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 늪' 삼성전자 주총...주주 기대 부응할까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주주 516만명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19일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개최한 가운데 이른바 ‘5만전자’ 늪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1000여명의 주주들은 지난해 주총 날(3월 20일)보다 낮은 주가(종가 기준 6만200원) 탓에 실망한 주주들은 날선 질문들을 쏟아내느라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올해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로 삼겠다는 것과, 주주들을 실망시키지 않겠으니 믿어달라는 말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주주들은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원인으로 지목한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3E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가장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이날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우리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 6개월째 ‘5만선’ 횡보…탈출 언제쯤 가능하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900원(1.56%) 오른 5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16일 종가 기준 5만9200원 이후 지금까지 5뭔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7일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 5.30% 오르며 모처럼 6만전자에 다가갔다. 엔비디아의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개발자 콘퍼런스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되살이난 영향이다.
전일에도 장중 5% 넘게 급등하면서 6만전자 안착을 기대했으나 오후 들어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 상승분을 반납해 보합으로 마무리됐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현지시간으로 17일부터 21일까지 세계 최대 AI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2025’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을 언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재차 작용했다.
황 CEO는 지난해 GTC 행사에서 삼성전자 전시 부스를 직접 방문해 서명을 남기기도 했으며, 다른 행사에서도 삼성전자를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어서다.
전문가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건, 반도체 업황은 개선 중이나 공급 축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하반기 수요 개선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수요가 감소하면서 주가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공급 감소는 하방을 막아주지만 수요 증가에 대한 확신이 지속돼야 상방이 열릴 수 있다”며 “여기에 삼성전자의 기술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HBM도 여전히 엔비디아에 공급이 안되면서 AI 대응도 매우 늦은 상황”이라며 “파운드리 역시 양산 수율 부진으로 대규모 적자를 지속했다”고 내다봤다.

■ 주총 Q&A…주가 변동 원인, 해결 방안은?
주주들은 이날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 약화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측의 돌파구에 대한 질문과 주가가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주주 A씨는 “지난해 7~8만원까지 갔던 주가가 지금 5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한지 한참 됐다. 어떻게 주가를 올릴 것인지, 대책은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질의했다.
먼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변화하는 AI 반도체시장 속에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주요 제품이 압도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주가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또 자사주 발표와 소각에도, 미국발 관세 이슈 영향이 미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미국발 관세 이슈와 이에 대응한 대상국들의 보복 관세 움직임들이 글로벌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갔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주 B씨는 “지난해 M&A 이야기가 있었는데 성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또 주주들이 기대할 만한 대형 M&A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도 미래 성장력을 확보하는 데 M&A가 중요한 전략이란 걸 알고 여러 방면으로 추진해왔다”며 “대표적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 확보와 AI 관련 소기의 기술 성과, 영국 지식 그래프 스타트업 옥스퍼드시멘틱테크놀로지스 인수, 프랑스 AI 스타트업 소니오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래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M&A를 추진했지만 아쉽게도 대형 M&A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가능성과 관련된 주가 변동 질의도 이어졌다.
주주 C씨는 “경쟁사 주식을 들고 있다가 지난해 이쯤 HBM가 곧 엔비디아에 납품될거란 말에 경쟁사 주식을 매도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샀지만 그때부터 경쟁사는 오르고 삼성전자는 쭉 빠지고 있다”며 주가 하락 배경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서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은 “저희가 시장 트렌드를 조금 늦게 읽어서 초기시장은 놓쳤지만 지금은 조직개편이나 기술개발 토대를 마련해 현재는 고객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제품의 특성 및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 결과로 빠르면 2분기, 늦으면 하반기부터 HBM3단 제품이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주가 안정세 언제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5~6만원에 갇힌 상황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서버와 PC, 스마트폰 등 전통 반도체 수요 개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상황은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이 대규모 서버투자로 예상보다 빠르게 반도체 수요가 돌아서는 상황이다. 기대 이상의 수요로 인해 6만원 돌파 가능성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10나노급 D램 공정 기술은 1x(1세대)-1y(2세대)-1z(3세대)-1a(4세대)-1b(5세대)-1c(6세대) 순으로 개발된다. 여기서 1b, 1c 등 첨단 공정 양산 수율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1c가 중요하다. 1c 양산이 성공해야 HBM4도 가능하고 엔비디아 공급도 가능하다. 이 부분에서 성공시키면 주가는 8만원 회복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염 이사는 “현 수준에서는 6만원 회복은 가능하나 8만원 전고점 회복을 위해서는 HBM 경쟁력 회복이 절실하다”며 “주가 안정과 상승을 위해서는 1c 양산에 성공해 HBM4까지 연결하고 엔비디아 공급하는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