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고용노동부가 21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에 대해 정면 비판을 했다. 이날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을 법률로 명시한 해외 사례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위헌 논란이 있고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해외 사례와 국내에서 2009년부터 지난 8월까지 기업·국가·제3자가 노동조합이나 그 간부·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4일에 이어 두 번째다. 노동부는 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국회 논의를 돕고자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노동부는 "대부분 국가에서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상 책임을 면책한다"면서도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해외 사례는 없다고 일축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폭력·파괴행위 외에 사업장 점거도 위법하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장 점거'를 위법 행위로 볼 수 있는지는 국내에서 논란의 대상이었다. 노란봉투법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계기로 작용한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 사태에서도 사업장 점거가 일어났다.
일본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쟁의행위의 목적과 절차가 위법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뿐 아니라 개인의 책임이 인정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 조합원에 대한 청구 사례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책임을 면책한 사례나 손해배상 범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입법례는 찾을 수 없었다.
영국의 경우 상한액을 정하고 있지만, 개인이 아닌 노조에 적용된다. 다만 개인의 상해나 재산 소유·점유 등에는 적용이 제외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결이 나온 63건의 선고 결과와 행위 양태별 법원의 판단도 분석해 제시했다.
63건 중 인용 판결은 39건, 기각 판결은 24건이다. 39건 중 28건은 불법 쟁의행위, 11건은 불법행위로 판단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손해배상 청구 인용률은 67.1%다.
법원은 불법 쟁의행위이더라도 손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일반 조합원의 경우 단순히 노무 제공을 멈춘 것만으로는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사용자의 귀책 사유, 불법 행위 동기 등을 참작해 책임을 경감했다.
손해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사업장 점거'로 조사됐다.
손해배상 청구 원인의 절반 가까운 49.2%(31건)가 사업장 점거에 의한 생산라인 중단이었다. 이어 집회·시위·농성 22.2%(14건), 파업 17.5%(11건) 순이었다.
사업장 점거 사건의 인용률은 90.3%로, 금액상으로는 전체 손해배상 청구 인용액(332억2천만원)의 98.6%(327억5천만원)에 달했다.
2009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은 총 151건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이 전체의 94%(142건)에 달했다. 청구액으로는 99.6%, 인용액으로는 99.9%가 민주노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