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시장 놓고 中까지 가세한 '글로벌 대전'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첨단 원통형 배터리를 내놔 배터리 업계 발목을 잡는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의 깊고 지루한 강을 건넌다'
역대 최대 규모의 배터리 업체가 2330개 부스를 꾸린 '글로벌 배터리 대전(大戰)'이 펼쳐진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는 물론 전세계 688개 배터리 업체가 참가한 국내 최대 배터리 행사 '인터배터리 2025'가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이번 전시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코엑스 등이 주관하며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간 일정으로 열린다
이날 오전 열린 개막식에는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을 비롯해 최주선 삼성SDI 사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이영준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사업 대표이사,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 등 각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행사장은 개막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코엑스 전시관 전체는 물론 복도 곳곳까지 다양한 부스들로 가득 채워졌다.

올해 인터배터리는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지난해보다 참가기업은 16.8% 늘었고 부스는 22.8% 늘어난 2330개가 마련됐다. 사전등록인원은 약 5만명으로 지난해 약 4만3000명 보다 17%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길어지는 전기자동차 캐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터리 업계가 캐즘 극복을 위한 차세대 배터리 등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정부에서도 배터리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내놔 기대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개막식에 참석해 배터리 산업 성장세 회복을 위해 △트럼프 2.0 △캐즘 △공급망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안덕근 장관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 정부 정책을 신뢰한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대미 투자환경 유지 등을 요청하고 돌아왔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민관 합동 배터리 사절단'이 미국 주요 배터리 투자 지역을 순회하며 아웃리치(대외 접촉) 하는 등 미국 측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캐즘 장기화에 따른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전기차를 구매하면 세금 감면, 충전 인프라 확충 등 전기차 수요 진작책을 펴겠다”며 “더불어 2038년까지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설비용량을 현재보다 15배 이상 늘린 최대 약110GWh(기가와트시)로 확대하고 배터리 수요처를 전기자동차 외에 방산·로봇·조선 등으로 다변화하는 지원을 계속 늘려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안 장관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흑연 등 핵심 물품의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라며 “현재 가장 취약한 음극재를 비롯한 배터리 핵심 광물·소재의 국내 생산을 촉진하도록 재정·세제·기금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 LG엔솔·삼성SDI·SK온, 일제히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선보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이날 일제히 원통형 배터리, 그 중에서도 46파이 배터리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시 부스 중앙에서 CAS(배터리 모듈·팩 솔루션)과 함께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를 선보였다. 이는 이번 '인터배터리 어워즈' 수상작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원통형 셀은 높이에 따라 △4680 △4695 △46120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기존 2170(지름 21mm·길이 70mm) 대비 최대 5배 이상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46시리즈는 빠른 충전과 높은 공간 효율성을 갖췄다”며 “모듈 내 셀의 숫자를 획기적으로 줄여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46시리즈는 전기차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고 최고 수준의 성능과 안전성을 확보했다”라고 부연했다.

화재 우려 등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원통형 46시리즈와 함께 전시된 CAS 솔루션에는 관람객들이 몰렸다. 이 솔루션은 독자적인 열 확산 방지 기술을 적용해 팩 단위에서 46시리즈 안전성을 강화했다.
이는 극대화된 냉각 효율과 구조적 강성을 통해 셀 간 열폭주 방지(No TP)를 갖춰 배터리의 수직·수평 적층도 가능하도록 해준다. 유연한 적층이 가능해 고객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팩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삼성SDI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4680 △4695 △ 46100 △46120를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라인업(제품군) 역시 지름은 46mm로 동일하지만 높이를 각각 85mm, 95mm, 100mm, 120mm로 다양화 한 것이다.
그간 각형에 주력해왔던 삼성SDI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공개와 함께 공급 소식도 알려 관심을 모았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46파이 배터리 고객사를 확보했다”며 “(고객사)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샘플을 제출했고 양산도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삼성SDI 부스에서는 자사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서비스 로봇 달이(DAL-e)도 등장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삼성SDI와 현대차그룹은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로봇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최적화된 형태의 배터리를 만들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출력과 사용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고성능 로봇 전용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 두 회사의 목표다.

이에 질세라 SK온 역시△4680 △4695 △46129 등 세 가지 라인업으로 제작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실물을 처음 선보였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원통형 파일럿 라인을 만들고 양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SK온은 이번 전시회에서 원통형 배터리 실물을 공개하며 개발 전략 등도 소개했다.
박기수 SK온 R&D본부장(부사장)은 “46파이 배터리 개발은 완료된 상태”라며 “다만 양산을 위해 내부적으로 생산 기술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기수 본부장은 또 사실상 시장에서 표준화된 원통형 배터리에 높이를 좀 더 다양하게 해 폼팩터(제품 형태)를 다변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원통형 배터리 전시는 국내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올해 처음 인터배터리에 참가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이자 2위 배터리 제조사 비야디(BYD)와 글로벌 출하량 9위 이브(EVE)도 나란히 원통형 제품을 선보였다.
■ 3사 대표, 캐즘 극복 예상 시기와 계획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배터리 3사 대표는 일제히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력 확보 등 시장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최고경영자) 겸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은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반등 시점을 두고 “1분기나 상반기 정도가 저점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라며 “하반기부터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싶지만 상황이 워낙 변동이 있어 계속 집중해서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의견을 냈다.

김동명 CEO는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역사를 써왔다는 자부심이 있고 그 증거로 가장 많은 배터리 관련 지적재산(IP)을 가지고 있다”라며 “전시를 보면 46시리즈 제품, 리튬인산철(LFP), 셀투팩(CTP) 등 제품으로 많이 리딩(선도)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CEO는 이어 “이런 것을 활용해 중국 업체와 경쟁에서 우위를 만들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주선 SDI 사장은 “캐즘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 같고 삼성SDI는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기수 SK온 부사장은 원통형과 각형 등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양산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기수 부사장은 “세계적으로 각형 배터리가 흐름을 타고 있는 상황이어서 SK온도 뒤늦게 시작했다”며 “현재 개발은 완료된 상황이고 양산을 위해 최대한 속도를 내고 피드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객 수주와 관련해 박 부사장은 “전사 역량을 집중해 수주를 위해 고객과 접촉하고 있고 양산은 전기차 시장 타이밍을 맞춰야 하므로 일정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