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그해 8월 20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었던 남북간의 초긴장 상태가 끝나고 공작사령관주관 화상회의가 있었다. 공작사령관의 훈시 및 격려가 끝난 이후, 필자는 예하 부대장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느라 대단히 수고 많았다. 이는 여러분들이 평소에 투철한 전투의지로 부대를 지휘 관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며칠간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여단의 전투준비태세가 확고하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부대원들이 단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격려하고 치하했다.
이로써 필자의 군 생활 기간중 마지막으로 실시된 '전군(全軍)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가 종료되었다. 극도로 긴장했던 그러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군인으로서 주임무 완수를 위한 의지가 풍만했던 지난 며칠 동안 역사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 군 생활이 몇 개월 남지 않았음을 생각하며 을지연습으로 돌아갔다.
한편, 그해 여름에는 뜻하지 않게 감찰조사를 받게 되었다. 몇 년 전, 필자가 방포사 참모장 시절에 겪었던 그런 종류의 모함 때문이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참모총장에게 ‘0여단장이 부대를 지휘하면서 부적절한 행동이 있다’는 식의 보고가 수차례 있었고, 이에 참모총장이 공작사령관에게 조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을지연습을 전후한 어느 여름날, 필자는 1박 2일 동안 예하부대 지도방문을 나갔고, 공작사 감찰팀은 필자가 예하부대로 지도방문을 나간 첫날에 여단본부로 들어와서 참모총장에게 ‘보고된 내용’에 대해서 1박 2일 동안 조사를 했다.
다음 날, 부대로 복귀하니 공작사 감찰실장(대령)이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접견실에서 감찰실장은 필자에게 정중히 인사하더니 첫마디가 “여단장님! 저희가 와서 조사해보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저희가 (조사를 하러) 오기 전에는 상당히 심각한 얘기(소문)를 듣고 왔는데 1박 2일간 확인해보니 사실무근이었습니다. 참모총장님께 사실무근임을 보고드리겠습니다.” 도대체 참모총장에게 어떤 내용이 어떻게 보고가 되었기에 이렇게 조사를 나오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그 대답이 기가 막혔다.
공군에서의 마지막 사격대회. 패트리어트가 힘차게 발사되고 있다.
정말 말도 안되는, 60년대 군대에나 있었을 것 같은 얘기들이었는데, 예를 들어 필자가 업무추진비(판공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던가, 필자가 출근하면 아내가 부대의 장교 부인들을 매일 불러서 일을 시켰다던가 하는 그런 황당한 내용 들이었다. 그러니 그런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내가 수준 이하의 장교라고 생각했을 것이었고, 공작사 감찰실장이 와서 조사하기를 잘했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며칠 후, 공작사 감찰실장이 참모총장에게 ‘사실무근’이라는 조사 내용을 보고하니 참모총장은 매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총장 본인도 허위보고를 받았던 것이다. 참모총장에게는 예하 부대(또는 예하 부대 장군들)에 대한 실태(애로사항이나 문제점 등)를 공식적으로 보고하는 경로가 몇 개 있다. 헌병이나 기무 계통 등이 대표적인 경로이다.
과연 누가 이런 모함을 왜 하였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대략 짐작은 갔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일할 생각은 안하고 모함이나 하다니, 천벌을 받을 놈들이다! 참모총장에게 부대 관리, 전투력 발전 등에 관한 문제점이나 개선사항 또는 필요한 사항을 올바로 보고해서 부대의 단결과 전투력 증진을 도모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식으로 허위 보고를 해서 총장이 예하 부대장을 믿지 못하게 하고,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군 부대장을 음해한 자들은 적국의 간첩보다 더 나쁜 놈들이다. 이놈들의 행동(허위 보고)이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을 모함한 간신배들의 행동과 무엇이 다른가! 아직도 이런 간신배들이 날뛰고 있다니. 분노가 치밀었다.
한편, 그때 1박 2일 동안 여단 참모들은 공작사 감찰팀에게 조사를 받으며 많은 고초를 겪었다. 공작사 감찰팀이 공작사로 복귀한 후, 필자는 여단 참모장에게 1박 2일 동안 여단 참모들이 어떻게 조사를 받았는지를 들었다. 참모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참모들과 조용히 차 한잔 하면서 서로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당시 필자는 공식적인 조사 결과 그런 ‘모함’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으니 자칫 더렵혀질뻔한 명예는 지켜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허전했다. 그동안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의 길을 걷는 군인’으로 살아왔는데, 수준 이하의 모함으로 인하여 감찰 조사를 받게 되다니...
유도탄 사격대회를 마치고 부대원들을 격려, 훈시하는 필자 / 사진=최환종
시간은 흘러 어느덧 유도탄 사격대회 시기가 돌아왔다. 필자로서는 공군에서의 마지막 유도탄 사격대회였다. 사격대회에 참가하는 예하 포대장들에게 지난 여름의 “전군(全軍)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 때와 마찬가지로 사격대회에 만유감이 없도록 장비 준비 및 조원 훈련을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필자는 여단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예하 부대장들에게 사격대회나 기타 경연대회에서 1등은 요구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실전적인 훈련과 즉응태세 유지였다. 형식적인 경연대회 1등을 강조하는 것은 부대원들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지울 뿐이었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