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물류단상(物流斷想): 트럼프의 '파나마운하' 발언,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상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5.02.14 00:30 ㅣ 수정 : 2025.02.14 00:30

[기사요약]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파나마운하 관련 신확장주의 발언에 연초부터 온 세계가 떠들썩
파나마운하, 물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어..
해수면 운하 방식에서 갑문식으로 설계 변경한 파나마운하, 20세기 초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평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강우 부족, 선적량 제한으로 이어져.. 운송 비용 증가하고 물류 지연 발생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기후변화 등의 요인들 더해져 더욱 불확실성 증가해 가는 글로벌 물류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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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ndtv]

 

[뉴스투데이=김승한 (주)JNDK 본부장, 경기대 겸직교수] “그린란드·파나마운하 넘겨라”라고 하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신확장주의 발언에 연초부터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그린란드는 현재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미국 영토의 4분의 1 규모인 세계 최대의 섬이다. (※ 참고로 그린란드를 기준으로 섬과 대륙을 구분하고 있어, 예로 호주는 섬이 아닌 대륙이다)

 

지리적으로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보다 뉴욕에 더 가깝고, 희토류를 포함한 풍부한 광물자원과 지구 온난화에 따라 급부상하는 북극해 항로 확보가 미국의 관심사이다.

 

그럼 파나마운하는 어떨까? 그린란드가 군사적 목적과 자원확보 목적이 강하다면 파나마운하는 물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운하와 함께 전세계 해상무역의 중요한 통로이다.

 

총 길이는 100Km가 채 안 되는 82Km 정도로 파나마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면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아메리카 대륙을 빙 돌아 화물을 운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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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ol]

 

필자는 10년 전 2014년에 파나마운하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파나마운하 개통 100주년 행사를 막 끝낸 직후였고, 운 좋게도 통제구역 안쪽에서 파나마운하의 갑문이 열리고 보조선들이 파나맥스(Panamax)급 선박을 이동시키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현장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전시공간도 마련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파나마운하의 건설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해수면 운하인 수에즈운하와는 달리 파나마운하는 당시 공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갑문식 설계를 하게 된 배경을 그때 알게 되었다. (※참고로 구 인천항도 조수간만의 차이로 인해 갑문식 설계로 건설되었다)

 

참고로 파나마 출장 당시 현지에서 미국달러를 사용했는데, 파나마는 1903년 콜롬비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같은 해, 미국과 ‘헤이-뷔노-바리아 조약(Hay–Bunau-Varilla Treaty)’을 체결하면서 파나마운하 건설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고, 1904년부터 미국달러를 자국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 ‘갑문식(Lock System)’ 설계의 파나마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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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운하 건설 당시의 모습 [출처=wikipedia]

 

파나마운하는 프랑스 주도로 1881에 시작되었다.

 

파나마운하 이전 1869년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당시 오스만제국의 지원 하에 수에즈운하를 성공적으로 개통했고, 이의 성공을 이끈 드 레셉스의 주도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운하 건설을 시작하게 된다.

 

1894까지 이어진 건설 시도는 수에즈운하와 같은 해수면 운하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나고 만다.

 

험난한 지형, 열대성 기후, 질병(말라리아와 황열병) 등으로 큰 어려움 겪게 되면서 약 2만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기술적 문제, 재정난, 부패 스캔들로 1894년 공사는 중단하게 된다.

 

이 실패로 프랑스에서 큰 정치적 스캔들이 발생했고, 드 레셉스의 명성도 실추되고 만다.

 

파나마운하의 시도는 1904년 미국의 주도로 재개되었는데, 1903년 파나마의 독립을 지원한 미국은 파나마와 협정을 통해 운하 건설권과 운하 지대 영구 사용권을 획득하게 된다.

 

이전 미국의 철도 건설에 큰 역할을 한 엔지니어 존 스티븐스가 공사를 주도했는데, 이전 프랑스의 실패를 교훈 삼아 갑문식 운하로 설계를 변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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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ritannica]

 

수에즈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중간에 해수면보다 높은 지역이 없어서 배가 들어오면 별다른 조정 없이 직진하면 되는 간단한 구조인 반면에, 파나마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중간에 산악이 많아서 운하를 평탄하게 파는 대신에 해면 대비 해발 26m인 가툰 호수(Gatun Lake)라는 인공호수를 조성해서 배는 갑문을 통해 점점 올라가 가툰 호수에 도착한 후, 반대편 갑문으로 다시 내려가는 좀더 복잡한 방식을 고안하게 된 것이다.

 

약 10년간의 공사 끝에 1914년 8월 15일 마침내 파나마운하가 개통되었고, 이는 단순한 토목 공사를 넘어 국제 정치, 의학, 공학이 복합적으로 얽힌 20세기 초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파나마운하로 인해 생긴 용어도 있는데, 파나맥스(Panamax)급 선박이라 하면 제원 폭 33.53미터, 길이 1050미터, 깊이 25.91미터의 선박을 지칭한다. 즉, 파나맥스급 선박은 파나마운하의 갑문과 갑실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박을 의미한다.

 


• 파나마운하의 처리 물동량과 기후변화 영향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물동량은 2023년 기준 약 2억8천만톤에 달하며, 전세계 해상 물동량의 6% 정도에 해당한다.

 

연간 약 500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며, 총 통과 선박 수는 약 13,000척으로 이를 일일 평균으로 하면 35~40척의 선박이 파나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화물 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컨테이너선 40%, 벌크선 25%, 탱커선 20%, 자동차운반선 10%, 기타 5%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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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맥스(Panamax)급 컨테이너선 [출처=mundomaritimo]

 

2016년 파마나운하는 확장 공사를 시행했고, 이후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최대 14,000TEU)이 통과 가능하게 되어 일일 물동량 처리 능력이 약 50% 증가했고, 이에 따른 대형 선박 통과로 인한 수입도 늘어났다.

 

배 한 척이 운하를 통과할 때마다 약 20만㎥(수영장 80개 분량)의 담수가 바다로 흘러나가는 파나마운하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최근 엘니뇨(El Niño) 현상으로 인한 강우 부족은 가툰 호수의 수위 유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파나마운하는 통과 선박수와 함께 선적량을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 평균 36척→ 24척으로 통과 선박수는 감소했고, 배가 갑문을 통과할 때 충분한 부력을 얻기 위한 조치로 최대 15.2m 깊이의 적재수위를 가뭄으로 인해 13m까지 제한하고 있어, 같은 배라도 더 적은 화물을 싣고 다녀야 하니까 운송 비용이 증가하고 물류 지연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기후변화 같은 요인들이 더해져 더욱 불확실성이 증가해 가는 글로벌 물류 환경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도전적인 외부 변화에 ‘스마트’한 대처가 필요한 시기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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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한(Seunghan Kim) ▶ 서울대 산업공학 박사 / (주)JNDK 본부장 / 경기대 SW경영대학 겸직교수 / (전) 전국화물자동차우송사업연합회 단장 / (전) (주)화물맨 부사장 / (전) (주)포테닛 사장 / (전) SK 융합물류본부장(상무) / (전) 삼성SDS 물류BPO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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