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물류단상(物流斷想): 제주도에서의 워케이션 체험과 ‘물류의 이유’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5.01.31 00:30 ㅣ 수정 : 2025.01.31 00:30

[기사요약]
여행과 물류의 공통점, 공간 이동하고 때로는 점유하는 과정.. 모빌리티(Mobility)가 기본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 - ‘불확실성’이 여행의 묘미라면, 물류에서 불확실성은 끔찍한 리스크 요인
필자가 하고 싶은 물류 - 고객들에게 호텔 같은 새로운 느낌 주는 경험이었으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물류에 대한 활력 다시 받게 되는 그런 물류였으면” 하는 생각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인간 근로자와 함께 물류센터에 투입되어 작업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출처=linkedin]

 

[뉴스투데이=김승한 (주)JNDK 본부장, 경기대 겸직교수] 2025년 푸른 뱀띠 해의 설연휴를 보내고 있다. 이번 설연휴는 특히 연휴의 앞뒤로 공식, 비공식 휴일까지 챙길 수 있어 생각만으로도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여행’을 떠올리게 되는 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사실 필자의 경우는 잠시 소속 회사를 옮기는 기간을 이용해서 몇주전 1년 만에 열흘 일정으로 다시 제주도를 찾았다.

 

이번 숙소는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워케이션(Workcation)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정했고, 쌀쌀한 날씨와 제주도의 매서운 강풍을 피해서 나름 독서와 실내 휴식에 몰두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재택근무를 넘어서 ‘워케이션’이 유행이었던 시기가 있었고(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다) 필자도 철은 지났지만.. 나름 워케이션이 주는 간접 경험을 하고 싶어 정한 선택이었다.

 

물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긴 했지만, 장소가 워케이션 공간이었지 방문 목적이 업무가 아니었던 터라, 짬짬이 함덕 해변 20Km 러닝도 하고,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와 합작으로 전시 중인 ‘모네에서 워홀까지’ 미술전도 가고, 사려니숲길의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오솔길을 걷기도 하고, 오름의 여왕이라는 따라비오름을 트레킹하기도 했다.

 

image
[출처=thethreetomatoes]

 


• 우연히 마주친 ‘여행의 이유’

 

묶었던 숙소 건물의 1층은 24시간 개방되어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독서를 할 수 있고, 출출하면 공짜로 제공하는 커피와 토스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통 창을 통해 노란색 햇빛과 푸른 바다, 그리고 하얀 구름을 맘껏 볼 수 있어 뭔가에 몰입하기에 적절한 공간이었다.

 

우연하게도 1층 서재에 꽂혀 있던 김영하 작가의 산문, ‘여행의 이유’가 눈에 띄었다. 출간된 지 꽤 지난 책이었지만, 워낙 필력이 좋으신 분이라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동안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눈으로 들었던 것 같다.

 

작가에 따르면 여행은 목적을 향해 떠나지만 다른 경험과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는, 그래서 일상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흔히 여행기라 불리는 유형의 책 내용이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와는 다른 어떤 것을 얻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점인 것을 생각하면 딱 들어맞는 정의인 것이다.

 

인간과 유인원의 DNA는 97%가 일치한다고 한다. 유인원은 시간의 대부분을 털 만지고 자는 데 쓴다. 즉, 하루의 대부분을 가만히 있다. 그럼에도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 질환이 왜 없는지 학자들이 궁금해할 정도이다.

 

반면에 인간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래서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여행하는 인간이란 의미로 ‘호모 비아토르(Viator)’라 명명했다고 한다.

 

예전에 인터넷 발달로 여행이 감소할 것이라 예상하는 미래학자들도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특히나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상황에는 전혀 맞지 않는 예견이었던 것이다.

 

image
[출처=zszywka]

 


• 여행과는 다른 ‘물류의 이유’

 

여행과 물류의 공통점은 공간을 이동하고, 때로는 점유하고 하는 과정일 것이다. 즉 모빌리티(Mobility)가 기본이 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사실 필자가 좋아하는 분야라는 점이 같을 뿐 둘 사이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여행은 이동 과정에서의 예상치 못한 경험이 매력이자 목적이라면, 물류는 계획에 따른 예정된 이동 수행이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즉, ‘불확실성’이 여행의 묘미라 한다면, 물류에 불확실성은 상상만으로도 매우 끔찍한 리스크 요인이고, 그 결과는 소위 물류 ‘대란(大亂)’이다.

 

머지않은 몇 년의 상황을 돌아봐도 COVID 팬데믹, 지정학적 분쟁, 글로벌 경제 블록화, 기후 위기, AI/로봇 기술혁명, 기존 통화를 대체하는 암호화폐 유통 같은 굵직굵직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제는 일상화, 현실화 되었다. 그래서 이젠 이들 불확실성이 ‘뉴노멀’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여행의 이유’에서 김영하 작가는 여행 중 호텔 경험이 여행을 좋아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언급했다. 이유는 호텔은 과거의 장소를 리셋 해주는, 그래서 과거를 잊게 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나갈 때 어질렀던 공간이 다시 돌아와 새로운 깔끔한 공간으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작에 큰 활력이 되는 경험을 했던 필자이기에 매우 공감되는 사실이다.

 

image
[출처=advatix]

 

앞으로도 필자가 하고 싶은 물류는 고객들에게 호텔 같은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경험이었으면 좋겠고, 필자도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물류에 대한 활력을 다시 받게 되는 그런 물류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멀리 주렁주렁 열린 귤나무 농장을 보면서 조만간 귤 농사는 옵티머스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군단이 24시간 당도 선별과 등급 판정을 하고 출하까지 하게 되겠구나 하는 상상을 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시점에서 다시 소환된 ‘여행의 이유’를 통해 ‘물류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던, 2025년 초 제주도 여행의 기억이 벌써 아쉽기만 하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image

◀ 김승한(Seunghan Kim) ▶ 서울대 산업공학 박사 / (주)JNDK 본부장 / 경기대 SW경영대학 겸직교수 / (전) 전국화물자동차우송사업연합회 단장 / (전) (주)화물맨 부사장 / (전) (주)포테닛 사장 / (전) SK 융합물류본부장(상무) / (전) 삼성SDS 물류BPO 그룹장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