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장 취임후 첫 번째로 폭발하게 만든 동원훈련(하)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대대에서 운용하는 예비군 훈련장은 일반 및 향방훈련 위주로 수용인원이 200명 정도이기 때문에 500명 가깝게 소집되는 동원훈련은 연대의 동원훈련장을 활용한다.
따라서 대대의 예비군 훈련장처럼 만들기에는 연대의 동원훈련장이 너무 광활하여 전체를 보완 할 수 없었고, 가능한 일부분을 대대에서 보유한 훈련장처럼 정성을 다해 준비하여 소집되는 예비군들을 맞이했다.
입소할 때부터 시간에 늦게 도착한 자들을 바로 돌려보내고, 식당 입장시에도 복장 점검과 오와 열을 맞춰 단체로 이동하는 등 강력하게 통제하는 모습을 보이자 동원된 예비군들은 “다시 신병으로 입대했냐?”며 불평을 하면서도 마지못한 표정으로 조교들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했다.
2박3일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 그동안 잊혀졌던 많은 훈련 과제들을 숙지시키기에는 너무도 부족했다. 그래서 소규모 단위로 실습조 편성을 다시해서 간단없는 순환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무료하게 대기하거나 놀리는 결과를 방지했다.
특히 인접부대에서 사격훈련간에 오발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어 대비를 했다. 먼저 우천시를 고려해 표적지 설치대에 지붕 설치와 깔판도 준비해 지면 습기로 인한 실습 기피 방지했다. 또한 탄피받이를 제작해 탄피회수도 용이하게 만들며 경고용 수기와 총구이탈방지틀을 설치해 안전사고도 예방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훈련을 통해 느슨하게 쉬어가는 시간이라는 인식을 배제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사실 예비군들의 요구에 따라 편의를 한없이 제공하다 보면 퇴소 후에 예비군 교육이 너무 허술하고 효과도 없다고 오히려 역으로 이의를 제기했다는 선배들의 하소연을 들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타이트한 시간이 되도록 노력했다.
입소 첫날 오전은 편성과 물자분배 및 입소 신고로 모두 소요됐고 오후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 정성스럽게 교장을 준비한 것에 비해 예비군들의 반응은 별로였고 일부만이 호평
사실 대대는 예비군 교육을 연중 지속적으로 하지만 훈련에 입소하는 예비군들은 일년에 한 번 뿐이다. 따라서 대대는 항상 새롭고 정성스럽게 일년 내내 계속해서 훈련장과 편의 시설을 보강한다.
양지에서 운용되는 훈련장의 강의장과 실습장에는 그늘을 만들기 위해 차양막을 설치했고 합판과 목제로 된 간판은 회전식 철제 간판으로 교체했다.
강의장 좌석도 가능한 블록과 폐타이어를 이용해 계단식으로 설치하고, 평지에는 사진처럼 목욕용 의자나 장판을 이용해 깔판도 만들었으며 모든 실습장과 이동로에는 모래와 석분을 깔고 경사지 계단에는 안전로프도 설치해 불필요한 고통을 방지와 편의를 제공하며 우발적인 사고를 예방하도록 조치했다.
훈련 첫날 오후에 중대별로 상이한 교육내용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그런데 대대원들이 정성스럽게 교장을 준비한 것에 비해 예비군들의 반응은 별로였다. 약 3분의 1정도의 예비군들은 전역후에 첫 훈련이라 아마도 전에 교장과 비교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일부 예비군들만이 정성스레 보완한 훈련장을 체험하며 호평을 해주었다.
주간교육이 끝나고 저녁식사 후에 강당에 소집시켜 만화식 제작된 괘도와 VCR을 활용해 필자가 직접 안보교육을 두시간씩 진행하여 취침시간이 되면 모두 피곤해서 바로 잠이 들 수 있도록 유도하자 예비군들은 빡빡하게 짜여진 스케줄에 대해 하소연하며 좀 더 자유시간을 부여해주기를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물론 취침 이후에도 간부들의 순찰을 계속 돌려 다른 예비군들의 취침을 방해하지 않도록 감독했다. 그러나 그와중에도 입소시에 몰래 감추어 드려온 것으로 술판을 벌릴려고 준비하던 내무반도 사전에 적발하여 모두 압수하고 다시 적발시에는 퇴소 조치하여 재교육에 입소하거나 불참시에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도 했다.
■ 솔선수범(率先垂範)은 커녕 병사들과 동거동락(同居同樂)을 못하는 간부들의 나태함에 실망으로 감정이 폭발
인원·장비 식별, 화생방, 대공사격술, 환자응급처치 등 병기본훈련과 공용화기, 주특기 및 수색정찰, 전술훈련 과목들을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바쁘게 진행하자 어느덧 마지막 3일차 훈련을 하게 되었다.
마무리 훈련이 끝나고 퇴소할 때 예비군들을 심한 통제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수고했다고 인사하며 복귀하는 모습에 보람도 느꼈다.
한편 힘들었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첫 동원훈련이 종료되자 필자는 예비군 통제를 위해 간부들에게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악한 모습으로 언성을 높이며 호되게 질책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여운으로 남아 후회를 했다.
훈련이 종료되면 다음 훈련을 대비하여 총기 반납 및 막사 청소 등 연대 동원훈련장을 정리해야 하는 일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각 내무반을 돌며 2박3일 동안 고생한 간부들과 병사들을 격려하려고 사무실을 나와 마무리 정리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동안 훈련 조교로서 예비군들과 함께 내무반에서 기거하며 교장에서도 예비군들을 통제했던 대대 병사들이 빨리 부대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인지 열심히 땀을 뻘뻘 흘리며 총기를 옮기고 청소 및 정리정돈을 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감사해 일일이 수고했다며 어깨도 두드려주고 격려했다.
각 중대를 현장을 모두 돌며 격려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대대 간부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병사들만 마무리 정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여운으로 남아 후회했던 감정이 모두 사라지고 화(禍)가 치솟아 오르며 15년전 소대장 시절에 대대장에게 간부들이 불려가 기합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도 대대전술훈련이 끝나자 지쳐서 마지막까지 병사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휴식을 취하던 간부들을 모두 소집해 화가 난 대대장이 직접 엉덩이를 때리며 끝까지 확인과 감독을 못하는 간부들의 불성실한 행동에 대해 엄청나게 혼을 냈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필자도 전 간부를 집합시켰다. 다음주 2차 동원훈련도 남아있고 전시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전장정리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했었다.
동원훈련을 성공적으로 끝냈지만 최종 마무리를 병사들에게만 맡기며 지쳐서 퍼져있는 간부들에게 대대장 취임 후에 처음으로 언성을 높이며 심하게 화를 냈다. 예비군을 통제하기 위한 쇼가 아니라, 솔선수범(率先垂範)은 커녕 병사들과 마지막까지도 동거동락(同居同樂)도 못하는 간부들의 나태한 지휘·감독에 실망하며 감정이 폭발해 자제할 수가 없었다.
◀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