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104)] 방공유도탄여단장⑭ 포대원들의 헹가래에 흐뭇함과 행복감을 느껴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6.23 10:30 ㅣ 수정 : 2023.06.23 10:30

마지막 유도탄 사격대회 훈시와 격려 마치자 포대원들이 달려들어 헹가래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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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포대장 때의 포대 간부들과 함께 / 사진=최환종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유도탄 사격대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여단 예하의 사격대회 참가 포대는 모두 훌륭히 임무를 완수했다. 사격이 종료된 후, 필자는 사격 참가 포대원들을 격려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격장에는 필자가 1차 포대장일 때의 포대 간부들 일부가 사격대회에 참가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일부는 필자가 1차 포대장때의 그 포대에 여전히 근무하고 있었다. 그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1차 포대장 당시 ‘유도탄 사격에 실패’했던 얘기가 어김없이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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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대회에 참가한 포대장들과 같이  / 사진=최환종

 

사격 참가 포대원들에게 훈시와 격려를 마치고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지시했는지 갑자기 포대원들이 씩 웃으며 내 주위로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포대원들은 내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헹가래를 쳤다.

 

포대원들이 해준 헹가래는 아마도 필자의 마지막 사격대회를 기념하고 그동안 수고했다는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포대원들의 헹가래에 필자는 흐뭇함과 행복감을 느꼈다. 흔치 않은 포대원들의 헹가래... 그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사격대회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필자는 대위때 처음 참가했던 발칸 사격대회부터 그동안 수없이 참가한 유도탄 사격대회와 그에 얽힌 많은 에피소드를 기억하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그리고 이제는 전역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또한 군 생활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여단본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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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를 헹가래 치는 포대원들 / 사진=최환종

 

한편, 그해에는 지난해의 0여단장 때보다 더 다양한 부대 내외의 활동이 많이 있었다. 그해 여름에는 필자의 모교(서울 대신고등학교)에서 안보 강연을 하게 되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가보는 모교이다. 후배 학생들과는 필자와 거의 40여년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데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 하고 고민하며 안보 강연 자료를 만들었다.

 

안보 강연이라기보다는 지성인으로서 장차 건전한 사회인으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인성 교육 내용으로 자료를 만들었다. 역사 얘기를 간간이 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하고, 꿈을 크게 가지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그런 내용으로...

 

서울 대신고등학교는 독립문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 교문은 독립문 형태를 본떠서 만들었는데, 처음 고등학교를 배정받고 학교에 등록하러 갔던 때가 생각났다. 그로부터 벌써 38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고교시절에는 깡마르고 키만 크고, 체력도 약했던 내가 공군 장군이 되어서 모교를 방문하다니, 기분이 묘했다. 그때는 내가 장군이 되어서 모교를 방문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학교 정문을 통과해서 학교 안에 들어와 학교 전경을 바라보자 전에는 그렇게 크고 넓게만 보였던 운동장이 너무나 작아 보였다. 학교 건물 앞에서 필자를 기다리고 있는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그러나 그 교장 선생님은 예전의 나이 드신 교장 선생님이 아니라 그분의 아들이 교장 선생님을 하고 있었다. 그 교장 선생님 역시 대신고등학교를 졸업한, 필자보다 7년 고교 후배인 교장 선생님이었다.

 

교장실에 들어가서 교장 선생님 및 교직원 몇 명과 같이 차한잔 하며 학교가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필자가 고등학생 때의 선생님들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등등을 물었다. 안타깝게도 필자를 가르치시던 선생님들 중에 몇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35년이 되어가니 그분들의 나이가 이미 고령일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몇 분이 고인이 되셨다는 말에 잠시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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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인 서울 대신고등학교에서 후배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안보강연 중인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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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추천한 성적 우수 학생에게 격려 기념품을 주고 있는 필자.

 

교장실을 나와서 필자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강당으로 향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5년 만에 만나는 후배 학생들. 간단하게 필자의 개인 소개를 하며, “나는 대신고등학교 29회 졸업생입니다”라고 하자 학생들은 “우와! 엄청 선배님이네” 하는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학생들의 앳된 얼굴과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나도 고등학생 때는 저렇게 어려 보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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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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