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95)] 방공유도탄여단장⑤ 여단 작전지역을 공중에서 순찰하다 2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3.06 14:01 ㅣ 수정 : 2023.03.06 14:01

고진감래(苦盡甘來)라!...초급장교 때 고생하며 지휘했던 부대 상공을 장군이 돼 직접 전투기 조종하며 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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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1 후방석에 앉아있는 필자 / 최환종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이륙 후 기수를 돌려서 필자가 2차 포대장을 했던 00포대로 항했다. 이때부터 기지에 착륙할 때까지 거의 전 구간을 필자가 조종간을 잡고 KA-1을 조종했다. KA-1의 조종간은 스틱형인데 이 형태의 조종간은 중등 비행 훈련때 T-37 이후로 처음 잡아본다(Cessna-172는 Wheel 형태이다).

 

조종사에게 조종간을 넘겨받고는 조종간을 좌우로 약간씩 흔들자 기체가 매우 부드럽게 반응을 한다. 조종간에 익숙해지면서 고도와 방향을 유지하고 비행하는 동안 KA-1은 어느덧 00포대 부근에 이르렀다. 00포대 주변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었고, 포대 주위의 바람과 추위가 조종석에 앉아 있는 필자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필자는 안전고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포대 상공을 한바퀴 선회했다. 포대의 각종 장비와 대공포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포대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지 머리 속에 그려진다. 포대에서는 KA-1을 가상적기로 하여 각종 대응태세를 훈련하고 있을 것이다.

 

KA-1의 공대지 공격과 이에 대한 포대의 방어 임무는 다음 포대에서 예정되어 있으므로 00포대에서는 수평비행만 하면서 포대를 관찰했다. 포대 상공에서 두 번 수평 선회한 후 다음 포대로 향했다.

 

다음 포대 부근에 가서 조종간을 임무 조종사에게 넘기고는 포대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조종사가 포대 위치를 잘 찾지 못하는 눈치다. KA-1 조종사라면 당연히 찾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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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고 주기장을 벗어나는 KA-1 후방석에서 필자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최환종

 

그러나 한편으로 이 지역은 필자가 2차 포대장을 하면서 자주 방문했던 포대, 대대본부 지역이기에 지형지물 하나만 봐도 포대를 충분히 찾을 수 있지만 임무 조종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이 정도 목표물은 찾을 수 있어야지.

 

임무 조종사에게 잠시 조종간을 넘겨받은 필자는 임무 조종사에게 Wing tip으로 포대 방향을 가리키며 그쪽에 포대가 있다고 알려주고 조종간을 넘겨주었다. 그제서야 임무 조종사는 포대 위치를 확인하고 공대지 공격 패턴으로 비행을 했다.

 

필자는 후방석에 앉아서 포대의 각종 장비(유도탄 발사대, 단거리 방공 무기 등)의 움직임을 확인했는데, 포대원들은 싸우는 방식 그대로 각종 장비를 운영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전투준비태세 합격’을 외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포대에 대한 가상공격을 마치고 다시 조종간을 넘겨받은 필자는 초급장교때 근무한 대관령 부근의 00山으로 기수를 향했다. 그 산 정상에는 나이키 지대공 유도탄 포대가 있고, 과거에는 그 포대가 육군 소속이었지만 지금은 공군으로 소속이 변경되어 필자가 지휘하는 여단에 소속되어 있다(이 나이키 포대는 무기체계의 노후화로 인하여 그해 여름에 도태되었고, 포대는 해편되었다).

 

저 멀리 00山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위와 폭설, 태풍의 기억만 강하게 남아있는 그 산. 필자는 00山 정상에서 안전고도를 유지하며 포대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초급장교때 폭설과 추위와 싸우면서 고생하던 것이 기억났다.

 

초급장교때는 내가 장군이 되어서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며 내가 지휘하는 부대를 공중에서 돌아보게 될 것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냈을 뿐이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 초급장교 때의 힘들었던 추억은 공중에서 부대 상공을 선회하며 그저 아련한 추억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나이키 포대를 공중에서 돌아본 후 필자는 기수를 동쪽으로 향했다. 대관령 상공에서 바라본 동해는 옅은 해무가 끼어 있었고, 해변에 인접한 도시는 며칠 전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해변으로 접근하면서 이렇게 눈이 쌓여 있으면 포대를 잘 찾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눈이 쌓이면 포대로서는 자연적인 위장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포대 부근으로 접근하자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필자도 조종사도 포대를 찾지 못했다. 이 포대는 평소에도 위장이 잘되어 있는데, 눈까지 내리니 더욱 찾기 힘들었던 것이다. 잠시 그 주변에서 선회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참조점을 확인하여 포대를 찾았다. 그리고 포대 상공에서 한바퀴 선회한 후에 00기지로 기수를 돌렸다. KA-1의 속도가 느리므로 전체 비행시간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00기지에 착륙후 주기장으로 돌아와서 항공기 시동을 끄고 캐노피를 열자 가장 먼저 그 항공기의 정비 담당 준사관이 날개 위로 올라와서 인사를 하며 필자에게 비행이 힘들지는 않았느냐고 묻는다. 아마 그 준사관은 필자가 비행 경험이 전혀 없는 장군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혹시 비행 중에 어지럽거나 해서 산소마스크 안에 토하지는 않았는지 걱정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웃으면서 아주 훌륭한 비행이었다고 얘기하고는 정비 준사관과 임무 조종사를 격려한 후에 비행단장실에 가서 비행단장과 간단하게 차 한잔하고 곧바로 여단본부로 복귀 출발했다.

 

여단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필자는 오늘 공중에서 돌아보았던 포대의 포대장들과 통화를 하며 필자가 느낀 바를 얘기해주었다. 공중에서 확인한 전투준비태세가 매우 만족스럽다는 것과, 특히 위장이 잘 되어 있어서 필자가 공중에서 잘 식별하지 못했던 00포대 지휘관에게는 위장이 대단히 잘 되어 있음을 칭찬하며 격려했다. 포대장들은 여단장의 호쾌한 칭찬과 격려에 무척 고무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것이 실전적 전투준비태세 점검 및 훈련이 아니겠는가.

 

한편, 이날 비행은 비행훈련 이후, 공군에서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전투기 탑승이었고, 필자 개인으로서는 무척 소중한 비행이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소중한 비행...

 

한편, 참모총장이 바뀌면서 비조종 장군들의 전투기 탑승 제도는 유야무야 사라졌다. 여단장 입장에서 여단 예하 포대의 전투준비태세를 매 분기별로 공중에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그런데 들려오는 뒷말이 씁쓸했다. 일부 조종사들이 비조종 장군들의 분기 1회 전투기 탑승에 불만이 많다는 후문이었다. 비조종 장군들의 전투기 탑승이 못마땅하다는 얘기인데, 공군에서 비조종 장교(장군)들은 영원한 이방인인가?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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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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