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데이터 기술로 패션 산업을 혁신하는 '리스트(Lyst)'
최근, 인공지능(AI)이 제조, 의료, 금융, 교육, 농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X’로 불리는 이 융합을 선도하는 주역은 바로 AI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기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며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AI 스타트업들의 혁신 사례와 프로젝트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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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패션 산업은 전통적으로 감각과 트렌드에 의존해 왔지만, 소비자 행동과 시장 변화에 대한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보다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AI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소비자가 더욱 효율적으로 패션 아이템을 찾고, 브랜드는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바로, 패션 기술 기업, ‘리스트(Lyst)’가 그 주인공이다.
• 패션 메타검색 ‘리스트(Lyst)’, 연간 1억6천만명이 찾는 글로벌 쇼핑 허브로..
리스트는 2010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패션 기술 스타트업으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브랜드와 리테일러의 제품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메타검색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설립 초기부터 “패션을 모든 사람에게 더 가깝게”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1만2천개 이상의 패션 브랜드와 리테일러를 한데 모아 통합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리스트는 연간 1억6천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해 총 상품 거래액(GMV)이 20억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LVMH, Draper Esprit 등 주요 투자자로부터 2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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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경쟁력 – AI 기반 개인화 추천, 트렌드 분석, 직관적 검색 경험
리스트의 핵심 경쟁력은 AI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중심 서비스에 있다. 이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 주요 기능으로 구성된다.
첫째, 개인화된 쇼핑 추천 시스템이다. 리스트는 사용자 상호작용, 검색 기록,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제품 추천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만족도를 극대화한다.
머신러닝 기반 추천 알고리즘이 고객의 선호도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활용해 리뷰와 피드백을 분석함으로써 정교한 맞춤형 추천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강화하고, 구매 전환율을 높인다.
둘째, 패션 트렌드 예측 및 인사이트 제공이다. 리스트는 자체 데이터 엔진을 활용해 검색 데이터와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결합하여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The Lyst Index’라는 분기별 트렌드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으며, 해당 리포트는 업계에서 신뢰받는 패션 트렌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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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소비자 친화적인 검색 경험 제공이다. 리스트는 AI 기반 검색 태그를 생성해 소비자가 보다 직관적으로 제품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프렌치 걸 스트라이프 티(French Girl Striped Tee)”와 같은 자연어 기반 검색을 지원하며, 머신러닝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가장 관련성이 높은 키워드를 자동 추천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다.
• AI 기반 데이터 분석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 개발 및 맞춤형 마케팅 지원
리스트는 Farfetch, Net-A-Porter, Mytheresa 등 글로벌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과 경쟁하면서도,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Gucci, Balenciaga, Prada 등 럭셔리 브랜드와 협력해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브랜드의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Gucci와의 협업에서는 특정 시즌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컬러와 디자인 패턴을 분석해 브랜드가 신상품 기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한다. Gucci는 이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한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Balenciaga와의 협업에서는 AI 기반 소비자 검색 트렌드 분석을 적용해 인기 아이템을 예측하는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Balenciaga의 플랫폼 슈즈 검색량이 급증하자, 브랜드는 이를 바탕으로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 캠페인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한편, Prada와는 2023년 SNS 기반 패션 챌린지를 공동 기획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했다. 그 결과, 캠페인 직후 Prada 제품의 검색량이 6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며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확대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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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휴 기반의 수익 모델 통해 운영 리스크 줄이고 수익성 확보
리스트는 제휴 기반 수익 모델(Affiliate Revenue Model)을 통해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인 이커머스 기업과 달리 자체 재고를 보유하지 않으며, 소비자가 리스트 플랫폼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클릭하면 제휴한 브랜드 및 리테일러의 공식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리스트는 판매당 일정 수수료(커미션)를 받는 구조를 구축해, 물류 관리 및 재고 부담 없이도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리스트에서 Louis Vuitton 가방을 검색한 후 제품을 클릭하면, Louis Vuitton의 공식 온라인 스토어로 이동해 직접 구매를 진행하게 된다. 이때 리스트는 브랜드로부터 약 10~15%의 판매 수수료를 지급받으며, 수익 구조는 브랜드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무재고(Asset-Light) 플랫폼 구조는 운영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창고 운영, 물류 관리, 반품 처리 등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운영비용을 약 20% 절감할 수 있었으며, 이를 AI 기반 검색 최적화, 추천 시스템 개발, 브랜드 협업 마케팅 등에 재투자해 리스트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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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리스트는 AI 기술 혁신 가속화, 글로벌 시장 확장, 지속 가능한 패션 지원이라는 세 가지 전략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북미 지역에서 브랜드 가시성을 높이며, 친환경 패션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리스트는 패션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메이저 플레이어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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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재범(Jaebum Noh) ▶ KAIST 경영공학박사 /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 한경협중소기업협력센터 자문위원 / (전) 삼성 멀티캠퍼스 전무 / (전) 삼성 SERICEO 대표이사 / (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