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102)] 방공유도탄여단장⑫ 우리의 강경한 대응이 북한의 꼬리를 내리게 만들어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5.26 16:37 ㅣ 수정 : 2023.05.26 16:37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죽음을 각오할 것이란 생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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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 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필자는 그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수차례 全軍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가 발령되는 국가 차원의 군사대비태세 유지상황을 경험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실제 작전이 수행되는 곳과는 거리상으로 먼 곳에 있었기에 피부로 느끼는 긴장감은 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국가적인 군사대비태세 유지상황을 접하게 되면 첫 순간에는 다소 당황하지만 잠시 뒤에는 아드레날린이 분비가 되면서 군인으로서 주임무 완수를 위한 의지가 풍만해짐을 느끼곤 했었다. 사실 군인으로서 외적이 침공하여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전투에 참가하여 나라를 위하여 싸우면서 외적을 물리치고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싶은 것은 모든 군인들의 마음일 것이다.

 

당시 상황은 매일 고조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지속되었고, 언제라도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군사분계선 부근의 북한군 동향과 예하 포대의 전투준비태세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필자는 이때 ‘만일 내 작전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에 임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군인으로서 조국을 위하여 전투에 임하다가 전장에서 전사한다면 이 얼마나 명예로운 것인가!

 

한편 예하 포대장들도 필자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화상회의 중에 이런 얘기도 나왔다. ‘적 항공기나 탄도탄이 군사분계선을 0.1 mm라도 침범하면 즉각 유도탄을 발사하여 공중에서 격파하겠다’고 포대장들은 자신있게 얘기했다.

 

그만큼 여단 예하 모든 장병들의 전투의지는 충만했는데, 거기에는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에 우리 군 장병들에게 쌓여있던 ‘응어리진 그 무엇’과 ‘선조치 후보고’라는 전투 요원들의 용기와 사기를 북돋우는 상급 부대의 간단명료한 지시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8월 22일 오후, 청와대는 “현재 진행중인 남북관계 상황과 관련, 6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장관과 북측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로동당 비서와 접촉을 가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남북 고위급 회담은 자정을 넘겨 오전 4시 45분까지 마라톤 협상이 이어졌으며, 양측은 일단 다음날 오후 3시에 다시 회담을 이어나가기로 합의하고 일단 회담을 중지하였다.

 

그리고 23일 오후 3시 30분경 회담이 속개되었다. 이렇게 회담이 진행되면서 북한이 했던 위협(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방송 시설 철거를 요구하며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은 이행되지 않았다.

 

우리의 강경한 대응이 그들의 꼬리를 내리게 한 것이다. 필자 기억에 북한군이 도발한 이후에 그들이 꼬리를 내렸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드문 사례 중의 하나가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에 김일성이 유감을 표명한 것, 그리고 다른 하나가 그해 여름의 ‘북한군에 의한 목함 지뢰와 로켓 도발’ 정도일 것이다.

 

당시 주요 일간지의 사설에서 “우리의 군사적 능력은 부족하지 않다. 부족한 것은 결의와 인내심이다. 우리 국민이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만큼은 북에 끌려 다니는 악순환을 끝내겠다고 결심하고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조선일보)”, “국군통수권자가 결연해야 군도 북한의 도발을 철저하게 응징해 국가를 지킬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에 제때 제대로 응징을 하지 못해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보도록 만든 측면이 있다(동아일보)” 라고 언급했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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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회담 직후 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며칠간 쉬지 않고 남북 고위급회담을 이끌었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얼굴이 피로해 보인다. [YTN 방송 화면 캡처]

 

8월 23일 오후 3시 30분(북한 기준 3시와 동일)부터 시작된 회의가 33시간 만에 종료되었고, 우리 시각 0시 55분에 기나긴 남북 접촉 끝에 합의문이 극적으로 타결되었으며, 25일 2시에 김관진 안보실장이 공동 보도문을 발표하였다. 남북 합의에 따라 정오를 기해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었고, 북한 역시 ‘준전시상태’가 해제되었다. 하지만 우리 측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지는 않았다. 아래 내용은 당시 발표한 ‘8.25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합의 6개항’이다.

 


1.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3.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


4.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초에 가지기로 하였다


6.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이로써 그해 8월 20일부터 8월 25일까지 6일간 진행되었던 남북간의 긴장상태는 일단락되었다. 초긴장 상태로 북한 항공기와 탄도탄 그리고 적 특수작전부대의 침투에 대비하여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던 여단 예하의 유도탄 포대원들은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다시 을지연습으로 돌아갔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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