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101)] 방공유도탄여단장⑪ 무모한 북한 도발에 맞서 '선조치 후보고' 지시 내려와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5.10 15:16 ㅣ 수정 : 2023.05.10 15:16

방공유도탄부대는 적의 공중공격 무력화와 '기지 생존성' 보장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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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유도탄 발사 장면 [사진출처=국방부]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당시 북한군 총참모부는 8월 20일 포격 도발 후 우리 합참에 보낸 전통문에서 22일 오후 5시까지 방송 중단과 방송 시설 철거를 요구하며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청와대 김관진 안보실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 "관계 개선의 출구를 열 의사가 있다"고 했다. 강·온 양면 전략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노리고 있던 상황이었다(그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은 예나 지금이나 북한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당시 남북간의 교전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5년 만이었고, 당시 주요 일간지의 사설에서는 “우리의 군사적 능력은 부족하지 않다. 부족한 것은 결의와 인내심이다. 우리 국민이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만큼은 북에 끌려 다니는 악순환을 끝내겠다고 결심하고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조선일보)”, “국군통수권자가 결연해야 군도 북한의 도발을 철저하게 응징해 국가를 지킬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에 제때 제대로 응징을 하지 못해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보도록 만든 측면이 있다(동아일보)” 등으로 언급하면서 상당히 강한 어조로 우리의 강경한 대응을 요구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포격 이후 2시간여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직접 주재하고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군은 만반의 대응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주요 일간지의 사설에서도 언급했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거치면서 우리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못한 것에 화가 난 것은 군인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언론과 국민이 그러했다. 이때가 을지연습 기간이었는데, 당시 도발을 주도했던 북한군 부대의 수뇌부는 그리 똑똑한 편은 아닌 것 같다. 한국군과 미국 본토에서 증원된 미군 전력(戰力)이 을지연습 때문에 높은 수준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런 시기에 그런 도발을 하다니.

 

을지연습 기간이라 여단본부를 포함한 예하 전부대는 연습 상황에 맞게 일정 수준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일련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그런 도발을 하였고, 전군(全軍)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가 발령되자마자 여단본부를 포함한 예하 전부대는 신속하게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에 돌입하였다.

 

필자는 여단 예하 전 부대장과 수시로 화상회의를 하면서 현재 상황과 향후 예상되는 도발 유형(공중, 지상)에 대하여 토의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에 이를 각자의 근무 위치에서 지켜보았던 포대장들(당시에는 아마 대부분이 위관 장교들이었을 것이다)은 이제 포대장(소령)으로서 북한이 무모한 도발시 이를 응징하고자 하는 결의들이 대단했다. 전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가 발령된 후, 포대장들과의 최초 화상 회의에서 필자는 포대장들의 얼굴에서 그런 결의를 엿볼 수 있었다.

 

방공유도탄여단에 주어진 임무는 ‘적의 공중공격(항공기 및 탄도탄)을 공중에서 무력화(파괴)하여 우군의 자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표현은 간단하지만 유사시에 효과적인 전투력 발휘를 위해서는 평소 끊임없는 훈련과 레이다, 유도탄, 사격통제 장비 등 각종 정밀 장비의 유지(정비)가 필수적이다.

 

필자가 여단장에 부임하면서 첫 지시사항이 ‘전투준비태세 완비’, ‘항시전장(恒時戰場)’, ‘견적필살 일격필추(見敵必殺, 一擊必墜)’등 전투준비태세 유지였다. 예하 부대장들은 이런 지시사항을 잘 따라주었고, 그 결과 당시 여단 예하 유도탄 포대의 장비 준비상태와 포대원들의 훈련 상태는 최고였다. 또한 예하 유도탄 포대장들의 ‘임무 완수’를 위한 전투의지 역시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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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 유도탄 발사 장면 [사진출처=국방부]

 

방공유도탄부대는 주어진 기본 임무(적의 공중공격을 공중에서 무력화(파괴) 시키는 것) 이외에도 또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는데, 그것은 ‘기지 생존성’ 보장이다. 2차 대전 이후 중동전이나 이라크전 등의 전사(戰史)에서 보면 알겠지만 공격하는 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상대방의 지대공 유도탄 부대는 개전초에 반드시 격멸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래야 그들의 항공 전력이 방해를 받지 않고 상대방의 영토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방공유도탄여단 예하 포대가 그러한 ‘민감 표적’이다. 따라서 예하 유도탄 포대장들은 적 특수작전부대의 지상 침투에도 대비하여 만전을 기해야 했다. 여단장이나 유도탄 포대장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 임무(적 공중공격 격파, 기지방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군(全軍)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가 발령되는 순간부터 경계태세가 해제되기까지 며칠 동안 필자는 24시간 권총과 방독면을 포함한 전투군장을 착용하고 임무를 수행했다. 심야에는 여단장실 바로 옆에 있는 내실에서 전투복을 착용하고 권총을 소지한 채로 눈을 붙이면서 상황 발생시 즉각 상황실에 가서 지휘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유지했다. 샤워는 물론이고 속옷을 제때에 갈아입을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며칠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상급 부대의 지시 중에 가장 멋있고 당당했던 지시는 ‘선조치 후보고’였다. 사실 그동안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거치면서 ‘선조치 후보고’라는 개념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가 북한군에게 당한 이후에는 늘 ‘적이 다시 도발하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식의 수사적인 표현만 많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쏠까요 말까요’라고 물어보지 말고 ‘(규정에 따라서) 선조치 후보고’ 하라는 것이 지시사항 중의 하나였는데,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들에게는 명확한 지침이었고, 이러한 지시는 임무를 수행하는 군 작전 요원들의 사기를 돋우는, 용기백배하게 하는 그런 명쾌한 지시사항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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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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