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패션 업계 '불황' '이상 기온' 이중고...생존책 마련 안간힘

서민지 기자 입력 : 2025.02.23 06:00 ㅣ 수정 : 2025.02.23 06:00

F&F·삼성물산(패션) 등 지난해 실적 하락
여름 길어진다...아우터 등 겨울 제품 판매 부진
'시즌리스' 전략 모색...간절기·여름 아이템 강화
국내 시장 성장세 2.7%...불황 이어진다
F&F·삼성물산 등 해외 판로 개척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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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외투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패션 업계가 이상 기후와 내수 불황으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1월부터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사계절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가을·겨울 아우터 판매가 지지부진했다. 게다가 고물가 여파가 이어지며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업계는 시즌을 세분화하고 간절기 아이템을 늘리거나, 내수를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생존책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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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F&F·삼성물산 패션부문·LF 실적 비교. [자료=금융감독원 / 그래픽=뉴스투데이]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분의 패션 업체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F&F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 급감했다. 매출은 1조8960억원으로 전년비 4.2% 하락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4% 줄어 1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3% 감소해 2조40억원이었다. LF만이 유일하게 122% 오른 127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이마저도 금융부문의 실적 호조가 주효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 대해 패션 업계는 변덕스러운 날씨와 경기 불황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가을과 겨울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제품 판매가 줄었다. 통상 패션 업계에선 단가가 높은 가을과 겨울 시즌 제품으로 실적을 판가름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여름이 갈수록 길어지는데 비해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전국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91%인 167곳에 폭염 특보가 발령됐다. 본격적으로 겨울 상품이 판매돼야 할 11월엔 한낮 기온이 20도를 넘으며 더운 가을 날씨가 이어졌다. 이에 아우터와 코트 등 고가의 제품은 판매 부진을 겪었다. 

 

이처럼 기후 온난화로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자 패션 업계에선 기존의 사계절 구분 'SS(봄·여름)/FW(가을·겨울)'의 의미가 없어다고 판단했다. 이에 업계는 '시즌 리스(season less, 사계절 구분 없는)' 전략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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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로렌 '맞주름 포인트 봄버 점퍼' 화보. [사진=세정몰]

 

세정의 경우 여성복 '올리비아로렌·데일리스트'부터 남성복 '인디안' 등 모든 브랜드에서 간절기에 활용할 수 있는 아우터와 이너를 지속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엔 봄 시즌 중 추위가 이어지는 '콜드 스프링' 시즌을 타깃으로 점퍼와 경량 패딩을 출시했다. 

 

세정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지속된다는 건 이제 모두가 예상할 수 있게 됐다"며 "콜드 스프링 시즌에 제격인 제품을 출시하며 호평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올해도 긴 여름을 예상하며 여름 상품의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여름 상품 비중을 늘리거나 기능성과 실용성을 갖춘 여름용 소재 개발을 확대할 전망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가변적인 날씨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과 레이어링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을 강화할 전략"이라고 말했다. 

 

LF는 SS 시즌 상품 출시 시점을 2월에서 1월 중순으로 앞당겼다. 일부 브랜드는 여름 반팔 아이템을 2월 말부터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상 기후를 예측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기 때문에 최근 전략 회의에서는 실적 부진의 이유로 이상기후를 꼽지 않고 있다"며 "기존 SS·FW 시즌에서 벗어나 계절을 세분화하거나 간절기 아이템을 확대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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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화보. [사진=F&F]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의류 구매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2022년 11월 (86.6)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통계청 산업 활동 동향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기준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줄었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패션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트랜드리서치 '한국패션산업빅데이터트렌드 2024'에 따르면 올해 국내 패션 시장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2.7%였다. 2022년 8.2%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이에 패션 업체들은 중국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F&F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MLB'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특히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경우 현재 중국 내 5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데, 연내 1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MLB'는 중국 내 매장 수가 이미 1100개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신규 여성복 브랜드 '앙개'의 해외 유통망을 넓혀 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주요 편집숍을 시작으로 현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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