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한국경제의 경기순환, 어떻게 변해왔나? (3)
[기사요약]
제1순환기 -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산업구조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 제1차 오일쇼크로 한국경제가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 경험
제2순환기 - 중동특수, 중화학 공업화 등에 따른 고도성장, 2차 오일쇼크라는 외부 충격, 10.26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강제진압이라는 내부 충격으로 대표
1980년대 초 한국경제 - 제2차 오일쇼크, 국내 정치 및 사회적 혼란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 거시경제 운용 측면에서 성장과 물가의 균형 중요하다는 것 체감
경기는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추세를 중심으로 바다의 파도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데, 이를 경기순환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경기순환은 경제라는 바다에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가계, 기업, 그리고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는 이러한 주기적인 환경변화 속에서 적합한 방법으로 헤엄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밀물과 썰물을 구분하지 못한 채 무작정 수영을 시도하면 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현재 경기국면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혜로운 대비와 행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과거 한국경제에서 나타난 경기순환의 양상과 주요 특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리즈에서는 1972년 3월부터 현재까지 한국경제에서 발생한 총 12차례의 경기순환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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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우리나라의 경기순환은 각시기마다 국내외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왔다.
이 글에서는 경기순환기별로 경제·사회적 요인 등 국내외 다양한 요인이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제1순환기는 중화학공업 육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2∼1976년)을 진행하는 중에 발생한 경기변동으로, 1972년 3월에 시작되어 1975년 6월에 마무리되었다.
• 제1순환기: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고도성장, 제1차 오일쇼크로 고물가 속 경제성장 둔화
1972년 3월부터 1974년 2월까지 이어진 경기 확장국면은 정부의 강력한 수출지향 정책과 세계경기 회복에 힘입어 23개월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오일쇼크 등의 외부 충격으로 인해 확장기는 한국의 평균 경기 확장기(33개월)보다 짧게 마무리되었다. 당시 수출증가율은 1972년 52.1%, 1973년 98.6%에 달했으며, 경제성장률도 각각 7.3%와 15.0%를 기록했다.
또한, 사채 문제로 인해 악화된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972년 8월 시행된 ‘8·3 조치’(사채 동결 조치)도 경기회복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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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2월부터 1975년 6월까지 이어진 경기 수축국면은 제1차 오일쇼크(1973~1974년)의 영향으로 16개월간 지속되었다.
국제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물가 급등이 국민 생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경기가 위축되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73년 3.2%에서 1974년 24.3%, 1975년 25.2%까지 치솟았다.
다만, 1974년과 1975년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9.6%와 7.9%를 기록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덕분에 경기 위축이 비교적 완화될 수 있었다.
제1순환기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특히, 경제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제1차 오일쇼크는 외부 환경변화에 대한 정책 대응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등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지만, 동시에 한국경제가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외부 충격에 대한 한국경제의 대응력을 강화하고, 경제 구조와 체질을 견고하게 만들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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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순환기: 중동특수 등으로 경기 활성화, 제2차 오일쇼크와 정치·사회적 혼란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제2순환기는 1975년 6월에 시작되어 1980년 9월에 종료되었다. 이 시기는 중동특수와 중화학 공업화 등으로 인한 고도성장과 2차 오일쇼크라는 외부 충격, 그리고 10.26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의 강제진압이라는 내부 충격으로 대표된다.
당시 한국경제는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외부 충격과 국내 정치·사회적 혼란 등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는 어려움을 경험했다.
경기 확장국면(1975년 6월~1979년 2월)은 한국 경기순환의 평균 확장기(33개월)보다 11개월 긴 44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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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973년에 준공된 포항제철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철강, 조선, 기계, 석유화학, 전자 등 한국경제의 핵심 산업들이 본격적으로 육성되거나 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 구조가 경공업 제품에서 중화학공업 제품으로 전환되었고,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 건설업체들이 중동 지역의 건설 프로젝트에 대거 참여하면서 많은 외화를 획득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건설 근로자들의 송금은 국내 소비와 투자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1970년대 말에는 중동 건설 특수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서울의 강남과 여의도 등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아파트 수요가 폭발했고, 그로 인해 ‘복부인’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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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기 수축국면(1979년 2월~1980년 9월)은 제2차 오일쇼크와 국내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더욱 증폭되었다.
1979년에 발생한 제2차 오일쇼크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고물가와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했고, 국내 정치 및 사회적 혼란과 맞물려 심각한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초 한국경제는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 급등을 겪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되었고, 기업활동은 물론 서민들의 생활에도 큰 어려움을 주었다.
경제성장률은 1978년 11.1%에서 1979년 8.7%, 1980년에는 –1.5%로 하락했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78년 14.5%에서 1979년 18.3%, 1980년 28.7%까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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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순환기는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향후 한국경제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원 배분의 왜곡 등으로 인한 경제 불균형 문제를 키워나가기도 했다.
특히, 한국경제는 여전히 높은 대외 의존도로 인해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경제 체질 개선이 미흡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또한, 거시경제 운용 측면에서 성장과 물가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체감한 시기였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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