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빚 최대…은행들, 가산금리 더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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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요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내리기는커녕 한 달 전보다 더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열풍으로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4대 금융지주는 40조원이 넘는 이자 이익을 거뒀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도 은행들의 버티기가 여전하다.
19일 뉴스투데이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금융채 5년물)를 분석한 결과, 4곳의 은행이 한 달 전보다 가산금리를 더 올렸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산금리를 가장 많이 올린 곳은 농협은행이다.
‘NH주택담보대출(5년 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는 지난달 17일 2.83%에서 전날 기준 2.96%로 0.13%p 올랐다. 최고금리도 5.90%에서 5.96%로 조정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각종 원가나 리스크 요인 등을 반영해 1년에 한 번 금리를 조정한다”면서 “이에 따라 가계대출이 약 0.1%p 가량 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 가산금리도 같은 기간 2.16%에서 2.18%로 0.02%p 인상됐다. 반면 최고금리는 5.21%에서 5.17%로 내렸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조정한다기 보다는 조달 금리 등을 고려해 최저‧최고금리를 미리 정해놓는 시스템”이라며 “최종금리를 결정한 뒤 기준금리를 빼는 방식이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산금리를 먼저 내리거나 올리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 ‘KB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는 2.24%에서 2.25%로 소폭 상승했다. 최고금리도 5.19%에서 5.25%로 올랐다.
하나은행 ‘하나원큐아파트론’ 가산금리도 0.89%에서 1.49%로 0.60%p 올랐는데, 다만 우대금리 역시 0.40%에서 1.00%로 올랐다. 최고금리는 3.88%에서 4.48%로 인상됐다.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가산금리를 소폭 인하했다. 우리은행 대표 주담대 상품인 ‘우리아파트론(일반자금)’의 가산금리는 지난달 17일 2.32%에서 전날 기준 2.31%로 0.01%p 내렸다. 최고금리도 같은 기간 5.37%에서 5.31%로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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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전체 가계 부채가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이 전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2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말 1914조3000억원보다 13조원 많고,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부채’를 말한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4분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23조9000억원으로 3분기보다 11조7000억원 증가했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영끌 주택 구입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주담대 부채가 급증하며 서민들이 이자 부담 등 어려움을 겪자,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선 은행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들이 올해 신규 대출 금리에 있어 인하할 여력이 분명히 있는 만큼 이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전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지 않고 가산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원 질의를 받고 이 같이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고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이나 기업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잘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