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원 손들어준 대법원 3부 판결, 노란봉투법 '정당성' 근거 될 수 있나

박희중 기자 입력 : 2023.06.19 14:18 ㅣ 수정 : 2023.06.19 14:57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15일 대법원 판결, 노란봉투법 정당성의 근거 될 수 없어"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손잡고', "대법원 판결이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이어져야"
지난 달 24일 야권이 본회의 직회부한 '노란봉투법', 6월 임시회에서 표결 처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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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는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원 손해배상 청구소송 결과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가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과 직결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노란봉투법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관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국회통과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회에서 단독 처리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판결은 지난 15일 대법원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현대자동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낸 건이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에게 생산 차질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일괄적으로 요구할 수 없고, 노동자 개인이 행한 불법행위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따져서 책임 정도를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의 원심 판결대로라면 4명의 조합원은 20억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공동으로 물어내야 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취지대로 개별 조합원의 가담 정도를 따져서 부담 액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18일 여섯 장짜리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해당 (대법원) 판결이 노조법 개정안의 근거라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노동부는 "현행 민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다수의 노조 조합원이 불법파업을 한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다수의 노조 조합원이 공동으로 연대해서 져야 한다"며 "노조법 개정안은 이 같은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부진정 연대책임)을 부정하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특별히 손해액을 개별적으로 일일이 산정하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이번에 나온 판결은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자는 여전히 공동으로 연대 책임을 지고, 공동불법행위자의 손해배상액을 경감해주는 책임 제한 비율, 즉 공동불법행위자(가해자)와 사용자(피해자) 사이의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액에 대한 분담 비율을 공동불법행위자 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해당 판결은 부진정 연대책임의 예외를 규정한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도 보도참고자료에서 "해당 판결은 노조법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우리 노사관계는 법을 준수하는 상생의 관계를 지향해왔는데, 이러한 노력을 후퇴시켜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방식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15일 대법원 판결을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로 삼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인 것이다. 

 

반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는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대법원 판결이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장석우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쉬움도 있지만, 의미가 있고 분명히 진일보한 부분이 있다"며 "노조와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 개인의 책임은 달리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대법원은 사측이 조합원 전원에 부진정연대책임을 묻는 데 제동을 걸었다"며 "제동 근거는 헌법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논리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중 법원이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과 일맥상통한다"며 "노조 투쟁에 있어 분명히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주도로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지난 달 24일 본회의로 직회부돼 표결을 앞두고 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직회부 법안은 30일 간의 숙려 기간을 거쳐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이는 6월 임시회 내 본회의 표결 처리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표결처리를 앞두고 발생한 대법원 판결을 대해 야권과 노동계는 '호재'로 판단하고 있는 데 비해 정부여당은 '악재'라는 인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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