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성장→압박 시작’···실적 발표가 무서운 은행들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1.01 07:30 ㅣ 수정 : 2023.11.01 12:38

KB·신한·하나·우리금융, 누적 순익 13.6조원
대출 성장·금리 상승에 이자이익만 30조원대
매분기 역대급 실적에 이자장사 비판 재점화
尹 “종노릇” 발언에 긴장감↑..횡재세 전망도
금융당국 압박 또 시작될까..움츠러든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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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본점. [사진=각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올 3분기 경영 실적 발표 이후 잔뜩 움츠러들었다. 지난해 세웠던 사상 최대 기록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올해도 13조원대의 역대급 순이익을 쓸어 담으면서 ‘이자 장사’ 논란이 재점화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은 은행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은행 압박’이 재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 합계는 4조4222억원, 올해 누적 순이익 합계는 13조6054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누적 순이익의 경우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전년동기(13조8544억원) 대비 1.8% 감소한 규모다. 

 

표면적으로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주춤했지만 이자 이익은 여전히 견고하다. KB금융의 올해 누적 이자 이익은 8조847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3% 증가했고,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2.5% 늘어난 8조313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6조7648억원으로 1.9%, 우리금융은 6조6000억원으로 4.0% 각각 늘었다. 

 

은행들의 이자 이익 증대는 대출 자산 성장과 금리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은 수요 감소로 역성장 했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이 늘면서 전체 여신 잔액 방어에 성공했다. 보유 대출은 늘어나는데 3분기 중 시장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이익 규모도 커졌다. 

 

특히 4대 금융의 영업 이익에서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금융이 88%, 하나금융이 79%, 신한금융이 73%, KB금융이 70%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비(非)이자 이익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이자 이익 의존도가 강하다. 금융지주들의 호실적 속 ‘이자 장사’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지주·은행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기 역시 실적 발표 시즌이다. 최근 경기 둔화로 가계·기업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들은 매분기 역대급 실적을 시현하고 있는 게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은행권에선 연체율 상승·부실채권 증가 등 자산 건전성 리스크를 감내하고 있다며 항변하지만 ‘조(兆) 단위’ 순이익이 공개될 때는 부정적인 여론이 고개를 든다. 

 

이런 가운데 나온 윤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은 은행들을 더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현재의 경제 상황을 언급하던 중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이 주목받는 건 지난달 24일~27일 이뤄진 4대 금융의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이 올해 13조원대의 누적 순이익과 30조원대의 이자 이익을 거둔 걸 저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정책과 연결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은행권에선 경계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올 2월 윤 대통령의 ‘은행의 돈 잔치’ 언급 이후 대출금리 인하 등 상생금융 압박이 본격화한 사례도 있는 만큼 향후 금융당국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은행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금융위원회는 “구체적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은행권에 횡재세를 물리는 걸 골자로 한 ‘서민금융법 개정안’과 ‘법인세법 개정안’ 등이 의원 입법으로 계류돼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사는 공적인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공감하고, 그동안 꾸준히 노력을 해왔다”며 “실적이 개선된 것만 두고 금리를 내리라거나, 다시 뱉어내라거나 같은 요구가 나오면 자칫 은행들의 영업이 뭔가 잘못돼 징벌 받는 듯한 이미지가 씌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도 “내년 초에는 연간 실적까지 나올 텐데 수치 자체가 높아지고, 이익 지표 중 성장세가 관찰되면 다시 국민적 비판이 나올 것 같다”며 “고금리가 가장 문제기 때문에 내년 정치 이벤트까지는 이런 이슈(압박)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 단발성 지원인 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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