구개발 예산 중 무기체계 관련 예산은 연간 5조원 내외에 이르지만, 전력지원체계 관련 예산은 고작 150억원에도 미치지 못해 격차가 너무 크다. 무기체계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비롯해 굴지의 방산업체들과 우수한 산·학·연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전력지원체계는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 위주로 연구개발이 진행된다.
게다가 전력지원체계 연구개발을 위한 법적 근거도 상당히 불충분한 상태다. 지난 2020년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이 제정됨에 따라 국방연구개발의 법적 기반은 강화됐지만,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소관인 무기체계 연구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전력지원체계 연구개발은 여전히 국방부 훈령인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 따라 매우 소규모로 추진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방산 선진국 중 유일하게 군수품을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로 구분하고 무기체계 위주로 연구개발 자원을 불균형하게 투입하는 나라다. 정부도 전력지원체계 연구개발 불균형의 심각성을 인지해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이하 국기연) 내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를 신설하고 중장기적 연구개발 대상이 수록된 ‘전력지원체계 소요기획서’를 매년 발간하는 등 상당한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전력지원체계 연구개발 예산 규모와 추진방식의 대대적인 보강 시급
그런데도 현재의 열악한 실태를 고려하면 전력지원체계 연구개발 예산 규모와 추진방식의 대대적인 보강이 시급하다. ‘2025∼2034 전력지원체계 소요기획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신규 연구개발이나 현재 사용하는 품목을 개선하는데 약 3,663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산술적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366억원의 예산투입이 필요해 현재보다 2배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게다가 미래 첨단 전력지원체계를 개발하는 것은 투자 규모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기체계처럼 중장기 핵심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선(先) 기술개발, 후(後) 체계개발이 이루어지는 기획-계획-예산-관리-평가-활용 등의 전순기 업무 기반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근본적으로 지금처럼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로 분리해 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각종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군 전투력 발휘와 장병의 생존성 향상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로 구분해 별개로 획득하는 현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가 혼합된 육군의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을 온전히 전력화하기 위해서는 통합 개발이 필수적이다.
■ 전력지원체계 연구개발 본격 확대하고 무기체계와 통합 개발 추진해야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군용드론을 보더라도 굳이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로 구분하는 것이 불필요하고, 인구절벽 시대를 맞이해 장병의 생존성과 전투역량을 획기적으로 증강하기 위해서는 전력지원체계도 무기체계에 준하는 수준으로 첨단화·고성능화가 필요하다. 전력지원체계에 대한 예산투자와 개발역량이 매우 저조한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국방 분야에서 활용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AI, 무인 체계, 양자, 첨단 센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도 무기체계 전용기술, 전력지원체계 전용기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므로 통합기획·개발이 활성화될수록 더욱 효율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히 늦었지만, 국방부가 ‘2023∼2037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에서 방사청과 협력해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의 통합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한 것은 다행이다.
이에 대해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중장기적인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소요를 기획하면서 통합 기술기획·개발예산을 편성한 후 기술개발사업도 체계별 구분 없이 추진하도록 현행 획득제도 전반을 재편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방연구개발체계를 국방부 주도로 재편해야 하고, 국기연 기술기획인력과 ADD 개발인력의 임무 범위도 전반적으로 재편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